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인의 사랑방… 식당 마당서 손님들끼리 즉석 공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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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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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인사동 ‘아리랑 가든’ 유재만 사장

《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는 문화계 ‘어른들’의 사랑방이 있다. 인사동 길 중간에 위치한 ‘아리랑 가든’. 150석 ‘ㄷ’자형 한옥으로 이뤄진 식당 외관은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이곳에 들어서면 한 시대를 주름잡던 그리운 얼굴들이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장면을 접할 수 있다. 》
“부모님과 아내만큼 특별한 분이죠.” 유재만 사장은 특히 작고한 타악연주가 김대환과 각별한 사이였다. 유 사장은 김대환박물관으로 운영되는 기념품숍 2층을 찾아 “매일 오전 돌아가신 형님께 안부 인사를 한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부모님과 아내만큼 특별한 분이죠.” 유재만 사장은 특히 작고한 타악연주가 김대환과 각별한 사이였다. 유 사장은 김대환박물관으로 운영되는 기념품숍 2층을 찾아 “매일 오전 돌아가신 형님께 안부 인사를 한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기자가 찾아간 10일에는 ‘예우회’라는 이름의 원로 대중음악인들의 모임이 열렸다. 흰머리에 주름은 늘었지만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키보이스의 원년멤버 윤항기 목사, 키보이스와 히식스의 멤버였던 김홍탁 서울재즈아카데미 원장, ‘뜨거운 안녕’의 쟈니 리, 데블스의 홍필주 김명길 씨 등 1960, 70년대 미 8군 무대에 올랐던 1세대 밴드 출신 음악인들이다. 이날 참석하진 못했지만 한국 록의 전설인 신중현 씨, ‘사랑과 평화’ 최이철 씨 등도 이 모임의 멤버다. 이들의 대화에서는 “(임)재범이나 백두산의 (김)도균이는 모두 애들”이 됐다. 1세대 재즈가수 장우(코코장) 씨는 “이곳은 원로 예술인들의 아지트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인들이 이곳을 자주 찾는 것은 유재만 사장(64)과의 오랜 인연 때문이다. 예우회뿐 아니라 정지영 이장호 감독 등 중견 영화감독들도 단골이다. 첼리스트 장한나 씨부터 해금연주자 강은일 씨까지 손님들의 전공 분야도 각양각색이다. 유 사장은 “손님 하나가 한 곡조를 뽑으면 다른 방에 있던 손님들이 맞받아치며 식당 마당에서 한 편의 즉석공연이 연출되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

기념품 매장 ‘아리랑 명품관’도 운영하는 유 사장은 인사동의 30년을 지켜본 터줏대감이다. 지금의 기념품 매장 자리에서 1985년부터 ‘인사 슈퍼마켓’을 운영했던 그는 인사동에 터전을 두거나 전시회를 열었던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이 지내게 됐다. 고 천상병 시인은 매일 맥주 한 병을 그의 가게에서 샀고, 소설가 이외수 씨 등도 단골이었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뒤풀이를 할 때 술이나 먹을거리를 후하게 제공했지. 그게 다 단골 만드는 비결 아니겠어? 하하.”

2004년 작고한 타악연주가 김대환과는 유난히 각별한 사이였다. 베트남전 참전 당시 위문공연하던 김대환의 연주를 접하고 팬이 된 뒤 30년 이상 ‘김대환 맹신도’로 살아왔다. 1989년부터 가게 2층을 아예 김대환의 연습실로 제공했다. 이 공간은 지금도 김대환이 생전 쓰던 악기와 초정밀 미각(米刻) 작품을 보관하는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대환과의 인연으로 다시 소리꾼 장사익, 일본 타악 명인 오쿠라 쇼노스케 등과도 친분을 쌓았다. 유 사장은 “(식당이) 더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만나고 정을 나누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 젊은 (예술인) 친구들이 많이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문예인#아리랑가든#유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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