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음악 - 의상디자인 - 미디어아트에 묻혀버린 춤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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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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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용 공연 ‘마이크’ ★★★

‘마이크’는 다장르 융합을 내세운 만큼 화려하고 다채로운 무대였지만 그 중심이라 할 춤이 공연을 이끌지는 못했다. 한국공연예술센터 제공
‘마이크’는 다장르 융합을 내세운 만큼 화려하고 다채로운 무대였지만 그 중심이라 할 춤이 공연을 이끌지는 못했다. 한국공연예술센터 제공
다장르 융합과 통섭 프로젝트. 22, 2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린 무용 공연 ‘마이크’가 내세운 콘셉트다. 무용을 중심으로 드라마투르기(극적 구성), 음악, 무대 및 의상디자인, 미디어아트 등 모든 장르를 뒤섞어 미래적인 작품을 선보이자는 취지였다.

무용은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다른 장르의 예술과 교류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장르가 동등한 입장에서 조화로운 배치를 이룩하겠다는, 이 공연의 예술감독이자 안무가인 안애순의 강한 예술적 의지로 이해했다.

60분간 기교와 감정이 극도로 절제된, 마치 인형이 추는 것 같은 춤이 이어졌다. 공중에 매달린 마이크를 어루만지면서 대화를 나누는 예효승은 기계적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을 잘 표현했다. 거대한 빌딩 숲 같기도 하고, 노래방 또는 마이크 그 자체인 것 같은 회색 빛 공간과 채도를 낮춘 원색의 의상이 조화로웠다. 음악감독 성기완과 가수 남상아가 대중음악을 모티브로 왜곡되고 분절된 소리를 주고받는 장면은 공연의 절정이었다. 이에 비해 천장에서 일순간 떨어진 60여 개의 마이크, 그 속에 나타난 은빛 우주복에 펜싱마스크를 쓴 김정선의 한국 춤사위는 피날레의 감동을 주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모든 장르와 요소의 조화로운 배치를 추구했지만 주체격인 춤이 극을 이끄는 엔진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번 작품은 1917년 파리에서 첫선을 보인 초현실주의 무용작품 ‘퍼레이드’를 떠올리게 한다. 퍼레이드를 거론할 때 사람들은 당시 안무가인 마신보다 콕도(대본), 사티(음악), 피카소(무대와 의상)의 이름을 더 많이 거명한다. 협업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은 이미 한 세기 전이며, 천재 예술가들의 역사적인 무용 작품 속에서도 타 예술에 가리어 춤이 보이지 않았던 경우는 종종 있다.

최첨단의 예술로 인식되고 있는 다원예술 공연을 볼 때마다 비빔밥이 생각난다. 이번에도 비비기는 했으나 밥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다채로운 나물 맛에 혀는 잠깐 즐거웠으나 포만감이 없었다.

장인주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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