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조수미 파크콘서트’ 무대 서는 세계 테너계 선두주자 조지프 칼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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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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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절, 우상<파바로티>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죠”

나긋한 음성과 풍부한 표현력을 지녔다는 평을 받는 테너 조지프 칼레야. 현대캐피탈 제공
나긋한 음성과 풍부한 표현력을 지녔다는 평을 받는 테너 조지프 칼레야. 현대캐피탈 제공
한 몰타 소년의 일생을 바꾼 것은 영화였다.

13세 때 무심코 본 영화 ‘위대한 카루소’에서 카루소 역으로 출연한 미국 테너 마리오 란자의 음성을 흉내 내기 시작했다. 이어 영국의 친척집에서 구한 ‘에센셜 파바로티 2집’을 워크맨에 넣고 다니며 흥얼거렸다.

‘2분간 소리 내면 2주간 목이 쉬는’ 독특한 연습에 몰두하던 몰타의 작은 소년은 이제 거인으로 성장했다. 유럽과 북미의 주요 오페라하우스에서 주요 배역을 휩쓸고 있는 테너 조지프 칼레야(33)다. ‘빅3 테너’ 이후 시대의 선두주자 중 한 명으로 멕시코의 롤란도 비야손(39), 사고로 5일 세상을 떠난 살바토레 리치트라와 늘 함께 거명된다. 전설적인 테너 유시 비엘링이 떠오르는 짙은 비브라토, 저음에서 고음까지 이어지는 깨끗한 음색과 열정적이고 애절한 표현이 특징인 리리코(서정적) 테너다.

칼레야는 2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현대캐피탈 인비테이셔널 조수미 파크 콘서트’ 무대에 선다. 콘서트의 주인공인 조수미 못지않게 국내 음악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칼레야를 16일 전화로 만났다. 현재 프랑스에 있는 그는 시종 명랑한 목소리로 질문에 답했다. 그는 2004년 ‘홍혜경과 친구들’ 갈라 콘서트에서 처음 한국 무대에 섰다.

“조수미와는 2003년 체코에서 처음 만났는데 아름다운 사운드와 빼어난 기교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훌륭한 성악가와 한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어 가슴이 두근거리고, 한국 팬들과 다시 만나게 돼 무척 기쁩니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비제 ‘카르멘’ 중 ‘꽃의 노래’, 푸치니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 라라의 ‘그라나다’, 번스타인의 ‘캔디드’ 중 ‘우리의 정원을 가꾸자’를 부른다.

혼자 성악가들을 흉내 내던 칼레야에게 정식 성악 공부를 권한 이는 그의 숙모였다. 청소년기에 몰타 국립 가극장의 합창단원을 하면서 1950년대 코번트가든에서 활동했던 테너 폴 아시악에게 배웠다. 정식으로 음악학교를 다니지는 않았다. 19세 때인 1997년 베르디 오페라 ‘맥베스’의 맥더프로 데뷔했고 오스트리아 빈 벨베데레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이듬해 이탈리아 밀라노 카루소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테너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당시 나는 어렸고 잃을 것이 없었죠. 두려움 없이 실력을 보여주기만 하면 됐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성공 비결은 세 가지였습니다. 타고난 재능과 끊임없는 공부, 자기관리. 여전히 유효한 것들입니다. 어렸을 적 우상이었던 카루소와 파바로티를 비롯해 테너 자코모 라우리볼피, 베니아미노 질리는 영원한 스승이에요. 그들이 존재했기에 지금의 내가 있죠.”

그는 “빅3 테너에게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고 나를 ‘제2의 파바로티’로 부르는 사람도 많지만 파바로티는 오직 한 사람”이라면서 “나는 테너 칼레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칼레야는 2010∼2011시즌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라보엠’의 로돌포,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에드가르도, ‘리골레토’의 만토바 공작을 맡았다. 독일 뮌헨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사랑의 묘약’과 ‘라보엠’, 베를린 도이치 오페라 극장에서는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공연했다.

젊은 나이에 많은 것을 이룬 그가 더 바라는 것이 있을까. 그는 진한 웃음을 섞어 답했다.

“오페라 가수의 삶은 무척이나 고되고 외롭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고 매일매일 음악에 헌신해야 하죠. 하지만 나는 더 높이, 더 멀리 가는 꿈을 꿉니다. 그 꿈을 계속 꾸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일입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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