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대학로 컵차기’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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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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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풀고 팀워크 다지는 데 그만”
연극배우들 인기스포츠 정착

연극 ‘늘근도둑이야기’ 출연 배우들이 편을 갈라 무대
에서 종이컵 차기의 변형인 ‘컵 족구’를 하고 있다. 컵
차기는 대학로 연극배우들의 인기 놀이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연극 ‘늘근도둑이야기’ 출연 배우들이 편을 갈라 무대 에서 종이컵 차기의 변형인 ‘컵 족구’를 하고 있다. 컵 차기는 대학로 연극배우들의 인기 놀이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민)성욱이 형, 너무 과격하게 하지 마세요.”(이희준)

“(서)동갑이 형은 완전 구멍이구먼.”(박상우)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아트원씨어터 3관. 연극 ‘늘근도둑이야기’ 공연을 한 시간 앞두고 무대는 극단 차이무 배우들의 ‘컵 차기’ 열기로 달아올랐다.

컵 차기는 일반인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학로 연극배우들에겐 인기 스포츠다. 공연 전 좁은 무대에서 몸도 풀고 분위기도 돋우는 데 ‘그만’이라는 게 배우들의 설명이다.

배우들이 언제부터 컵을 찼는지는 불확실하다. 수사관 역의 이희준 씨는 “나이 지긋한 선배들도 위 선배들에게 컵 차기를 배웠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기본은 여러 명이 둘러서서 컵을 떨어뜨리지 않고 돌아가며 차는 것. 컵이 둥그런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보기보단 쉽지 않다. 50개를 넘기면 잘 차는 편인데 차이무 배우들은 거뜬히 100개를 넘겼다.

역시 수사관 역을 맡은 민성욱 씨는 “100개를 넘기면 짜릿한 희열이 있다. 많이 차려면 나도 잘 차야 되지만 상대가 잘 받아줘야 한다. 연극에서 대사를 주고받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몇 개를 찼는지로 팀워크의 수준을 가늠하기도 한다. 세 번째 수사관 역의 서동갑 씨는 “어느 극단이 250개를 찼다더라 하면 오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컵 차기의 발전된 형태가 컵 족구. 의자와 노끈, 신문지로 즉석에서 네트를 만들어 이날 공연 팀(송재룡 김학선 박상우)과 이날 공연을 쉬는 배우 팀(서동갑 민성욱 이희준)이 밥 내기 경기를 벌였다. 컵을 바닥에 떨어뜨리면 안 되기 때문에 족구보단 세팍타크로에 가깝다. 15점 3세트 경기에 배우들은 20분 만에 땀을 뚝뚝 흘렸다.

서울연극협회와 한국소극장협회는 컵 차기 대회 개최도 검토하고 있다. 소극장협회 정대경 이사장은 “대회를 열면 적어도 100개 팀은 참가할 것 같다. 대학로 극단들이 단합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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