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개-고양이를 왕으로 모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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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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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토털 케어 서비스’ 급성장

‘이리온’의 반려동물 유치원에서 직원들이 강아지들을 돌보고 있다. 이 유치원은 출장이나 여행 때문에 강아지,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을 홀로 남겨둬야 하는 이들을 위해 마련한 시설이다. 홍진환 기자jean@donga.com
‘이리온’의 반려동물 유치원에서 직원들이 강아지들을 돌보고 있다. 이 유치원은 출장이나 여행 때문에 강아지,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을 홀로 남겨둬야 하는 이들을 위해 마련한 시설이다. 홍진환 기자jean@donga.com
독일 브레멘 시청 앞 마르크트 광장에는 오랜 시간 수많은 손길에 닳고 색도 바랜 당나귀 동상이 있다. 당나귀 등에 개가 올라타 있고, 그 위로는 차례로 고양이와 닭이 있는 브레멘 음악대 조형물이다. 그림 형제의 전래동화에서 유래한 이 동상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당나귀의 다리를 잡고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당나귀 다리를 잡고 소원을 비느라 당나귀 다리는 색이 바래버렸다.

브레멘 음악대를 뜻하는 독일어 ‘디 브레머 슈타트무지칸텐(Die Bremer Stadtmusikanten)’의 앞 글자를 따온 ‘디비에스(DBS)’는 반려동물을 위한 기업이다. 대한제분이 100% 출자해 세운 이 회사는 지난달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옛 엠넷빌딩 1, 2층에 반려동물을 위한 복합 문화공간 ‘이리온’을 열었다.

‘곰표 밀가루’ 제조회사로 널리 알려진 대한제분이 반려동물 사업에 뛰어든 것은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관세청 수입통계에 따르면 당시 국내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8530억 원에 이른다. 지금은 1조 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려동물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누구나 위로와 만족을 구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각박한 사회에서 겪는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잊을 수 있는 데다 누군가를 보호해주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도 충족할 수 있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곽 교수는 “비싼 값에도 반려동물 산업이 성장하는 이유는 이들을 가족처럼 생각하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은 물론이고 명품 액세서리로 반려동물을 치장하며 과시욕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리온은 이런 심리를 정확하게 보상한다. 일본 도쿄(東京) 미드타운의 ‘그린독’을 벤치마킹해 애견호텔에서 병원까지 다양한 종류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명품 의류업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박소연 대표를 지난해 6월 컨설팅 단계부터 영입했다.

○ 호텔부터 미용실까지 원스톱 프리미엄 서비스

9일 찾은 이리온은 화려했다. 1층에는 반려동물 용품 매장과 미용실, 유치원, 호텔이 있고 2층은 병원이다. 1155m²(약 350평) 넓이의 1층 건물에 들어서자 백화점 못지않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강아지 옷과 목걸이, 간식과 사료, 스파 용품까지 각종 반려동물 용품이 가지런히 전시돼 있었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지향한다는 설명답게 10만 원대 옷, 20만 원이 훌쩍 넘는 고급 목걸이 등 고가의 반려동물 용품도 있었지만 몇천 원이면 살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찾아오는 사람도 남다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달 이곳을 방문해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됐다. 사진작가 조세현, 탤런트 김사랑, 가수 엄정화 씨 등도 방문한다.

용품 매장 뒤에는 통유리로 둘러싸인 애견 미용실이 있었다. 어지간한 동네 (사람)미용실보다 넓고 깨끗한 공간에서 반려동물들은 미용사의 손에 몸을 맡기고 털을 깎거나 목욕을 즐겼다. 미용실 안에 들어가기 전에는 담당 미용사가 스타일 상담도 해준다. 이리온 관계자는 “다른 곳에서는 반려동물이 미용하는 모습을 주인이 볼 수 없지만 우리는 주인이 안심하고 동물을 맡길 수 있도록 외벽을 유리로 만들었다”며 “일본에서 들여온 높이 조절용 유압식 테이블도 갖춰 미용사와 반려동물을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4kg 이하의 소형견 기준으로 목욕 2만5000원, 발톱 정리와 발바닥, 배, 눈 등을 씻겨주는 기본 미용 서비스는 1만5000원이다. 털을 다듬는 미용은 바리캉을 이용한 기계 컷이 4만 원, 미용사가 가위로 스타일을 내주는 컷은 7만 원이다. 보통 한 시간 정도 걸리는 미용시간 동안 주인이 편하게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미용실 옆에는 커피숍도 마련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디자인=공성태 기자 cocon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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