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1351>夫以百畝之不易로 爲己憂者는 農夫也니라

  • Array
  • 입력 2012년 2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맹자는 정치를 담당하는 사람과 산업을 담당하는 사람의 역할이 다르다고 보았다. 앞서 맹자는 성인은 백성들을 위해 輔佐(보좌)의 인물을 구하려고 근심했다고 환기시키고, 이어서 농부는 자기에게 할당된 100이랑의 밭을 잘 갈려고 근심했다고 말했다.

夫는 발어사이다. 百畝라고 한 것은, 이상적인 토지제도에서는 정전법에 따라 한 농부마다 100이랑의 밭을 배당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易는 다스릴 治(치)와 같다.

맹자가 정치가와 백성의 역할을 확연하게 구분한 것은 오늘날의 관점과는 맞지 않는다. 하지만 한 사회가 온전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각각 자신의 근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기에 漆室女(칠실녀)의 탄식을 새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列女傳(열녀전)’ ‘仁智(인지)’ 편에 보면 춘추시대 魯(노)나라 穆公(목공) 때 칠실 마을에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여인이 있었는데, 그가 어느 날 기둥을 안고 울었다. 누가 ‘아직 결혼을 못해서 그러는가?’ 묻자 ‘어찌 그렇겠습니까. 나라를 걱정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이야기는 ‘漆室女之嘆(칠실녀지탄)’ 혹은 ‘漆室之憂(칠실지우)’라는 성어로 잘 알려져 있다. 나라 걱정은 조정 대신이나 해야 마땅하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칠실 땅의 여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전에 우리 집에 이웃 나라의 난을 피해 도망 온 손님이 있었습니다. 이 손님은 말을 우리 집 아욱 밭에 매어 두었는데, 말고삐가 풀어지는 바람에 우리 아욱 밭이 못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은 한 해 동안 아욱을 먹지 못했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는 임금이 늙었는데 태자가 어립니다. 상황이 이런데 이웃 나라에서 그냥 두겠습니까? 전쟁이 일어나면 임금이나 벼슬아치들, 남정네만 고생하겠습니까?’ 과연 3년 뒤 제나라와 초나라가 쳐들어와서 노나라 남자들은 모두 전쟁터로 끌려가고 여인들도 막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정치의 일은 시민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가들이 올바른 전망을 세우지 않기 때문에 일반 시민까지 나랏일을 일일이 걱정해야 한다면 그 나라는 어찌 되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