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15>或이 問乎曾西曰吾子與子路孰賢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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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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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추·상’의 제1장에서 公孫丑(공손추)가 스승께서 만일 제나라에서 정치를 담당한다면 管仲(관중)과 晏子(안자)가 그랬듯이 (패,백)業(패업)을 이루게 할 수 있느냐고 묻자, 맹자는 공손추가 일국의 지역주의 관점만 취한다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맹자는 曾子(증자)의 아들인 曾西(증서)가 어떤 사람과 나눈 대화를 인용해서, 관중과 안자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或은 或者(혹자)와 같다. 乎는 ‘∼에게’의 뜻을 지닌다. 曾西는 이름이 申(신)이고, 字(자)가 子西(자서)이다. 주자(주희)는 증서를 증자의 손자라고 했으나, 毛奇齡(모기령) 등 청나라 학자는 증서를 증자의 아들이라고 보았다. 吾子는 2인칭이다. 與子路의 與는 비교격이다. 子路는 공자의 高弟(고제)인 仲由(중유)이니, 字가 子路이다. 卞(변) 땅 사람으로 공자보다 아홉 살 적었는데, 처음에는 공자를 업신여겼으나 공자가 禮(예)로 대하자 감동하여 그 제자가 되었다. 孰賢은 ‘누가 어진가’ 혹은 ‘누가 나은가’라는 뜻이다. 蹴然은 경외하여 불안해하는 모습으로 g然(축연)과 같다. 吾先子는 ‘나의 돌아가신 어른’이란 말인데, 여기서는 증자를 가리킨다. 先子는 先親(선친)과 같다.

曾子는 ‘선생님의 도는 忠恕(충서)일 따름이다’라고 하여 공자가 말한 一貫之道(일관지도)의 본질을 적시했으며, 매일 스스로를 三省(삼성)한다고 할 만큼 도덕적 자각과 실천을 중시했다. 한편 子路에 대해 공자는, “由(유·자로의 이름)의 학문은 당에는 올랐으나 아직 방에 들어오지 못했을 따름이다”라고 비판하면서도, ‘자로는 가르침을 들으면 반드시 실행하려고 했으므로, 좋은 말을 듣고 아직 실천하지 못한 사이에 다시 새 가르침을 듣게 되는 것을 두려워할 정도였다’고 許與(허여)했으며, 그가 신조를 지켜 내란에서 죽었을 때 ‘아, 슬프다! 하늘이 나를 망쳐버렸다!’고도 했다. 증자와 자로는 성향이 달랐으나 모두 공자의 이념을 실천한 인물로서 기억되는 것이다. 그렇거늘 혹자가 증서에게 당신이라면 자로와 견줄 수도 있고 어쩌면 더 뛰어나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말했을 때, 증서는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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