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치는 나무판… 꿈틀거리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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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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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곡미술관 차종례-허진展

중견작가 차종례 씨의 ‘드러내기와 드러나기’. 딱딱한 나무
판으로 부드러운 주름을 표현했다. 성곡미술관 제공(왼쪽), 한국화의 전통을 토대로 자연과 인간의 공생이란 메시지를
탐색해온 중견 화가 허진 씨의 ‘유목동물’. 성곡미술관 제공(오른쪽)
중견작가 차종례 씨의 ‘드러내기와 드러나기’. 딱딱한 나무 판으로 부드러운 주름을 표현했다. 성곡미술관 제공(왼쪽), 한국화의 전통을 토대로 자연과 인간의 공생이란 메시지를 탐색해온 중견 화가 허진 씨의 ‘유목동물’. 성곡미술관 제공(오른쪽)
섬세한 주름과 형태가 마치 부드러운 옷감이 물결치는 듯하다. 가까이서 보니 딱딱한 나무판을 하나하나 자르고 이어 붙여 만든 작품이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 1관에서 5월 1일까지 열리는 차종례 씨의 ‘무한으로 돌아가다’전에서 만난 작품이다. 이 전시는 원로와 신진작가 틈에 끼여 홀대받고 있는 미술계의 중견, 중진작가를 조명하기 위해 성곡미술관이 마련한 기획시리즈 중 하나다.

지난 20여 년간 나무 작업만을 고집해온 차 씨는 ‘드러내기와 드러나기’ 연작 등 30여 점을 선보이며 탄탄한 내공을 보여준다. 때론 대자연의 율동처럼, 때로는 기하학적인 형태로 빚어낸 나무 작업에는 반복과 증식, 생성과 소멸에 대한 관심이 녹아 있다. 수없이 많은 두드림과 쪼아내는 행위를 되풀이해 완성된 작품들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또 다른 중견작가 허진 씨의 ‘억압된 일탈’전은 24일까지 성곡미술관 2관에서 볼 수 있다. 남도 화단의 대표 작가 남농 허건의 손자인 그의 작업은 한국화의 정신적 전통을 존중하면서, 물질화된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과 자연의 공생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역동성과 유목적 삶을 상징하는 말을 비롯해 다양한 동물 형상이 등장하는 ‘유목인간/동물’ 연작, 유전공학의 한계를 비판한 ‘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 ‘생태순환’ 연작 등을 선보였다. 작가의 어린 시절 추억이 배어 있는 할아버지의 수석을 오브제로 사용한 설치작업 ‘노마드/안티 노마드’도 눈길을 끈다. 02-737-765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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