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균 ‘마술을 부리는 별자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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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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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 수놓은 별자리
반짝이는 장식 사용 입체감 돋보여

일명 ‘반짝이’로 불리는 시퀸을 배열해 우주의 별자리
를 표현한 노상균 씨의 신작. 갤러리 시몬 제공
일명 ‘반짝이’로 불리는 시퀸을 배열해 우주의 별자리 를 표현한 노상균 씨의 신작. 갤러리 시몬 제공
그는 붓 대신 지름 6mm의 시퀸(반짝이 옷 등에 쓰는 장식용 플라스틱)으로 작업한다. 화려한 시퀸을 촘촘히 배열해 동심원이 생겨나고 몽글몽글한 유기체 같은 패턴이 만들어진다. 캔버스에 사수자리 같은 별자리를 점으로 표시한 뒤 시퀸을 붙여가며 변형한 이미지다.

작가 노상균 씨(53)의 ‘Conjuring Constellations(마술을 부리는 별자리)’전이 4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갤러리 시몬의 이전 개관전으로 열린다. 베니스와 세비야 비엔날레 등에서 고유의 시퀸 작업으로 주목받은 그는 2005년 이후 미국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어린 시절 익사할 뻔한 체험을 가진 작가는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시퀸에 매료돼 1990년대부터 이를 활용해 왔다. 육체적 노동과 인내가 필요한 고독한 작업을 그는 “고통이자 즐거움”이라고 표현한다. 재료는 동일하지만 늘 새로운 시도의 작업을 선보여온 작가가 이번에는 ‘별자리’ 시리즈를 내놓았다.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의 별자리를 작품화한 신작에선 감성적 울림이 깊어졌다. 또 여백을 활용해 캔버스 안팎 공간이 연결된 듯한 느낌도 살려냈다.

시퀸의 특성상 평면이지만 입체감이 살아있다. 재료의 배열 방향과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동심원의 꼭짓점이 올록볼록하게 보이는 시각적 착시현상이 빚어지는 것. 작가는 이런 환상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자신의 작업 역시 허구이자 환상적 현상임을 드러낸다. ‘보이는 것, 인식되고 믿고 있는 것’이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이야기하는 작업이다.

전시 관람 후 4층 카페에도 들러보기를 권한다. 겸재가 ‘인왕제색도’를 그릴 때 바라보았을 법한, 우람한 바위산의 위용이 한눈에 들어온다. 02-720-3031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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