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의 서울시향, 英 에든버러 페스티벌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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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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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창’에 담은 한국적 열정… 찬탄이 터졌다

24일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무대에 선 서울시향. 열정적인 연주로 유럽 관객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24일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무대에 선 서울시향. 열정적인 연주로 유럽 관객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정명훈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위풍당당하게 영국 에든버러에 입성했다. 8월 24일 오후 7시 반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메인 공연장인 어셔홀에서 서울시향은 메시앙의 ‘잊혀진 제물’, 진은숙의 생황 협주곡 ‘슈’,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을 연주해 1800여 관객의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영국 북부 날씨처럼 차갑다고 알려진 에든버러 관객에게 기립박수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정명훈과 서울시향이 연주한 ‘비창’의 4악장 아다지오 라멘토소(느리고 슬프게)의 마지막 음이 서서히 사라지자 관객들의 반수 가까이가 일어서서 열렬한 환호와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에든버러 가이드’의 음악평론가 사이먼 톰슨은 “20년 가까이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연주회를 보았지만 기립박수를 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놀라울 정도로 충만하고 에너지와 생명력이 넘치는 연주”라고 서울시향의 연주를 극찬했다.

연주회 직전 기자간담회에서 조너선 밀스 에든버러 페스티벌 예술감독은 ‘아시아 오케스트라 중에서 유일하게 서울시향을 초청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내가 훌륭한 오케스트라를 규정하는 기준은 지휘자와 단원들의 호흡이 얼마나 잘 맞느냐에 있다”고 명쾌하게 대답했다. “카라얀과 베를린 필, 사이먼 래틀과 버밍엄 시티 심포니가 그랬듯, 지난해 한국에서 서울시향의 연주를 들었을 때 나는 서울시향과 정명훈 사이의 특별하고도 강한 유대관계를 느꼈고 초청을 결심했다.”

어쩌면 지나친 칭찬이 아닐까 싶었던 정명훈과 서울시향 사이의 ‘특별하고도 강한 유대관계’는 연주회장에서 그 진면목을 내보였다. 메시앙의 관현악곡 ‘잊혀진 제물’에서 기민함과 약동성을 과시한 서울시향은 생황과 오케스트라를 감각적으로 조화시킨 진은숙의 ‘슈’에서 고도의 테크닉을 여유 있게 소화했다. 관객들은 “생황이라는 동양악기가 스코틀랜드의 전통악기인 백파이프 같은 소리를 내는 게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 연주의 진정한 백미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이었다. 1악장의 발랄한 리듬감과 일사불란한 호흡, 2악장의 부드럽게 빛나는 서정성을 거쳐 3악장 알레그로 몰토 비바체에서 보여준 생동감과 약진하는 다이내믹은 연주 전 정명훈이 장담하던 “차이콥스키를 통해 한국인의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겠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않는 관례에도 불구하고 3악장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억눌린 듯한 찬탄과 함께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연주 후 로비에서 마주친 밀스 감독이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왜 내가 이 오케스트라를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초청했는지 아시겠지요? 서울시향은 얼마든지 우리 페스티벌에 다시 와서 연주할 수 있을 겁니다.” 옆에 있던 에든버러 페스티벌 운영위원 캐럴 그뤼거가 끼어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들은 차이콥스키 중 최고였어요. 4악장은 마치 차이콥스키의 죽음 그 자체를 음악으로 보여주는 듯했죠.” BBC 심포니 사장 폴 휴즈스도 한 마디를 보탰다. “메시앙과 진은숙의 곡은 해석이 쉽지 않은 곡들인데 서울시향은 이 두 곡을 훌륭하게 조합해냈습니다. 차이콥스키에서는 특히 현 파트의 집중력이 탁월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유럽 순회공연 중인 서울시향은 에든버러 페스티벌 전 공연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콘세르트헤바우홀(19일)과 오스트리아 그라페네크(21일) 연주에서 전석 매진을 이뤘다.

에든버러=전원경 통신원
작가·글래스고대 문화정책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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