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흐빈더, 그의 심장엔 베토벤의 피가 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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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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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의 작품 ‘베토벤’(실크스크린 1987년). 동아일보DB
앤디 워홀의 작품 ‘베토벤’(실크스크린 1987년). 동아일보DB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인정받는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66)가 처음으로 한국 무대를 찾아온다. 장기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로만 레퍼토리를 꾸몄다. 세계적 명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음악 팬들에게 부흐빈더라는 이름이 주는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그가 주로 독일어권에서 활동하고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음반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흐빈더는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3인방으로 불리는 외르크 데무스, 파울 바두라스코다, 프리드리히 굴다의 정통성을 계승한 적자(嫡子)로 꼽힌다. 음악평론가 박제성 씨는 “부흐빈더는 현역 피아니스트 가운데 가장 오스트리아적인 베토벤을 연주하는 유일한 연주자”라며 “농밀한 터치와 청아한 음색, 악구마다 생기와 표정이 넘치면서도 구조적으로 완벽한 베토벤을 들려준다”고 평했다. 한-오스트리아 수교 12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는 부흐빈더를 e메일로 만나보았다.》
이번 공연에서 부흐빈더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14번 ‘월광’, 23번 ‘열정’과 6번을 연주한다. 그는 “특별히 좋아하는 곡이라서 고른 것은 아니다. 연주하는 모든 곡은 나에게 똑같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내가 선호하는 작품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다. 그러면 사람들이 내가 그 곡만 연주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음악의 개혁가이자 혁명가인 베토벤의 소나타를 있는 그대로 즐겨주길 바랄 뿐이다.”

부흐빈더는 “일생을 베토벤과 함께했다”고 말할 정도로 베토벤을 쉼 없이 연주하고 탐구해왔다. 열 살 때 데뷔 무대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악보를 35종의 판본으로 가지고 있다. 베토벤의 자필 악보를 포함해 이 각기 다른 판본의 악보를 비교하는 작업은 훌륭한 체험 과정이다. 악보를 연구하며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말의 뜻을 알았다. 더 엄격하게 악보를 파고들수록 연주할 때 더 자유로워진다는 걸 배운 것이다.”

그는 악보를 출판하는 과정에서 출판사들이 행하는 자의적 첨삭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베토벤이 알았더라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을 더하거나 뺀 악보들이 많다. 오늘날 연주자들이 작곡가가 쓴 그대로 재현할 수 없다는 점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한오문화&테크놀로지 교류협회 제공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한오문화&테크놀로지 교류협회 제공
부흐빈더는 1982년(텔덱)과 2011년(소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 음반을 두 차례나 내놨다. 최근에는 그가 빈 필하모닉을 지휘하면서 피아노를 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영상물도 선보였다. 그는 스튜디오 녹음 위주인 최근 추세와 달리 10여 년 전부터 실황녹음만 해왔다.

“스튜디오 환경은 자연스럽지가 않다. 실제 콘서트에서는 다채로운 감정의 화학작용이 일어난다. 관객들이 기침을 하거나 바스락거려도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나 자신에게 요구하는 기준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에 더욱 더 떨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는 연주가 없는 날 집에서 책을 보거나 아내와 와인 한잔하면서 영화를 즐기는 일이 더없이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악보뿐만 아니라 도서 초판본과 영화 DVD, 싱글 몰트위스키도 수집한다.

“음악은 취미이자 직업, 인생의 모든 것이지만 집에서 쉴 때는 건반도 안 건드린다. 오래된 업라이트 피아노를 개조해 만든 바에 60여 종의 싱글 몰트위스키를 보관하는데, 그것이 주말에 손대는 유일한 피아노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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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7만∼15만 원. 02-3675-8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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