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세계, 시인 17명 ‘내 삶의 첫’ 특집 꾸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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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성대에서 놀았고

첨성대 詩로 등단

드디어 ‘첨성’을 아호로

정호승 시인


정호승 시인의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첨성대가 있다. 몇 해 전 겨울 정 시인이 직접 찍은 것이다. 그는 평소 “나는 첨성대를 사랑한다”고 말해왔다. 어릴 적 대구에서 살던 그는 방학이면 경북 경주 외할머니 집을 찾아 사촌들과 첨성대 앞에서 놀았고, 그런 유년의 기억을 담은 시 ‘첨성대’로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별을 바라본다’는 뜻의 ‘첨성’을 아호로 짓기도 했다. “평생 시를 쓰는 일, 그것은 첨성대 위에 올라 별을 바라보는 일이며, 평생 별을 바라보는 사람이 바로 시인이다.”

계간 시인세계가 최근 나온 가을호 특집 ‘시인의 첫, 내 삶의 첫’에서 시인 17명이 자신의 시와 삶에서 ‘처음’의 의미를 되짚어본 ‘회고담’을 묶었다.

김종길 시인은 1946년 고교 1학년 때 쓴 시 ‘소’를 소개하며 “나는 (슬픈 눈망울을 가진) 소와 슬픈 운명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한다. 유안진 시인은 1963년 ‘서울 천리를 와서 가랑잎 하나 줍다’란 1행시인 ‘서울살이’를 스승인 박목월 시인에게 수줍게 보여드렸던 기억을 떠올린다.

마광수 연세대 교수는 1979년 발표한 시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를 자신의 ‘처음’으로 꼽았다. 마 교수는 “1989년에 이 시를 내 에세이집 제목으로 쓰자 폭발적인 반응이 터져나왔다”며 “이 시는 나를 처음으로 세상의 거친 풍파 속으로 내몬 작품”이라고 돌아봤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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