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연단체들 “왜 우리만 국고지원금 줄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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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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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배분금 2년새 63% 급감
“문화집중 개선명목 역차별”… 예술위 “간접지원 감안땐 늘어”

서울지역 공연 단체들이 정부의 창작지원금 감소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몇 년 전 집중지원극단으로 선정돼 매년 1억 원의 지원금을 받아온 서울의 명문 A극단은 올해 지원금을 한 푼도 못 받게 됐다. 정부 지원금을 받아 매년 평균 다섯 편은 공연하던 이 극단은 올해 창단15주년을 맞았지만 무대에 올릴 작품을 2편으로 줄여 잡았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아온 B극단 역시 2007년 최고 1억 원이 넘는 정부창작지원금을 받았지만 올해는 2000만 원이 전부다. 이 극단 대표는 “정부의 예술정책이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며 국립극단이나 국립현대무용단엔 과감한 투자를 펼치면서 풀뿌리 민간극단은 고사시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곳은 극단만이 아니다. 서울연극제를 주최하는 서울연극협회는 최근 서울연극제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지난해 3억5000만 원에서 1억 원이 준 2억5000만 원으로 결정된 것에 반발해 항의 성명서를 냈다. 이 성명서는 “서울 연극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는 처사”라며 서울문화재단을 성토하고 나섰다. 하지만 과녁을 잘못 잡았다.

이 같은 현상의 뒤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 변화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문화부는 예술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역협력형 사업의 서울지역 배분금액 비율을 2009년 38.4%→2010년 24.6%→2011년 15.7%로 급속하게 줄였다. 2년 전에 비해 63%(약 45억 원)가 줄었다. 예술위 전신인 문예진흥원 시절 서울지역에 75%의 예산이 집중됐던 것과 비교하면 줄어도 너무 줄었다.

지역협력형 사업은 국고지원액수 만큼 지자체가 추가지원액을 내놓는 대응자금(매칭펀드)으로 운용된다. 서울의 경우 서울시가 예술위 지원액의 1.5배가량을 더 출연해 왔다. 올해 서울시는 국고지원이 전년 대비 45.5%(약 22억 원)나 급감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자체예산은 오히려 늘렸다. 그럼에도 예술지원사업 전체 예산은 전년 대비 28.5%(44억 원)가 줄었다. 그 결과 창작지원 건수와 액수가 급감한 것이다.

연극은 2009년 116건(23억1200만 원)이 올해 62건(11억3000만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무용은 2009년 54건(11억900만 원)이 47건(5억3000만 원)으로 줄었다. 건수는 크게 줄지 않았지만 액수가 줄었기 때문에 작품당 지원액이 크게 준 것이다. 소액다건 지원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술위 윤정국 사무처장은 “서울시의 경우 직접 지원금은 줄였지만 간접지원과 사후지원을 감안하면 오히려 늘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로 정미소극장을 임대해 서울연극협회에 운영을 맡겨 우수 공연을 유치하도록 하는 등 서울지역 공간지원사업에 60억 원을 투입했고 사후지원 형식으로 우수 공연을 지원하는 공연예술 창작기금 지원사업(18억 원)의 경우 연극 15건과 무용 13건의 80∼90%가 서울지역 공연단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서울지역 공연단체의 체감지수에는 이런 상황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 서울시 예술지원사업을 총괄하는 서울문화재단 안호상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공연계에 얘기해 왔는데 그때는 흘려듣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까 이제야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서울의 문화 집중 현상을 개선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엔 동의하지만 서울에 대한 지원금을 너무 급속히 줄이면 서울의 공연예술가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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