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75>予三宿而出晝호되 於予心에 猶以爲速하노니 王庶幾改之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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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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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제나라 도성을 떠나 晝(주) 땅에 사흘간 머물다가 나갔다. 이때 제나라 사람 尹士가 맹자를 비난했다. 그의 말을 전해 듣고 맹자는 자신이 도를 실행하고자 천리 먼 길을 와서 왕을 만나보았지만 뜻이 맞지 않은 까닭에 不得已(부득이)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왕이 혹시라도 마음을 바꿀까 기대하여 곧바로 주 땅을 나가지 못했노라고 덧붙여 말했다.

晝(주)에 대해, (화,획)(획)이 옳다는 설도 있다. 猶는 ‘그런데도 오히려’라는 뜻을 나타낸다. 以爲∼는 ‘∼하다고 여긴다’는 말이다. 庶幾는 ‘부디 바라건대’의 뜻을 지닌다. 王如改諸는 왕이 만일 그 일을 고치신다면의 뜻이다. 如∼는 ‘만일 ∼한다면’의 뜻을 나타낸다. 諸(저)는 지시사의 기능을 지닌다. ‘그 일’은 어떤 일을 가리키는지 드러나 있지 않다. 反予는 나의 발길을 돌리게 한다는 뜻이다.

맹자가 주 땅에서 세 밤을 자면서 제나라 왕이 혹 마음을 바꾸어 다시 불러줄까 기다린 일은 공자가 陳(진)과 蔡(채)에서 곤액을 당했던 일과 함께 옛 성현들이 고난을 겪은 일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史記’ ‘孔子世家’에 보면 공자가 陳, 蔡 사이에 있을 적에 楚(초)나라 왕이 사람을 시켜 공자를 초빙하자 진, 채의 大夫들이 ‘공자는 賢者(현자)이므로 만약 초나라에 그가 쓰이게 된다면 진, 채의 대부들이 위태롭게 될 것이다’ 하고 서로 사람들을 시켜 공자를 포위하므로 공자가 가지 못하고 양식이 떨어져 제자들에게는 주린 기색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옛사람들은 군주의 정책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하더라도 군주에 대한 기대를 끝까지 버리지 않고 왕이 부디 고치기를 바랐다. 그래서 맹자의 ‘王庶幾改之’를 군자의 말이라고 여겨 상소문에서 자주 인용했다. 이러한 군신 관계는 오늘날의 정치구조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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