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중궁궐, 감춰진 속살을 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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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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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박물관 ‘창덕궁’특별전, 8월 28일까지
왕의 변기-銀가마솥 등 유물 100여점 전시

①창덕궁 희정당 접견실의 서양식 화장대. 1920년대에 설치한 것이다. ②임금이 사용했던 변기, 매화틀 ③창덕궁 출입증표, 신부(信符) ④왕실용 은제 대형 가마솥 ⑤선정전 지붕에 올렸던 청기와 자료: 국립고궁박물관
①창덕궁 희정당 접견실의 서양식 화장대. 1920년대에 설치한 것이다. ②임금이 사용했던 변기, 매화틀 ③창덕궁 출입증표, 신부(信符) ④왕실용 은제 대형 가마솥 ⑤선정전 지붕에 올렸던 청기와 자료: 국립고궁박물관
《박물관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창덕궁을 만난다. 서울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이 문화재청 창립 50주년을 맞아 28일부터 8월 28일까지 특별전 ‘창덕궁, 아름다운 덕을 펼치다’를 개최한다. 고궁을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특별전이다. 창덕궁은 1405년에 축조된 이래 가장 오랫동안 조선의 통치 공간으로 사용됐다. 인공을 배제하고 자연 지세를 그대로 살려 자연친화적인 궁궐로 꼽힌다.》
이번 전시는 창덕궁의 역사와 의미,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창덕궁을 건물 중심으로 관람했다면 이번 전시는 다양한 자료를 통해 창덕궁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창덕궁의 역사, 공간배치의 특성, 영역별 전각별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유물 100여 점과 각종 사진, 영상자료를 소개한다. 창덕궁과 창경궁을 세밀하게 묘사한 국보 249호 ‘동궐도(東闕圖)’(1820년대 말), 인조반정 때 소실된 창덕궁의 수리 과정을 기록한 ‘창덕궁수리도감의궤’(1647년) 등 창덕궁 건축 역사와 관련된 기록문헌, 영조가 희정당에서 인사행정을 하던 모습을 그린 ‘갑인춘친정도(甲寅春親政圖’(1734년), 창덕궁 후원에서 정조와 규장각 관원들이 꽃구경과 낚시를 즐기면서 쓴 시를 한데 모은 ‘내원상화임자갱재축(內苑賞花壬子갱載軸)’(1792년) 등 창덕궁에서 펼쳐졌던 각종 행사 모습을 담은 서화, 규장각 중희당 연경당 등 창덕궁 전각의 현판, 궁궐에서 사용하던 생활도구 등이 전시된다.

전시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동궐도’. 이 그림은 그 규모나 정교함, 예술성에서 조선시대 기록화의 백미로 꼽힌다. 273cm×584cm 크기의 거대한 화폭에 창덕궁 창경궁을 세밀하게 그렸다. 창덕궁과 창경궁은 경복궁의 동쪽에 있다고 해서 동궐로 불렸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부감(俯瞰)시점을 사용해 평행사선 구도로 정확하게 그려냈다. 고려대와 동아대 소장본이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동궐도는 16폭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번 전시에는 고려대 소장 동궐도 가운데 한 폭을 선보인다. 전체 모습은 복제품으로 감상할 수 있다.

임금용 접이 의자.
임금용 접이 의자.
임금이 사용했던 접이식 의자, 궁중 수라간에서 사용했던 은으로 만든 가마솥, 왕의 변기인 ‘매화틀’, 왕실 촛대와 등잔 등 생활도구들도 흥미롭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매화틀. 발받침이 있는 나무 좌대와 청동 용변기로 구성됐다. 조선시대 임금의 대변을 매화라고 부른 데서 매화틀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나인이 용변기에 잘게 썬 여물을 깔아 놓으면 임금이 볼일을 봤고 나인이 다시 여물을 덮어 변기를 빼내가곤 했다. 이것을 내의원으로 가져가 임금의 건강을 체크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창덕궁 사진을 보면 인정전이나 대조전 내부에서 샹들리에, 유리창, 욕조 등을 발견하게 된다. 순종이 생활하던 1920년대 전후 서양식 인테리어로 수리한 흔적이다. 동궐도 제작 당시 창덕궁 모습을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한 영상물, 창덕궁 석조물에 새겨진 각종 무늬 탁본도 함께 전시한다. 02-3701-7633∼4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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