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죽어도 죽지 않는 추억속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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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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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번역극 ‘달은 오늘도 날 내려다본다’ ★★★☆

영화 ‘사랑과 영혼’을 떠올리게 하는 연극 ‘달은 오늘도 날 내려다본다’에서 어설픈 영매(문주희·가운데)의 도움으로 영혼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는 케이타(안종철·왼쪽)와 그의 약혼녀 유카의 영혼(이은주). 조은컴퍼니 제공
영화 ‘사랑과 영혼’을 떠올리게 하는 연극 ‘달은 오늘도 날 내려다본다’에서 어설픈 영매(문주희·가운데)의 도움으로 영혼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는 케이타(안종철·왼쪽)와 그의 약혼녀 유카의 영혼(이은주). 조은컴퍼니 제공
액자가 툭 쓰러진다. 전등불이 오락가락하더니 순간, 텔레비전이 저절로 꺼진다. 서늘한 기운이 방 안을 엄습한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는 태연하다. 이런 괴현상들은 교통사고로 잃은 약혼녀가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 모습을 멀찍이 지켜보던 여자가 싱긋 웃는다. 그리고 다시금 액자에 훅 입김을 불어넣는다. 툭하니 쓰러지는 액자. 그 속 사진에는 여자와 남자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들처럼 미소 짓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홀연히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일상은 이별을 숨긴다. 지긋지긋한 회사 업무도, 저녁 반찬을 고민하는 시간도, 끊임없이 종알대는 연인도…. 진득이 삶에 붙어 떨어지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러다 불현듯, 삶에서 어느 하나가 툭 떨어져 나간다. 어색하게 텅 비어버린 자리가 영 불편하다. 좀처럼 딱지가 앉지 않아 따끔따끔하게 아려오기도 한다. 갑자기 불거진 이별은 그렇게 허전함과 후회라는 이름으로 밀물처럼 찾아든다.

일본 극작가 곤도 히로미쓰 원작의 이 작품은 이런 이별과 후회에 대해 일본 특유의 차분하고 서정적인 톤으로 이야기한다. 갑작스럽게 약혼녀의 죽음을 맞은 한 남자가 영매사를 통해 약혼녀의 영혼을 만나는 과정을 보여주며 일상에 감춰진 이별을 슬며시 관객 앞에 내어놓는다.

극은 이별에 따른 슬픔이나 아픔에 몰두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사랑했고 그래서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즐거워한다. 그리고 돌팔이 영매사의 ‘생사초월만남 프로젝트’에 흥겹게 빠져들며 폭소한다.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헤어진 사람은 반드시 돌아옴)의 이치를 터득한 사람들처럼 서로의 이별을 인정하고 마침표를 찍는 모습이 유쾌하고 애틋하다.

그러나 극이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시원스레 와 닿지 않는다. ‘상당히 다 잘합니다’ 같은 어색한 번역체 일본어투 탓이다. ‘달은 오늘도…’는 인상파 화가의 화끈한 매력보다 수수한 수채화같이 빈틈 많은 연극에 가깝기에 그 단점을 쾌히 받아들이게 하면서도 묘하게 아쉬운 감정을 면면히 남긴다.

: : i : : 김제훈 연출, 이은주 안종철 문주희 출연. 9월 2일까지 서울 대학로 키작은 소나무 가변 극장, 1만∼2만 원. 02-765-8880

김지민 인턴기자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공연 리뷰#연극#달은 오늘도 날 내려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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