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국립중앙박물관엔 ‘오타니 컬렉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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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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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건너 온 중앙아시아 유물

투루판 베제클릭 석굴사원에 있던 6, 7세기 천불도 벽화. 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투루판 베제클릭 석굴사원에 있던 6, 7세기 천불도 벽화. 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중앙아시아실이 있다. 이곳 전시품의 핵심은 오타니(大谷) 컬렉션으로, 실크로드를 건너온 중앙아시아 유물이다.

오타니 컬렉션은 일본 교토의 명찰 니시혼간지(西本願寺)의 주지 오타니 고즈이가 1902년 9월부터 1910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중앙아시아를 탐험하면서 약탈해온 중앙아시아 유물을 말한다. 이 가운데 1400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오타니는 당시 교토의 정토진종(淨土眞宗) 혼간지(本願寺)파의 본산인 니시혼간지의 22대 지주였다. 그는 불교 전래의 경로였던 서역을 직접 답사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의 탐사를 떠났다. 그는 자신의 풍부한 재력을 바탕으로 세 차례에 걸쳐 신장위구르와 티베트, 네팔, 인도 등을 탐험하면서 많은 유물을 수집 또는 약탈했다.

1914년 니시혼간지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자 오타니는 주지직을 그만두었다. 그 와중에 고베의 그의 집 니락소(二樂莊)에 있던 중앙아시아 수집 유물도 그의 손을 떠나 경성(서울)과 중국 뤼순(旅順) 등지로 빠져나갔다.

당시 이 유물들은 사업가이자 정치인이었던 구하라 후사노스케가 구입했다. 구하라는 1916년 고향 친구였던 데라우치 마사타케 조선 총독을 통해 조선총독부에 기증했다. 물론 구하라는 조선광산 채굴권을 얻기 위해 총독에게 뇌물로 준 것이었다. 오타니 컬렉션은 모두 5000여 점이었는데, 일부가 한국과 중국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는 현재의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오타니의 수집 유물은 한국, 중국, 일본에 분산되어 있는 셈이다.

조선총독부에 기증된 오카니 컬렉션은 1945년 일제가 패망한 뒤 미처 일본으로 가져가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전해진 것이다. 그러나 6·25전쟁 때 폭격으로 인해 젊은 여성의 미라 하나가 훼손되기도 했다. 오타니 컬렉션에는 아스타나 고분에서 출토된 ‘복희여화도(伏羲女(과,왜)圖)’ 등 약 1500점에 이른다.

비록 일본인이 약탈한 뒤 우리에게 넘어온 문화재이긴 하지만 오타니 컬렉션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외국 유물 가운데 백미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것은 쿠차 키질 석굴사원의 본생도(本生圖) 벽화 조각(7세기경)과 투루판 베제클릭 석굴사원의 서원화(誓願畵) 벽화 조각(10∼12세기), 투루판 아르호 석굴의 천불도(千佛圖) 벽화 조각(9세기) 등 중앙아시아 석굴의 벽화 조각 20여 점 등이다. 이는 중앙아시아 벽화 연구에 매우 귀한 자료들이다.

▶ 세계문명전 ‘실크로드와 둔황’ 홈페이지 바로가기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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