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시장 게릴라’ 1인 출판사 아이디어 하나로 버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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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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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의 다양성과 창의적 콘텐츠…. 1인 출판사가 살아야 한국 출판이 건강해집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최근 1인 출판사(대표 외 직원 2인 이내 출판사)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우수한 출판 콘텐츠를 보유했음에도 자본력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1인 출판사에 제작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각 출판사가 제출한 원고를 검토해 이숲, 산처럼 등 20개 출판사를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 기획력으로 인문 교양에서 승부

1인 출판사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중반. 디지털 시스템의 발달로 제작비가 예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데다 온라인 서점과 대형 서점으로 유통이 집중되면서 1인 출판사가 급증했다. 출판사를 내는 데 특별한 자격 조건은 없다. 만들고 싶은 책을 아무 제한 없이 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1년에 1권 이상 발행한 3000여 개 출판사 가운데 2인 이하 소규모 출판사가 최소 35%는 될 것으로 출판계는 추산한다.

지원 대상인 산처럼은 역사서를, 청계출판사는 철학서를, 이숲은 인문교양서를 주로 낸다. 이숲 김문영 대표는 “인문서는 지질, 컬러,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등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적은 제작비로 출판할 수 있다”며 “인문교양서는 규모는 작지만 충성도 높은 독자군이 있어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지 않아도 꾸준히 이익을 내고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숲은 2010년 ‘인문학 콘서트’로 이른바 ‘대박’을 터뜨려 어느 정도 자본력을 갖추면서 제작비가 높은 편인 미술책도 펴내기 시작했다.

○ 마케팅 비용 압박에 고전

현재 1인 출판사의 상황이 밝지만은 않다. 4인 규모 출판사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2∼3년 전부터 문을 닫기 시작한 1인 출판사 등 소규모 출판사가 부쩍 늘었다”며 “할인 판매가 일반화되고 광고 마케팅 비용이 높아지면서 자본력이 없는 1인 출판사가 먼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출판사의 ‘임프린트(imprint)’도 1인 출판사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임프린트는 출판사가 편집자에게 별도의 브랜드를 내주고 편집, 기획, 제작, 홍보 등 일체의 운영을 맡기는 시스템으로 ‘회사 내부의 1인 출판’이라고 할 만하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임프린트는 역사나 철학 등 1인 출판사가 주로 하는 분야에서 책을 기획하면서도 대형 출판사 조직의 유통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독자 확보가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1인 출판사가 발굴해낸 저자를 대형 출판사에 뺏기는 일도 적지 않다.

○ “오래 나갈 아이템 확보해야 성공”


1인 출판사 대표들은 “1인 출판사로 성공하기 위해선 설립 시 1∼2년간 10종을 낼 만한 아이템, 특히 스테디셀러가 될 만한 아이템을 보유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청계출판사 이요성 대표는 “초기 여러 종을 내고 운영하면 꾸준한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새 책을 낼 수 있다”고 했다. 산처럼 윤양미 대표는 “대형 출판사가 넘볼 수 없는 자신만의 영역 구축과 출판사 근무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영업, 유통 관리까지 함께하는 중소 규모 출판사에서 경험을 쌓아놓는 게 좋다”고 말했다. 1인 출판사의 장점이 순발력인 만큼 재빠르게 기획하고 이후 전 과정을 진행해 나갈 노하우도 필수라고 이들은 충고했다.

이번 지원사업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김기덕 교수는 “대중성과 시장성보다는 기획의 참신성과 내용의 우수성을 기준으로 지원 출판사를 선정했다”며 “1인 출판사가 살아야 창의적 콘텐츠가 많아지고 책의 다양성도 확보된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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