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짝패는 내 연기의 전환 무대

  • Array
  • 입력 2011년 4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연기 생활 5년 차 엄친아 탤런트 이상윤

젊은 배우들은 사극을 기피한다. 하지만 이상윤(30)은 “‘짝패’가 사극이어서 출연했다”며 “전쟁신 많은 무관이나 궁중에서 두뇌싸움하는문관 역할도 맡아보고 싶다”고 말했다.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젊은 배우들은 사극을 기피한다. 하지만 이상윤(30)은 “‘짝패’가 사극이어서 출연했다”며 “전쟁신 많은 무관이나 궁중에서 두뇌싸움하는
문관 역할도 맡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학창 시절 공부를 잘했다더니 이유를 알 것 같다. “궁금한 건 못 참고 납득할 수 없는 일은 납득될 때까지 붙잡고 늘어진다”고 하니…. 그 덕분에 서울대 물리학과에 가뿐히 합격했고, 배우로 데뷔해서는 ‘엄친아’로 불린다.

이상윤(30) 얘기다. 데뷔 5년 차, 모범생 전용 ‘뺑뺑이 안경’은 벗었지만 궁금증 많은 성격은 여전하다.

MBC 민중사극 ‘짝패’에서 거지 소굴에서 태어났지만 친모인 막순(윤유선 분)에 의해 양반집 자제 천둥(천정명)과 맞바꾸어져 양반으로 살게 되는 귀동은 그래서 그에게 ‘어려운 역’이다.

“8회까지는 아역 귀동(최우식)이 나오고 9회부터 성인 귀동이 나왔어요. 그 사이 10년이 흘렀는데 귀동이가 많이 변했죠. 그런데 어떤 계기로 변했는지 설명이 되지 않아 어려웠어요. 예를 들어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인 김진사(최종환)를 탐관오리라고 싫어했는데 커서는 속마음까지 다 내보이고 의지해요. 두 사람이 왜 이렇게 친해졌을까요?”

감독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일단 덮어두고 가자”는 답만 돌아왔다.

스스로 고민을 거듭해 내린 결론은 천둥과 동녀(한지혜)였다. 천둥은 귀동이가 신분을 뛰어 넘어 우정을 나누는 ‘짝패(짝을 이룬 패)’이고 동녀는 귀동이 어린 시절부터 사랑하는 여인이다.

“아버지가 10년간 의지할 이 없는 천둥과 동녀(한지혜)를 보살펴 줬잖아요.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고마움이 희석된 것 아닐까 싶어요.”

또 어린 시절 글공부가 싫어 서당도 빼먹던 귀동이 포도청 포교가 된 ‘비결’도 궁금했다며 “귀동은 뛰어노는 것을 좋아했으니 무술은 누구보다 잘했을 것 같은데 공부는…. 아마 ‘아버지 백’으로 들어간 것 같다”며 웃는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16회에서 귀동은 자신이 천둥과 바뀌었다는 ‘출생의 비밀’을 알아냈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귀동이 막순을 걱정해서 말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오갔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자기 자신 때문이겠죠. 자신의 가진 것이 모두 없어진다는 것이 무섭고 싫을 거예요. 귀동은 아직 막순을 엄마라고 부르고 싶어 하지도 않는 걸요. 천둥이가 마음에 걸리긴 하겠지만 아마 앞으로도 당분간은 말하지 않을 것 같아요. 천둥이에게 미안해서 동녀에 대한 마음도 접을 것 같고요.”

귀동을 100% 이해했으니 자신감이 넘칠 것 같은데 그는 오히려 “‘짝패’를 찍으며 연기 밑천이 드러나는 것 같다”며 멋쩍어했다.

대본을 철저히 분석하는 것도 감정 신에서 충분히 감정을 끌어내지 못해 부족한 부분을 이성적인 노력으로 채우려는 노력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한번은 감독님께서 느끼는 대로 자유롭게 표현해 보라고 하셨는데 전 평소에도 느끼는 게 적으니 표현이 적더라고요. 그때 선배님들의 ‘많이 돌아다녀라. 많이 봐라. 더 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조언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그는 ‘짝패’를 연기 인생의 전환점으로 꼽았다.

“서울대에 재학 중 연기자로 데뷔한 게 ‘인간 이상윤’ 인생의 전환점이라면 ‘짝패’는 ‘배우 이상윤’ 인생의 전환점이에요. 그동안은 발성 호흡법 등 연기자가 갖춰야 할 객관적이고 기본적인 것들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충분히 느끼는 사람이 되어야 연기도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2007년 영화 ‘색즉시공2’로 데뷔해 쉴 틈 없이 활동한 그는 ‘짝패’를 끝으로 당분간 휴식기를 갖는다. 대학으로 돌아가 남은 2학기를 채워 졸업부터 할 생각이다.

“공부하면서 1년을 ‘이성적인 활동’으로 채워야 한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어서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연기를 전공하고 싶어요. 또 쉬는 동안 여행도 다니고 사람들하고도 부대끼면서 제 자신을 많이 채우고 싶고요. 그래서 대본을 분석하는 게 아니라 느끼는 연기자가 되겠습니다.”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