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레스토랑]이탈리아-동양 요리 접목시킨 SG다인힐 세프 현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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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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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생선 구하려 어부들과 고기잡이 가기도

현정 셰프는 SG다인힐의 R&D센터장을 맡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삼원가든’ 지하의 R&D센터는 현 셰프가 온갖 재료로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실험실’겸 ‘창작 스튜디오’다.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현정 셰프는 SG다인힐의 R&D센터장을 맡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삼원가든’ 지하의 R&D센터는 현 셰프가 온갖 재료로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실험실’겸 ‘창작 스튜디오’다.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스트레이트 모차렐라 카프레제와 모듬 올리브 샐러드
스트레이트 모차렐라 카프레제와 모듬 올리브 샐러드
13년간 이탈리아 요리 외길을 걸어온 현정 셰프(37)는 현재 외식브랜드기업 ㈜SG다인힐의 총괄수석 요리사이자 연구개발(R&D)센터장을 맡고 있다.

현 셰프는 2008년 SG다인힐에 합류한 뒤 대표 브랜드인 ‘블루밍 가든’을 비롯해 ‘부띠끄 블루밍’ ‘봉고’ ‘패티 패티’ 등의 레스토랑을 모두 론칭했다. ‘블루밍 가든’은 셰프 레스토랑으로는 이례적으로 2년여 만에 5개 매장을 오픈하면서 장안 미식가들에게 화제가 됐다. 고급 정찬인 ‘파인 다이닝(Fine Dining)’에서의 성과도 눈에 띈다. 2008년 9월에 오픈한 이탈리안 파인 다이닝 ‘부띠끄 블루밍’은 최근 레스토랑 리뷰 ‘블루리본 서베이’로부터 ‘리본 3개, 자기 분야 최고 레스토랑’으로 선정됐다. 1130여 개 추천 레스토랑 가운데 17개 안에 들었으니 대한민국 1%라 할 수 있다.

친구집 화덕보고 요리 관심

현 셰프는 “어려서부터 요리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고 했다. “부모님이 맞벌이로 모두 바쁘셔서 집에선 주로 누나, 여동생과 함께 있었어요. 게다가 어머니는 요리에 별로 취미가 없으셔서 어쩔 수 없이 저희들끼리 항상 요리를 만들어 먹어야 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경양식집’을 운영하는 친구 아버지를 만났다. “가정집에서 못 보던 화덕이나 스토브를 보니 참 신기하더군요. 이게 내 길인가 보다 하고 결심했죠.”

대학에서 조리학을 전공한 뒤 서울 강남구 선릉의 이탈리아 식당을 거쳐 청담동 이탈리아 식당의 메카인 ‘본 뽀스토’에서 5년간 근무했다. 이곳에서 어윤권 씨 등 유명 셰프에게서 정통 이탈리아식 요리 비법을 전수받을 수 있었다.

2008년 SG다인힐에 영입된 뒤로는 그에게 새로 오픈하는 레스토랑의 콘셉트를 잡는 것부터 메뉴 개발까지 무거운 과제가 주어졌다. “남들처럼 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했죠.”

화려한 겉모습과 다른 요리사

포치니버섯 리조토와 오리가슴살
포치니버섯 리조토와 오리가슴살
새 메뉴 개발을 위해서는 해외 유명 레스토랑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중요했다. “미국 출장을 가서는 유명 레스토랑을 하루 10∼12군데 돌았어요. 배는 너무 부른데 음식은 맛있고 정말 힘들더라고요. 소화도 안 되고 설사도 하고, 오히려 살이 더 빠졌어요.”

맛의 기본은 좋은 재료. 그는 “친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재료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재료를 구하려고 서해안에서 어부들과 함께 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으러 가기도 했다.

정성껏 고른 재료 때문에 곤혹스러울 때도 있다. “지난해 무화과와 부라타 치즈가 들어간 피자 신메뉴를 준비했어요. 그런데 재작년까지 잘 공급되던 무화과가 없는 거예요. 농민들이 장사가 안 된다고 밭을 다 갈아엎어 버렸거든요.”

현 씨는 대중이 푸아그라(거위 간)를 쉽게 접하도록 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은 ‘유기농 야채와 함께한 오리에센스를 곁들인 스트립 파스타와 카포나타 푸아그라 요리’라는 긴 제목의 메뉴를 개발했다. 푸아그라가 최고급 요리로 꼽히지만 한국인 입맛에는 약간 느끼한 것이 사실. 현 씨는 신선한 채소와 게, 가재 등 갑각류와 결합한 새로운 푸아그라를 선보였다. “궁합이 맞는 음식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해요.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좋은 조합을 찾기 위해 계속 실험하고 있지요.”

이탈리아 요리에 성게알, 어란 등 동양식 재료를 접목하는 것도 그의 주요 과제다.

처음 그가 요리를 시작하던 13년 전과 비교하면 요즘 요리사에 대한 시각은 많이 좋아졌다. 스타 셰프도 많아졌고, 요리를 하겠다는 젊은이도 많다. 하지만 현 셰프는 후배들에게 ‘허황된 겉모습에 현혹되지 마라’고 충고했다.

“요리사는 경쟁이 무척 치열하고 힘든 직업입니다. 정말 음식을 사랑하고 치열하게 실력을 쌓아가겠다는 마음 없이 그냥 ‘멋있어 보이니까’ 하고 들어오면 십중팔구 금방 포기하고 나가죠.”

그렇다면 좋은 요리사의 자질은 무엇일까. “요리에 대한 감각도 중요하지만 ‘열린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지 말고 뭐든지 새롭게 받아들이고 느껴 자신만의 것을 개발하는 능력이랄까요.”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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