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창립하는 한국현대사학회 중점 추진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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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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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左편향 - 反반공주의 역사관 바로 잡을 것”

한국현대사학회가 20일 출범한다. 세계사적 맥락 속에서 한국사 읽기를 통해 역사의 객관성을 확보함으로써
현재 한국 사회의 갈등을 치유할 실마리를 발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1948년 8월 15일 열린 대한민국 정부
수립 경축 행사. 동아일보DB
한국현대사학회가 20일 출범한다. 세계사적 맥락 속에서 한국사 읽기를 통해 역사의 객관성을 확보함으로써 현재 한국 사회의 갈등을 치유할 실마리를 발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1948년 8월 15일 열린 대한민국 정부 수립 경축 행사. 동아일보DB
한국현대사학회는 좌우 이념을 떠난 세계사 속의 객관적인 한국 현대사 정립을 목표로 20일 출범한다. 지금까지의 한국현대사가 지정학적으로 남한과 북한 상황에만 몰입해 기술한 측면이 많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은 세계 냉전체제 속에서 발생한 것이 대부분인데 지금까지의 역사서술에서는 이런 맥락이 올바르게 드러나지 않았다.

또 학회는 우리 사회에서 역사관이 지나치게 이념과 결합된 점을 극복하는 것도 과제로 삼고 있다. 이 문제가 현재 한국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 참여 학자들의 생각이다. 세계사적 맥락 속에서 한국현대사를 객관적으로 조명하면 좌우 이념을 떠나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20일 열리는 창립기념 학술대회의 발표 내용에는 이 같은 문제의식이 잘 드러난다. 학술대회에서는 김학준 KAIST 김보정석좌교수(동아일보 고문)가 ‘한국현대사학의 과제’를 주제로 기조발표를 하고 △김용직 성신여대 교수가 ‘한국현대사 연구와 사관의 문제’ △김명섭 연세대 교수가 ‘한국현대사 인식의 새로운 진보를 위한 성찰’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 ‘한국현대사와 교과서의 문제’를 발표한다.

김학준 교수는 기조발표를 통해 “한국현대사는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사를 이해하지 않고는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할 예정이다. 남한과 북한 자체만 들여다봐서는 6·25전쟁과 남북대결을 제대로 조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냉전으로 남북한의 대결은 시작됐고, 냉전이 해소되면서 남북한의 대화가 가능해지게 됐다는 넓은 관점의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앞으로 옛 소련과 중국의 자료에 기초한 연구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까지 미국의 비밀문건이 여럿 해제돼 현대사에서 미국의 부정적인 행태에 대한 연구도 많이 진행됐지만 옛 소련과 중국 측 자료는 공개되지 않은 것이 많아 한국현대사 왜곡의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다. 일부 공개된 옛 소련 문건을 통해 북한의 남침이 분명히 밝혀졌음에도 북침설이나 미국 또는 남한정부의 남침유도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건국 이후 남한 정부의 공과를 학회는 객관적이고 인류보편적인 시각에서 연구할 계획이다. 김명섭 교수는 발표문에서 “세계 현대사적 맥락으로 한국사를 조망하고 ‘반(反)반공’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1975년 인도차이나 공산화까지 유라시아 대륙을 휩쓸던 세계사적 공산화 흐름을 언급하지 않고 반공주의를 무조건 매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한반도에서 일어난 사건은 세계사의 투영이었다”고 말했다. 또 “반공주의를 반대하는 ‘반반공’주의를 표방하는 것만으로 선(善)으로 인식하던 관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후속 세대의 역사교육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발표문을 통해 “역사교육이 문제가 된 것은 2003년 제7차 교육과정이 시행되면서 근현대사 과목이 독립해 현대사 학계의 여물지 않은 결과물들이 교과서에 반영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며 “내년부터 새로 만들기 시작할 새 교과서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국현대사 총서’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별도의 교과서도 만든다. 권희영 회장은 “학회가 만들 교과서는 자유와 인권, 인본주의 등 인류 보편적 관점이 강조된 역사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회는 학제 간 융합 연구를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상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시민강좌 등을 통해 대중과도 직접 교감할 계획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역사교과서 방치 안돼” 지난해말 창립 본격 추진▼
국내 원로-중견-소장학자에 외국 연구자도 참여

