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식품 호기심 천국]신맛 나는 귤이 알칼리 식품? 산성 식품은 해롭다?

동아일보 입력 2012-02-04 03:00수정 2012-02-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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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제공
얼마 전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전화를 건 분은 본인이 식품회사 대표라고 했다. 그는 “식초나 레몬즙 등 산성 물질을 사용하면 생선 비린내를 중화할 수 있다는 이 소장의 글을 읽었는데, 내가 구매한 식초를 보니 알칼리성 식품이라 써 있다”면서 무엇이 맞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필자가 실수를 한 걸까. 그렇지 않다. 이런 오해는 ‘산성 물질’과 ‘산성 식품’이란 용어를 혼동한 데서 온 것이다. 산성 식품은 사람 몸 안에 들어가 대사 과정을 거친 후 산성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알칼리성 식품은 그 반대다.

○ 몸 안에서 분해 후 산성이 남으면 산성식품

식초는 초산을 함유하고 있고, 레몬이나 감귤도 구연산 등 산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맛이 시다. 식품 자체는 산성을 띠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식초나 감귤, 레몬은 모두 알칼리성 식품으로 분류된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좀 더 자세하게 산성 식품과 알칼리성 식품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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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자체가 산성인지 알칼리성인지를 구별하는 지표는 수소이온농도(pH)다. pH가 7이면 중성이고, 7 미만은 산성, 7을 넘으면 알칼리성이라고 한다. 필자는 얼마 전 직접 여러 가지 식품의 pH를 측정해 봤다. 감귤, 사과, 배는 각각 3.5, 3.8, 5.1로 산성을 나타냈다. 유통되는 연어는 6.5로 약산성, 발효식초는 2.2로 강산성이었다.

그렇지만 위의 식품들을 모두 산성 식품이라 부를 수는 없다.

산성 식품과 알칼리성 식품이란 개념은 약 120년 전 스위스의 한 생리학자가 주장한 이론에서 출발한다. 식품은 섭취된 후에 우리 몸 안에서 복잡한 생리 과정을 거치면서 에너지원을 만들어 내거나 대사 과정에 관여한다. 이 대사 과정에서 식품에 포함되어 있던 성분 중 무기질 성분이 남게 된다. 그중 나트륨이나 칼륨, 칼슘 등은 알칼리성 원소이고 인이나 유황 등은 산성 원소다. 식품이 몸 안에서 분해된 후 알칼리성 원소가 산성 원소보다 많이 남으면 알칼리성 식품이라고 하고, 반대의 경우는 산성 식품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보자. 신맛을 내는 밀감이나 식초 등은 그 자체로는 산성이다. 하지만 분해된 후에는 체내에 칼륨, 나트륨 등 염기성 원소가 많이 남게 되므로 알칼리성 식품이 된다. 반면 육류는 섭취 후에 유황과 인이 많이 생성되므로 산성 식품이 된다. 일반적으로 산성 식품에는 육류, 어류, 계란 노른자, 곡류 등이 포함된다. 알칼리성 식품 중에선 과일류, 야채류, 감자, 미역, 다시마, 우유 등이 대표적이다.

○ 소주가 ‘산성’이라는 오해

‘산성 식품을 먹으면 혈액이 산성화돼 해롭고, 알칼리성 식품은 건강에 좋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장시간 산성 식품(특히 육류 등 동물성 식품)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인체는 pH 7.35∼7.45인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신체의 항상성) 때문에 체내의 알칼리성 원소를 사용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체액이 산성화돼 긴장과 피로가 유발되고, 성격도 신경질적으로 변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산성 식품을 오랜 기간 과다하게 섭취하지만 않는다면 실제로는 혈액의 산성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몸이 어느 정도의 변화는 잘 조절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산성 식품 섭취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육류를 많이 먹을 경우 그것이 산성 식품이란 점 때문이 아니라 포화지방 과다 섭취 때문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더 높다. 육류에 다량 포함된 포화지방은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 산성 식품으로 분류되는 육류는 건강을 유지하는 데 있어 없어선 안 될 중요한 단백질의 보고이자 에너지원이다.

반면 커피는 칼슘과 마그네슘이 풍부한 강력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그러나 산성화된 혈액을 중화하겠다고 카페인이 많은 커피를 과음하는 게 좋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한편 ‘산성 식품’인 소주를 과음한 후 중화를 위해 발효 식초를 주원료로 하는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식초가 알칼리성 식품이라고 생각해서다. 그런데 이는 아예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 것이다. 왜냐하면 소주는 산성 식품도, 알칼리성 식품도 아닌 중성 식품이기 때문이다.

결국 산성 식품이 좋지 않다거나 알칼리성 식품이 몸에 좋다는 얘기는 특정 질환을 앓아 신체의 균형이 깨진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인에게는 그다지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과일, 야채, 해조류 등 알칼리성 식품을 섭취하도록 권장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알칼리성 식품이라서가 아니다. 편식을 예방하고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하도록 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이근배 신세계백화점 상품과학연구소장·식품기술사 kblee017@han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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