[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77>홍곡지지(鴻鵠之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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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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鴻: 큰기러기 홍 鵠: 고니 곡 之: 어조사 지 志: 뜻 지


‘홍곡’이란 큰기러기와 고니로서 원대한 포부를 지닌 큰 인물 즉, 대인(大人)을 의미하며, 제비와 참새를 가리키는 연작(燕雀)과 상대되는 말이다.

사기 ‘진섭세가’에 따르면 진섭(진승·陳勝)이 젊었을 때 머슴살이를 한 적이 있는데, 소작농들과 밭두렁에서 일하다 이렇게 말했다. “부귀하게 된다면 서로 잊지 말기로 하지.” 그러자 다른 이들이 비웃으며 “너는 고용당해 밭갈이를 하는데 무슨 부귀란 말인가”라고 놀렸다. 그때 한탄하며 한 말이 바로 “제비와 참새가 어찌 큰기러기와 고니의 뜻을 알리오(燕雀安知鴻鵠之志)”였다.

시간이 흘러 진시황의 뒤를 이은 진2세 호해(胡亥)가 즉위했다. 호해는 진시황제와 달리 재목감이 못 돼 환관 조고(趙高)의 손아귀에서 놀아나 백성들의 원성은 높아만 갔다. 이때 조정에서는 이문(里門) 왼쪽에 살고 있는 빈민들을 변방 근처의 어양(漁陽) 지역으로 옮겨 가도록 했는데, 진승과 오광(吳廣)이 이들을 통솔했다. 그런데 이들이 대택향(大澤鄕)까지 갔을 때 큰비가 쏟아져 도로가 불통됐다. 기한 내에 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당시 법률에 따라 기한 내에 도착하지 못하면 참수를 당할 처지였다. 진승과 오광은 지금 달아나도 죽을 것이고 의거를 일으켜도 죽을 것이니, 차라리 무엇인가 하고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먼저 두 명의 장위(將尉)를 살해하고 부하들을 불러 모아 놓고 말했다.

“기한을 어기면 마땅히 모두 죽음을 당해야 한다. 만약 죽지 않는다고 해도 변경을 지키다 죽는 사람이 본래 10명에 6, 7명은 된다. 하물며 장사는 죽으려면 세상에 커다란 명성을 남겨야 한다. 왕, 제후, 장수, 재상에 어찌 씨가 있겠는가(王侯將相寧有種乎).”

진승은 이반된 민심을 빌미로 반란을 일으켜 초나라를 넓힌다는 뜻의 장초(張楚)를 국호로 삼아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진승이 비록 겨우 6개월만 왕 노릇을 하긴 했으나 그가 ‘세가’의 반열에 든 것은 남들과 다른 사고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한자#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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