한국현대사학회는 2년여 전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 지인들과 갖던 학술모임에서 내놓은 제안을 계기로 시작됐다. 여건이 맞지 않아 본격적인 준비를 하지 못하다가 작년 말 역사교과서 문제를 더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김용직 성신여대 교수와 강규형 명지대 교수와 함께 본격적인 학회 구성에 나섰다.

한국현대사학회는 한국현대사지원재단 설립도 추후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시민강좌와 교육프로그램 마련, 교과서 저술 등의 활동에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단도 함께 출범시킬 계획이었으나 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있어 뒤로 미뤘다.

세계사적 맥락 속의 한국사를 지향하는 만큼 외국에서 한국현대사 연구자로 유명한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캐스린 웨더스비 교수와 미국 조지워싱턴대의 그레그 브래진스키 교수도 영입했다. 국내 학회에 외국인 학자가 처음부터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현대사학회에는 원로학자와 중견, 소장학자 등이 다양하게 참여한다. 역사학자로 유명한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언론사에 정통한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관계사 대가인 최문형 한양대 명예교수, 국내 헌정사의 대가인 정종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이 참여한다. 초대 회장을 맡은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세계 독립운동사 연구를 전공한 교수로 한국의 독립운동도 세계사적 시각에서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창립기념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 김명섭 연세대 교수는 ‘해방전후사의 인식’의 공동 저자이고, 도진순 창원대 교수는 현대사 분야 국내 1호 박사다. 6·25전쟁 연구의 권위자인 허만호 경북대 교수, 양영조 조성훈 군사편찬연구소 책임연구원과 군사(軍史)분야 전문가인 김광수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교수, 정명복 공주대 교수도 참여한다.

체육사 전공학자인 나영일 서울대 교수와 사진사에 정통한 박주석 명지대 교수, 음악사의 민경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이 문화 예술 스포츠 분야에 참여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한국현대사학회 주요 참여 인사 (가나다순)
◇창립준비위원장:
김학준 KAIST 김보정석좌교수
◇학회장: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창립준비위원: 강규형(명지대) 김광수(육사) 김명섭(연세대) 김용직(성신여대) 나영일(서울대) 나종남(육사) 마상윤(가톨릭대) 민경찬(한예종) 박주석(명지대) 양영조(군사편찬연구소) 이명희(공주대) 이철순(부산대) 전봉관(KAIST) 정영순(한중연) 조성훈(군사편찬연구소) 주익종(낙성대연구소 연구위원)허동현(경희대) 그레그 브래진스키(미국 조지워싱턴대) 캐스린 웨더스비(미국 존스홉킨스대) 등
◇고문: 구대열(이화여대) 김인섭(변호사) 남시욱(세종대 석좌교수) 노재봉(전 총리) 류근일(뉴데일리 고문) 손세일(전 국회의원) 신복룡(건국대 석좌교수) 안병직(서울대 명예교수) 유영익(한동대 석좌교수) 유재천(상지대 총장) 윤형섭(전 교육부장관) 이인호(서울대 명예교수) 이주영(건국대 명예교수) 이홍구(전 총리) 정진석(한국외대 명예교수) 진덕규(이화학술원장) 차하순(전 역사학회장) 최문형(한양대 명예교수) 최정호(울산대 석좌교수) 하영선(서울대) 한흥수(연세대 명예교수) 등
◇회원: 강석훈(성신여대) 김종석(홍익대) 도진순(창원대) 박지향(서울대) 박효종(서울대) 안양옥(교총회장) 이성호(중앙대) 이영훈(서울대) 전상인(서울대) 정명복(공주대) 정종섭(서울대) 등 130여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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