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쎈돌의 왕관’을 물려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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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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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대기’ 박정환 9단, 입단 6년 만에 국내 랭킹 1위 올라

《 10대 프로기사 박정환 9단(19)에게는 늘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미래 권력’ ‘차세대 재목’ ‘미완의 대기’ 등. 이젠 ‘현재 권력’으로 바꿔 불러야 할 듯하다. 박정환이 27개월째 한국바둑랭킹 1위를 지키던 이세돌 9단(29)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우뚝 섰다. 4월 동아일보에서 선정한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에 뽑히기도 한 그가 서서히 개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
○ 박정환, 17연승 질주…승률도 90% 육박

박정환은 한국기원의 6월 바둑랭킹에서 9782점을 얻어 이세돌에게 28점 차로 앞서면서 1위에 등극했다. 이세돌의 랭킹 1위 신기록은 27개월로 막을 내렸다. 공교롭게도 박정환과 동갑내기인 탄샤오 7단이 중국 랭킹 1위다.

박정환은 10일 한국바둑리그를 끝낸 뒤 랭킹 1위에 오른 소감에 대해 “실력은 안 되는데 1위에 올라 반성하고 공부해야겠다”며 “이렇다할 기풍이 없는 게 약점인데, 저만의 기풍을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요즘 상승세는 무서울 정도. 지난달 처음으로 출전한 잉창치배에서 중국의 박문요 9단, 일본의 조치훈 9단 등을 누르고 4강에 진출했다. 또 바둑리그에서도 7연승으로 다승 1위이고, 4월 20일 이후 지금까지 17연승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전적도 35승 4패. 다승 공동 1위, 승률 1위(89.7%)다. 특히 아직 더 지켜봐야 하지만 현재 승률은 역대 최고. 이창호가 전성기 때 88.2%를 이룬 적은 있다.

○ ‘아직은…’, 그러나 ‘박정환 시대’ 머지않아

박정환이 랭킹 1위에 올라서긴 했지만 1인자로 부르거나 그의 시대가 왔다고 하기에는 “아직은…”이라고 단서를 다는 이가 많다. 명실상부한 1인자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남아 있다는 뜻. 무엇보다 이세돌을 넘어서야 한다. 비록 이 9단이 랭킹 1위를 내줬지만 역대 전적 면에서 박정환에게 5승 1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또 그는 세계대회인 후지쓰배에서 우승했지만 국내용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지 못하고 있다. 중국기사와의 공식 전적에서는 31승 17패로 승수가 많다. 하지만 천야오예 9단과 리저 6단에게는 각각 2승 5패, 2패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기사와는 실전이 많지 않은 편. 그런 면에서 그가 올해 처음 중국 갑조리그에 진출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현재 다롄팀 주장으로 3승 1패.

그럼에도 박정환이 그 나이에 이만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구기호 월간바둑 편집장은 “13세 때 입단해 불과 6년 만에 랭킹 1위에 오른 것은 드문 일”이라며 “바둑 외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바둑에만 몰입하는 성격이어서 앞으로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그가 이만큼 성장한데는 그의 성실함과 승부사적 기질을 꼽는 이가 많다. 말수가 적은 편인 그는 자나 깨나 바둑을 공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후지쓰배에서나 대회 시상식장에서도 틈틈이 사활 공부를 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 바 있다.

그는 후지쓰배 우승 뒤 가진 월간바둑 9월호 인터뷰 기사에서 “패배하면 그날은 습관처럼 인터넷 바둑을 둔다. 패배의 아픔이 가실 때까지…”라며 승부에 대한 집념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자신을 “지는 것을 싫어하는…독한 승부사”라고 평가했다.

:: 박정환 9단 ::

△1993년 1월생
△6세 바둑 입문해 13세 입단 △16세 첫 십단전 우승하는 등 맥심배 바둑왕전 등 9회 우승 △아시아경기 2관왕으로 특별승단. 최연소 9단 승단(17세11개월) △제24회 후지쓰배 우승-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 △후지쓰배 맥심배 KBS바둑왕 등 3관왕 △올해 35승 4패(다승 공동 1위, 승률 1위=89.7%). 17연승 중

윤양섭 전문 기자 lailai@donga.com
#바둑#박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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