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우리 몸과 운동 이야기]시차적응, 사람 바이오리듬은 25시간에 맞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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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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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늘어나는 서쪽 비행이동이 편해

우리 몸속에는 참으로 많은 ‘주기’들이 있다. 체온, 심장박동수, 소화기의 활동성 등도 일정한 주기에 따라 달라진다. 체온은 낮에는 높아지고 밤에는 낮아진다는 점에서 주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주기들은 서로 다른 주기시간을 가진다. 어떤 주기는 24시간보다 짧고 어떤 주기는 24시간보다 길다. 또 사람마다 개인적인 차이도 있다. 하지만 모든 주기는 대략적으로 24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 ‘시간을 제공하는 자’가 있다?

그런데 24시간이란 생체주기는 사실 ‘완벽하게’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인간의 생체주기는 대체로 24시간이 아닌 25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몸 안의 많은 주기를 억지로 24시간이란 기준에 맞추고, 하루하루 보정을 하고 있다고 하는 게 정확하다.

대다수 사람의 생체주기 또는 바이오리듬 주기는 25시간이다. 사람을 동굴이나 격리된 방에 두고 밤낮의 구별이 불가능하게 한 뒤, 먹고 자고 화장실 가는 일을 모두 자신의 선택에 맡긴다고 가정해 보자. 시간을 알 수 있는 조건을 모두 차단하면 인간은 약 25시간의 주기로 먹고 자면서 자신의 주기를 유지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평소 24시간에 맞춰 생활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외부환경에서 시간을 알려주는 그 어떤 ‘지시자’가 있다고 해석한다. 그 지시자가 바로 ‘차이트게버(zeitgeber)’다. 독일어로 ‘시간을 제공하는 자(time-giver)’라는 뜻이다.

차이트게버는 인간의 신체에 시간을 알려주는 외부의 조력자인 셈이다.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외부 환경이 차이트게버 역할을 한다. 그 가운데 가장 영향력 큰 것이 빛이다. 태양을 공전하는 동시에 자전하는 지구에 깃들이는 명암은 인간의 몸이 25시간 주기를 무시하고 억지로 24시간에 맞추도록 지시하는 역할을 한다.

갓 태어난 아기들은 24시간 주기를 맞추지 못한다. 신체의 여러 가지 주기들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면서 24시간에 기준을 둔 생활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낮에 자고 밤에 깨는 경우도 많다), 배고파 우는 시간 역시 어른과 다르다.

아이가 있는 집에선 보통 아침마다 ‘전쟁’이 벌어진다. 바로 학교 보내기 전쟁이다. 아이들은 왜 그리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걸 힘들어할까. 역시 주기로 설명할 수 있다. 아이들의 생체주기는 24시간보다 꽤 많이 길다. 아이들을 깨운다는 건 그들의 생체주기를 인위적으로 짧게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즉, 지구의 주기와 사회적인 요구가 아이들을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반면 노인들은 일찍 일어난다. 단지 부지런해서일까. 실은 그들의 생체주기가 짧다는 이유가 더 크다. 인간이 나이가 들면 일반적으로 생체주기가 짧아진다.

○ 시차적응은 왜 힘들까


차이트게버를 이해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시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시간대가 변하면 사람은 새로운 차이트게버에 적응해야 한다. 우리는 이 과정을 시차적응이라 한다. 시차적응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차이트게버, 특히 빛의 주기가 바뀌면 우리 몸속의 모든 주기는 새로운 환경에 맞추기 위해 자유롭게 ‘각개전투’를 시작한다. 총체적으로 특정 시간대의 24시간에 맞춰졌던 각각의 주기는 이제 개별적으로 새로운 빛의 주기에 적응해야 한다.

간혹 시차적응에 문제가 없는 사람들을 본다. 이들은 신체의 각 주기들이 각개전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즉, 그 많은 주기들이 서로 협심하는 데 무리가 없는 체질인 셈이다.

시차적응의 과정에선 다양한 현상이 벌어진다. 먼저 잠을 자기가 힘들어진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시야가 혼탁해진다. 소화력이 떨어지고 심지어 배탈도 난다. 두통도 심해진다. 운동선수들의 경우 외국에서 경기가 벌어질 때면 시차적응에 어려움을 겪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모든 게 사실 시차적응 과정의 ‘증후’들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시차적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몸속 주기 혼란이 그런 현상들을 일으킨다.

아직까지 운동선수의 시차적응과 체력 사이의 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현지 시간에 맞춰 훈련을 실시하거나 미리 현장으로 이동해 시차적응을 하는 게 좋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시차적응은 시간이 늘어나는(우리나라보다 시간이 느린) 곳으로 가는 경우에 편해진다. 인체기능의 생체주기가 원래 25시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한 시간이 느린 베이징 같은 곳에 가면 우리는 다음 날 기분 좋고 상쾌하게 잠에서 깰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서쪽으로의 여행은 동쪽으로 가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 지구의 자전 때문에 서쪽 지역은 우리나라보다 시간이 늦어 생체리듬이 쉽게 적응할 수 있어서다. 반대로 동쪽으로의 여행은 고통을 동반한다. 짧아진 하루에 적응하느라 24시간 생체리듬에 맞춰진 몸이 고충을 겪기 때문이다. 생체주기를 짧게 줄이는 건 아침에 아이들이 학교에 가려고 일찍 일어나야 할 때 겪는 것과 비슷한 고통을 가져온다.

시차적응을 쉽게 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서쪽으로 여행하라, 물을 많이 마셔라, 빛을 잘 이용하라’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동쪽으로 이동하는 경우 현지에서 아침운동은 2, 3일 동안 피하는 게 좋다. 그리고 낮엔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를 마시는 게 바람직하다. 또 먹는 시간을 반드시 현지에 맞추고 운동은 오후에 하는 게 낫다.

이대택 국민대 교수(체육학) dtlee@kookmin.ac.kr
#시차적응#몸과운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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