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06>故로 曰爾爲爾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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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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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시대 魯(노)나라의 柳下惠(유하혜)는 정치 참여와 인간관계에서 不恭(불공·공손치 못함)의 태도를 취한 사람이다. 맹자에 따르면 유하혜는 더러운 군주를 섬김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작은 벼슬에 취직함을 비굴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러한 태도는 伯夷(백이)가 악인의 조정에 서는 것과 악한 사람과 더불어 말하는 것을 마치 公服(공복)을 입고 더러운 진흙과 숯 위에 앉아 있는 듯이 여겼던 것과는 다르다. 또한 유하혜는 어떤 사람이 곁에서 웃옷 한쪽을 벗거나 아예 몸을 다 드러내더라도 掛念(괘념)하지 않았다. 이것은 백이가 고을 사람과 함께 서 있을 때 그 고을 사람이 冠(관)을 바르게 쓰고 있지 않으면 허둥허둥 떠나가 마치 장차 자기를 더럽히기라도 할 듯이 했던 것과는 다르다.

曰 이하는 유하혜가 했던 말이나 혹은 했음 직한 말을 옮긴 것이다. 爾爲爾는 ‘너는 너다’라는 말이다. 이때의 爾는 너 汝(여)와 마찬가지로 이인칭 대명사다. 我爲我는 ‘나는 나다’라는 말이다. 혹은 ‘爾爲爾, 我爲我’를 ‘너는 네 일이나 해라, 나는 내 일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袒(석,체)은 웃옷의 한쪽 어깨를 드러내는 일을 말한다. 옛날에는 자신의 본색을 드러낸다는 뜻에서 한쪽 어깨를 드러내기도 하였다. 그 흔적이 일본의 무사 풍습에 남아 있었다. 여기서는 무례하게 구는 것을 비유한다. 裸정은 옷을 벗어서 裸體(나체)가 됨을 말한다. 더욱 무례한 태도를 짓는 것을 비유한다. 爾焉能매我哉는 반어법의 표현이다. 焉은 ‘어찌’라는 뜻의 의문사다.

유하혜는 남이 아무리 무례한 태도를 짓더라도 괘념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맹자는 그를 성인 가운데 和(화)를 궁극에까지 실천한 분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和는 정의의 관념이 없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鄕原(향원)의 일이 아니다. 金時習(김시습)이 말했듯이, 배움이 깊고 덕이 충만한 사람의 일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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