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의 황제들’展… 절대권력자 술탄, 그 화려한 영광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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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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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국립중앙박물관
터키 문화재 187점 선보여

술탄이 손을 씻을 때 하인들이 은으로 된 주전자와 그릇을 받쳐 들고 시중을 들었다
(19세기경, 위). 왕실 여성들이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신었던 목욕용 나막신(18세기경, 아래 왼쪽). 오스만제국의 술탄이 커피를 마실 때 사용한 보석장식 커피잔 받침(19세기경, 아래 오른쪽). 톱카프궁박물관 제공
술탄이 손을 씻을 때 하인들이 은으로 된 주전자와 그릇을 받쳐 들고 시중을 들었다 (19세기경, 위). 왕실 여성들이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신었던 목욕용 나막신(18세기경, 아래 왼쪽). 오스만제국의 술탄이 커피를 마실 때 사용한 보석장식 커피잔 받침(19세기경, 아래 오른쪽). 톱카프궁박물관 제공
‘터키탕’은 한국에서 퇴폐문화로 간주된다. 하지만 실제의 터키탕은 찜질방과 비슷한 장소다. 터키 전통의 공동목욕탕 문화인 ‘하맘’은 밀폐된 공간에 열기를 가득 채우고 대리석 바닥에 누워 즐기는 건조욕이다. 여기서 때를 밀고 마사지도 받는데, 벌거벗지 않고 목욕수건의 일종인 페스테말을 몸에 두른다. 터키탕은 권력층 여인들이 어울려 식사하고 중매도 오가는 사교장이었다.

공화정 수립 이전 오스만제국(1299∼1922)에서 강력한 통치권을 지녔던 술탄(황제)들은 목욕을 할 때도 위엄을 자랑했다. 이슬람문화에서는 고인 물을 피하고 흐르는 물에 몸을 씻어야 경건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술탄은 은그릇을 이용해 몸에 물을 끼얹었다. 술탄이 손을 씻을 땐 하인들이 은으로 된 주전자와 그릇을 받쳐 들고 시중을 들었다.

이처럼 오스만제국의 절대권력자 술탄이 일상에서 사용했던 화려한 문화재를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9월 2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터키문명전: 이스탄불의 황제들’. 한국과 터키의 수교 55주년을 맞아 터키 국립박물관 네 곳(아나톨리아문명박물관, 이스탄불고고학박물관, 터키이슬람미술관, 토프카프궁박물관)이 소장한 문화재 152건, 187점을 선보인다.

터키는 지리적으로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자리해 예부터 동서문명이 교차하고 다양한 종교가 꽃을 피웠다. 기원전 3000년경 아나톨리아 고대문명기부터 동로마제국을 거쳐 19세기 오스만제국까지 터키의 역사를 아우르는 문화유산을 감상할 수 있다.

16세기 오스만제국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술탄 술레이만 1세의 칼은 음각된 금 판 위에 11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하고 칼날에 금 상감으로 아랍어 명문을 새겨 그의 권력을 짐작할 수 있다. 화려한 보석 장식으로 꾸민 남성 고유의 장신구 터번, 자개와 거북 등껍질로 정교하게 제작한 꾸란 함, 기하학 무늬로 장식한 카펫도 볼 만하다. 카펫은 이슬람 생활예술의 백미이며 아나톨리아 반도의 주요 도시들은 뛰어난 품질의 카펫을 만들기로 유명했다. 터키탕에서 왕실 여성들이 바닥에 고인 더러운 물을 피하고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신었던 목욕용 나막신 ‘날른’에는 은과 자개가 화려하게 박혀 있다. 왕실 내에서 권위가 높을수록 날른의 굽도 높아졌다.

술탄들이 커피를 마실 때 사용했던 은주전자와 은화로, 보석 장식이 촘촘히 박힌 커피잔 받침 등도 전시에 선보인다. 터키는 1554년 이스탄불에 세계 최초의 공공 커피하우스를 열었을 정도로 일찍이 커피문화가 발달했다. 터키에 전해 내려오는 속담에서도 그들의 낭만적인 커피문화를 엿볼 수 있다. ‘커피는 지옥처럼 검어야 하고, 죽음처럼 강해야 하며, 사랑처럼 달콤해야 한다.’ 매주 월요일 휴관, 5000∼1만2000원. 문의 1666-4392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이스탄불의 황제들 전시#서울 국립중앙 박물관#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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