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15>孟子將朝王이러시니 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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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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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孫丑(공손추)·하’ 제2장은 대화문이 길게 이어져 연극이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齊나라 왕(제후)이 비록 맹자를 賓師(빈사)로 초청했지만 예의에 맞지 않게 조정에 오라고 하자 맹자는 끝내 조정에 나가지 않는다. 위 대화문은 그 첫 번째 장면이다. 맹자가 제나라 왕을 만나러 조정으로 가려던 차에, 왕이 보낸 사람이 와서 왕이 감기 때문에 뵈러 오지 못하니 조정으로 와달라고 청했다. 맹자는 왕이 감기를 구실로 자신을 조정으로 오라고 부르는 것은 부당하다고 여겨, 병이 나서 조정에 갈 수 없다고 대답했다.

朝王은 왕에게 朝會(조회)하러 간다는 말이다. 王은 제나라 宣王(선왕)이다. 來曰의 曰 이하는 제나라 왕의 말이다. 寡人은 寡德之人(과덕지인)의 줄인 말로, 제후가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如就見者는 ‘제 쪽에서 가서 뵈어야 하는 듯합니다’ 정도의 뜻이다. 如를 꾀한다, 장차, 마땅히 등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寒疾은 감기이다. 不可以風은 바람을 쐴 수 없다는 뜻으로, 風은 동사이다. 朝將視朝에서 처음의 朝는 明朝(명조·내일 아침), 視朝의 朝는 朝廷(조정)의 정무를 말한다. 단, 朝將視朝를 ‘선생께서 조회에 나오면 과인이 장차 조정의 정무를 보겠습니다’로 풀이하기도 한다. 不識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하고 완곡하게 묻는 말이다. 可使寡人得見乎는 ‘과인으로 하여금 선생을 뵙게 해주시겠습니까’라고 요청하는 말이다. 造朝는 조정에 나아간다는 말이다.

옛사람들은 군주가 명을 내리면 수레를 준비할 겨를도 없이 달려가는 것이 正道(정도)라고 보았다. 또 군주가 부귀를 내세워 강제하더라도 이쪽은 인의로 대응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맹자는 賓師였으므로 신하의 예를 지킬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고 맹자의 처신을 누구나 따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 아무리 군주라 해도 지위를 이용해서 상대를 강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점, 이것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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