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새로운 몸 원해… 마음을 기계로 옮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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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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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여대서 ‘인간과 기계… 포스트휴머니즘’ 학술대회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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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이나 방패를 ‘신체의 확장’으로 여기던 시대와는 달리 이제는 기계와 인간이 ‘결합’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팔다리에 맞춘 장비를 입으면 몇십 배나 힘을 강화시켜 주는 장치가 개발되는가 하면 아이팟을 편리하게 쥐기 위해 손바닥 피부 안쪽에 자석을 이식하는 예술가도 나왔다. 기계와 인간의 결합은 궁극적으로 인간과 같은 도덕적 감정을 가지는 컴퓨터를 지향하고 있다.

인체로의 기계 침투가 가속화되면서 부딪히게 되는 쟁점들을 짚어보는 국제학술대회가 국내에서 열린다.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원장 장미영)이 6월 1, 2일에 이화여대 LG컨벤션홀에서 여는 ‘인간과 기계―기술, 문화, 예술에서의 포스트휴머니즘’ 학술대회다.

인간은 오늘날 기계적 기술뿐 아니라 유전자 조작 같은 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근본적인 인간 변형의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자신의 신체나 정신을 마음대로 선택하고 변형해도 좋을까.

마이클 하우스켈러 영국 엑스터대 교수는 미리 배포한 ‘뒤죽박죽인 신체들―성형수술에서 정신 업로드까지’ 발표문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욕구와 그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현실 간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몸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인간은 가능한 한 오래 살기를 희망하지만 몸은 그에 따르지 못하므로 새로운 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인류가 가진 몸에 대한 오래된 관점, 즉 ‘잘 설계된 걸작’이라는 인식은 폐기된다. 하우스켈러 교수는 앨런 뷰캐넌의 ‘인간 유기체는 극도로 취약하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인류가 살아남고자 한다면 이를 개선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인용하며 그 개선의 궁극적 형태는 마음을 신체(기계)로 옮기는 ‘마인드 업로드’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간의 정신마저 컴퓨터로 대체된다면 존엄성의 문제는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개선된 인간’의 존엄성 문제에 대해 슈테판 로렌츠 조르그너 독일 에를랑겐뉘른베르크대 교수는 ‘견고한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인간, 유인원 그리고 컴퓨터의 도덕적 지위에 관하여’ 발표문에서 “컴퓨터가 의식의 한 유형을 발전시킨다면 컴퓨터 또한 적절한 도덕적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인류가 마주칠 과제에 대해 줄리언 사불레스쿠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미래의 요구―도덕적 능력의 생명공학적 향상의 필요성’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문에서 “첨단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도덕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인류는 과학기술을 이용해 지금까지 우리의 사회적 환경과 자연환경을 급진적으로 변형시켜 왔지만 우리의 도덕적 기질은 사실상 변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미 존재하는 무기나 핵무기로 지구상의 생명체를 모두 멸종시킬 수 있음에도 인류의 도덕적 능력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한 도덕 교육을 통해서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유전학과 신경생물학에 대한 인류의 지식은 동기부여에 관한 직접적인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단계에 있으므로, 전통적인 도덕 교육을 ‘보완’하기 위한 방편으로 도덕적 능력을 생명공학적으로 향상하는 기술을 본격 탐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포스트휴머니즘’으로 대변되는 인간과 기술 사이의 여러 쟁점을 ‘과학, 기술, 예술에서 인간 신체의 변형’, ‘인간 향상의 윤리적 쟁점’, ‘예술에서 포스트휴먼의 재현’, ‘인간 존재론에 대한 포스트휴먼적 영향’ 등 주제로 나눠 9명의 학자가 발표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이화여대#학술대회#로봇#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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