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한중일 여성들, 남자친구 키? 나보다 13∼16cm는 커야죠!

  • Array
  • 입력 2011년 8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제 여자친구는 키는 164cm는 돼야 합니다. 혹 저보다 키다 크다고 해도 괜찮아요.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 사람의 성격입니다. 누군가 사랑하게 된다면 동거를 한번 해볼 생각입니다. 다만 그녀가 모든 사생활을 간섭하는 것은 참을 수 없습니다. 물론 저 또한 심하게 간섭할 생각이 없고요. 항상 바쁜 그녀가 저와 데이트할 시간이 없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일에서 성공할 수만 있다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중일 마음지도’ 프로젝트의 설문조사 결과로 나타난 대다수 한국 남성의 ‘이성관’을 요약하면 이렇다. 대다수의 한국 여성은 남성과 달리 자신보다 키 작은 남성을 교제상대로 탐탁지 않게 생각했고, 동거에 대한 긍정적 답변의 비율도 남성보다는 한참 낮았다.

중국인과 일본인도 이번 조사에서 저마다의 특징을 드러냈다. 중국인의 경우 결혼 이후 배우자의 과거 이성교제나 성관계 여부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일본인은 ‘우정’보다 ‘사랑’을 택하는 경우가 세 나라 중 가장 많아 눈길을 끌었다.

○ 한국 男 “이상형 여성의 키는 164cm”

조사 대상인 한국 남성의 평균 키는 173.1cm, 한국 여성은 160.8cm였다. 세 나라 중 남녀 모두 평균 키가 가장 컸다. ‘교제 상대의 키가 얼마였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대한 이들의 답변은 각각 평균 163.9cm, 177.1cm였다. 한국 남성은 자기보다 9cm 정도 작은 여성을 가장 이상적이라 여기고, 여성은 자신보다 16cm는 커야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이 발견됐다. 한국 남성들이 자신의 키와 상관없이 이상적인 교제 상대의 키로 164cm 안팎을 꼽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50대 남성과 ‘이상형 여성’의 키 차이는 5.8cm였지만, 20대로 내려오면 그 차이가 11.2cm로 벌어졌다. 이런 경향은 중국과 일본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는 남성들이 자신의 연령에 상관없이 젊고, 예쁘고, 매력적이며, 건강한 여성을 이성 교제의 대상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해석도 있다. 전중환 경희대 교수(진화심리학 전공)는 “남성에게 있어 여성의 키는 얼굴이나 몸매보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너무 크거나 작지 않은 키를 선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의 얼굴과 몸매는 건강과 번식능력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다. 전 교수는 “반면 여성들은 키가 남성의 건강과 번식능력을 대표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것이 바로 여성이 남성의 키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 남성은 ‘아담한 여성’을 선호하는 경향성이 두드러졌다. 한국이나 중국 모두 교제 상대의 키가 평균보다는 3∼4cm 크기를 원했지만 일본 남성만큼은 일본 여성 평균(158.2cm)보다 고작 0.9cm가 큰 159.1cm의 여성을 원했다.

이는 일본의 ‘가와이(可愛い·귀여운) 문화’의 영향으로 보인다. 일본인들은 큰 것보다 작고 귀여운 것에 대한 선호가 강하다. 여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일본에서 한국 걸그룹이 인기를 끄는 것도 가와이 문화의 영향이 크다.

한중일 남성들은 공히 자신보다 키가 큰 상대와의 결혼에 긍정적이었다. 반대로 여성들은 세 나라 모두 자신보다 키가 작은 남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나마 일본 여성은 키 작은 남자와의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 비율이 24.2%로 한국(13.4%)이나 중국(11.0%)보다 다소 높았다.

○ 혼전 성관계에 관한 한국 남녀 시각차는 여전

한국 남성은 20, 30, 40대 모두 60% 이상이 혼전 동거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50대(48.4%)만 절반을 조금 밑돌았을 뿐이다. 여성의 경우 △20대 40.0% △30대 37.9% △40대 24.4% △50대 29.5%로 젊은 층일수록 동거에 대한 거부감이 낮았지만, 남성보다는 여전히 보수적 성향을 드러냈다. 중국은 한국과 비슷했다. 일본의 경우 남성(54.2%)은 한국과 중국에 비해 동거에 대한 적극성이 낮은 데 반해 여성(43.8%)은 다른 나라들보다 높아 남녀 격차가 가장 낮았다.

‘사랑하지 않는 상대와의 성관계가 가능하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남성 중 중국 남성이 가장 보수적이었다. 한국과 일본은 긍정적 답변이 50%가 넘었지만, 중국은 33.0%에 그쳤다. 여성들의 경우 세 나라 모두 8∼8.4%만 긍정적으로 답해 이에 대한 반감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문옥표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장(문화인류학)은 “수치상으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혼전 성관계나 동거 문제에 관한 한 한국 중국 일본의 실제 차이는 거의 없다”며 “서양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동거는 하더라도 혼외 자녀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남성 44.2%가 ‘배우자의 과거 이성교제나 성관계 여부가 중요하다’고 답해 한국 남성(30.2%)과 일본 남성(22.0%)보다 훨씬 혼전 관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이런 생각이 자신의 혼전 성관계에 대한 답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일본인들의 ‘구속’에 관한 이중성

일본 여성은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일을 하든 간섭하고 싶지 않다’는 데 대해 13.6%만 그렇다고 대답했다. 61.8%는 ‘간섭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의 간섭이 심할 경우 헤어질 수도 있다’는 데 대해서도 70.4%가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나는 일정 부분 상대를 간섭할 수 있지만, 상대가 구속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일본 남성도 여성에 비해 정도는 조금 약하지만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의 라경수 HK연구교수는 “일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서로 간섭받는 것을 아주 싫어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만 보면 일본 여성들이 조금은 이기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여성이 흔히 순종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이미지”라고 전했다.

한국의 경우는 남성은 ‘상대를 간섭하지도, 상대로부터 간섭받지도 않겠다’는 이들이 다수였던 반면, 여성은 일본 여성에 버금가는 이중성을 보였다.

○ 여성이 남성보다 더 의리파다?

조사 대상자들에게 ‘친구의 애인을 좋아하게 됐다면 사랑과 우정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의외의 결과가 도출됐다. 한중일 모두 여성이 우정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한국 여성은 무려 84.0%가 우정을 선택했고, 중국과 일본 여성도 각각 78.8%와 73.6%가 의리를 택했다. 반면 남성은 △한국 72.0% △중국 67.2% △일본 62.2%만이 우정이라고 답했다.

나라별로는 한국인 78.0%가 우정이라고 답해 중국(73.0%)보다 친구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더 강했고, 일본(67.9%)은 상대적으로 사랑을 선택한 이들의 비율이 높았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