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기획사’ 시대 콘텐츠 확장 불댕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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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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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 씨의 만화 ‘버디’의 한 장면(왼쪽 위)과 드라마 ‘버디버디’의 한 장면. 에이전시가 원작 만화를 드라마화한 사례다. 그룹에이트 제공
이현세 씨의 만화 ‘버디’의 한 장면(왼쪽 위)과 드라마 ‘버디버디’의 한 장면. 에이전시가 원작 만화를 드라마화한 사례다. 그룹에이트 제공
애프터스쿨의 유이(22)가 푸른 필드 위에서 골프채를 힘껏 휘두른다. 최근 몇몇 채널과 방영을 타진 중인 드라마 ‘버디버디’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에서 유이는 가난을 딛고 일어서 프로 골퍼로 성공한 산골소녀 성미수 역을 맡았다. 원작은 만화가 이현세 씨의 골프 만화 ‘버디’다.

연예인을 연상시키는 ‘만화가 매니지먼트 시대’가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원작 만화의 인기와 에이전트 회사의 적극적인 노력에 힘입어 만화 캐릭터가 광고 모델로 변신하는가 하면 만화나 웹툰의 내용이 드라마나 영화 시나리오로 재탄생하는 일도 흔해졌다.

미술을 소재로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린 웹툰 ‘핑크레이디’의 연우 작가는 에이전트 회사인 ‘케나즈’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이현세 씨는 ‘크릭앤리버코리아’ 소속 작가다. 이외에도 박봉성, 고우영, 웹툰 ‘츄리닝과 식스센스’의 국중록 이상신 작가도 전속 에이전시에 소속돼 있다.

“최근 많은 후배 작가가 에이전트 회사와 계약하고 있습니다. 작가들이 내성적이거나 대인기피증까지 있는 경우가 많아 계약을 대신해 주는 사람들이 필요하죠. 만화가들이 직접 이것저것 따지기도 불편해 하니 작가의 품격을 지켜주면서도 효율적이죠.” 2005년부터 크릭앤리버코리아에 소속돼 있는 이현세 씨의 말.

이런 만화 에이전시는 출판과 신문, 포털 연재 등 1차 저작 판권과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으로 제작될 때 발생하는 2차 저작 판권의 판매 독점권을 갖는다. 수익이 발생하면 에이전시는 대행 수수료로 10% 안팎을 가져가고 나머지는 해당 만화가의 몫이다.

그러나 양측의 에이전시 관행은 사생활까지 구속한다는 비판을 받는 연예계 매니지먼트 관행과는 달리 더 느슨한 형태다.

이현세 씨는 “대행사가 수수료를 가져간다 해도 작가에게 훨씬 이익인 경우가 많다”면서 “실제로 계약도 우리보다 잘하고, 윈윈 관계”라고 말했다.

더욱 바람직한 것은 실제 전문 에이전트 회사가 만화가와 만나면서 2, 3차 문화적 파급효과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 웹툰 작가 연우의 ‘핑크레이디’와 이현세 씨의 ‘개미지옥’은 모두 웹툰이나 출판용 만화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에이전시의 적극적인 매니지먼트 덕택에 각각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됐거나 제작 준비 중이다.

크릭앤리버코리아의 김세한 프로젝트매니저는 “훌륭한 창작자 한 사람만으로도 몇만 배의 문화적 파생력을 얻을 수 있다. 창작자의 권익을 보호하면서 우수한 문화를 만드는 게 에이전시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매니지먼트가 활성화하면서 강풀 등의 만화가들이 소속된 ‘누룩미디어’와 곽백수, 고필헌 씨 등이 있는 ‘케이코믹스’가 ‘원조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에이전트 회사가 기획 단계부터 매니지먼트한 만화도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연재 중인 웹툰 ‘웨스트우드 비브라토’는 에이전시가 투자와 기획을 담당한 만화로 ‘신 암행어사’의 윤인완 작가가 스토리를 맡았다. 작품 구상단계에서부터 2, 3차의 콘텐츠 수익을 기대하며 작품을 기획했다. 이 만화는 천재적인 악기수리공이 사연 있는 음악가들의 악기를 고쳐주면서 각자의 음악에 얽힌 스토리를 그렸다.

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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