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한국화가 이종상 화백 “여백과 공백의 차이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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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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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과 어린이 미술 특강

“그림에서 여백과 공백을 구분 못하는 사람이 많아요. 공백은 비어 있는 곳이고, 계산된 여백은 바늘 하나 찌를 곳 없는 충만을 뜻합니다. 서양식을 답습한 일제 식민교육의 영향 탓인지 아이들이 도화지를 색칠로 온통 채우지 않으면 덜 그렸다고 아직도 야단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럼 여백에 가치를 두는 동양화나 서예는 다 미완성인가요? 아이들에게 우리의 사상과 철학을 일깨우고 밑뿌리가 단단한 상태에서 외래문화를 포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원로 한국화가 이종상 화백(74·사진)은 감수성 예민한 유년 시절부터 자생문화를 체득할 수 있게 균형 잡힌 미술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가 이런 믿음을 행동에 옮겨 제자들과 어린이 미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서울 양천구 목동 대한민국예술인센터 미술아카데미가 3월 개설하는 ‘미술영재과장-우리미술체험’의 특강을 맡은 것이다.

“대학시절 화실과 겸해 사용하기 위해 아동미술연구소를 2, 3년 운영했죠. 그때 부모들에게 입시나 상을 위한 교육은 절대 안 하겠다고 밝혔죠. 미술교육의 목표는 손재주가 아니라 인성교육이니까요.”

한국화의 지평을 넓혀온 원로이면서 5만 원권과 5000원권 지폐의 신사임당과 율곡 초상화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이 화백. 그는 “모든 학문의 목표는 인간화된 교육”이라며 “예술도 사람다운 삶을 살기 위한 수단일 뿐 목적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화백과 김선두 손연칠 서용 씨 등 쟁쟁한 현역 화가들이 한국화에 표현된 정신과 기법을 지도하는 프로그램은 7세∼초교 6학년생이 그 대상이다. 미술아카데미 이미숙 원장은 “예술의 전당에서 김흥수 화백의 미술영재교실을 운영한 적이 있으나 한국화로선 처음”이라며 “어린이들이 대가와의 만남을 통해 한국화의 세계를 접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소개했다. 02-2655-3113, www.artscenter.or.kr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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