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민정, 첼로 거장 마이스키와 폴란드서 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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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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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000명 古城마을 탄성의 기립박수 화답

첼로 거장 미샤 마이스키 씨(왼쪽)와 한국인 피아니스트 김민정 씨가 26일 폴란드 완추트 마을의 고성 자메크 캐슬에서 열린 음악회 1부에서 슈만 ‘환상소곡집’ 작품73 연주를 마친 뒤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완추트=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첼로 거장 미샤 마이스키 씨(왼쪽)와 한국인 피아니스트 김민정 씨가 26일 폴란드 완추트 마을의 고성 자메크 캐슬에서 열린 음악회 1부에서 슈만 ‘환상소곡집’ 작품73 연주를 마친 뒤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완추트=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라트비아공화국 출신의 첼로 거장 미샤 마이스키 씨(63)는 레슨을 하지 않고 강단에도 서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재능을 알아보고 자신의 집에서 6개월간 가르친 첼리스트 장한나 씨(28)가 단 한 번의 예외였다. 그에게 제자를 키우지 않는 이유를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직접 가르칠 필요 있나요. 저는 공연을 통해 후학을 가르칩니다.”

전 세계를 돌며 공연을 하고 있는 마이스키 씨가 26일 오후 7시(현지 시간) 폴란드의 작은 마을 완추트에서 공연을 가졌다. 인구 2000명의 완추트는 폴란드 남동부 제슈프 시에서 차로 30분 거리. 이곳의 고성(古城)에서 열리는 ‘완추트 뮤직 페스티벌’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공연이었다. 이 페스티벌은 로코코 양식의 18세기 성에서 바로크 시대 등의 음악을 만나는 자리다. 1961년 첫 회 이후 500여 회의 공연이 열렸다.

이날 마이스키 씨는 한국의 피아니스트 김민정 씨(31·성신여대 교수)와 협연했다. 연주하는 악기는 다르지만 마이스키 씨를 ‘공연을 통해 사사’하게 된 것이다. 2006년 제네바 쇼팽 페스티벌에서 우승하고 이듬해 폴란드에서 쇼팽국립협회 주최로 쇼팽 생가에서 초청독주회를 가진 김 씨지만 거장과의 협연을 앞둔 그의 얼굴에는 긴장이 가득했다.

완추트 마을은 그림같이 아기자기했고 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고성 ‘자메크 캐슬’에서 열린 공연은 시간을 중세로 돌린 듯했다. 공연장인 2층 홀은 금세 450여 석이 가득 찼다.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작품 5-2로 시작한 듀오 공연은 슈만의 환상소곡집 작품73의 격정적인 연주로 이어졌다. 슈베르트의 ‘물레방앗간과 시냇물’의 감성적인 선율이 흐를 때는 열린 창문으로 들려오는 시냇물 소리와 새 소리가 어우러져 동화 속의 한 장면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브람스의 첼로소나타 작품 38번을 마지막으로 2시간 동안의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폴란드 제슈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블라디미르 키라치예프 상임지휘자는 “마이스키 씨는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한 연주를 즐겨 함께 공연하기 쉽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김민정 씨가 준비를 많이 했고, 호흡을 잘 맞춰서 훌륭한 공연을 펼쳤다”고 말했다.

마이스키 씨는 “공연장이 아름다웠고 관객들의 반응도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협연을 한 김 씨에 대해선 “나는 연주로 표현하는 사람이지 (말로) 평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라면서도 “김 씨가 곡에 대한 이해를 매우 잘하고 연주에 임했다”고 했다.

공연 후 김 씨는 “힘들었지만 행복한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떨렸는데 나중에는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스키 선생님과 공연을 다시 하면 좋겠지만 솔리스트 활동을 더 한 뒤 (다른 프로그램으로) 10년 뒤에 했으면 한다”며 웃었다.

이번 공연을 추진한 권순덕 쉔부른클래식매니지먼트 대표는 “폴란드의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한국 피아니스트의 저력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내년 가을에 같은 프로그램으로 한국에서 공연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완추트(폴란드)=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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