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씨, 모델 아닌 보통사람 누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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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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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식의 옷을 벗겨내다

화가 안창홍 씨는 평범한 사람들의 누
드를 통해 모순과 위선으로 가득 찬 현
실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고자 한다.
사진 제공 가나아트센터
화가 안창홍 씨는 평범한 사람들의 누 드를 통해 모순과 위선으로 가득 찬 현 실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고자 한다. 사진 제공 가나아트센터
화가 안창홍 씨(58)의 누드는 직설적이고 노골적이다. 전시장에 줄줄이 걸린 대형 누드화는 에로틱한 관능미와 거리가 한참이나 멀다. 바닥에 물감자국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화가의 작업실에서 도발적으로 포즈를 취한 인물들. 그 울퉁불퉁한 육체에서 멋진 누드모델이 아니라 이 사회의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고된 분위기가 물씬 풍겨 나와 더욱 인상적이다.

3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불편한 진실’전은 안 씨의 대작 회화와 드로잉 등 40점을 선보이는 전시다. 평생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를 주목해온 화가는 이번에 세상의 위선에 대한 작가의 정치적 시선을 맨살의 몸을 통해 표현했다.

그가 농부, 문신 전문가, 이웃 부부 등 생활인을 그린 누드화에선 관객의 시선을 되받아치는 듯한 모델의 형형한 눈빛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분명, 옷을 벗은 것은 ‘그들’인데 관객들은 그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가식의 허물이 벗겨지는 듯한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 그들의 시선은 사회의 모순 속에서 속박된 우리의 현실을 절묘하게 은유하면서 사람들의 위선적 교양과 가식을 폭로하고 냉소하기 때문이다. ‘관객들에게 보여지기를 기다리는 수동적 형태가 아니라 관객과 시선을 마주하는 주체로서의 당당함을 그리고자 했다’는 그의 의도는 충분히 달성된 셈이다.

전시에 나온 ‘베드 카우치’ 시리즈는 2008년부터 시작한 대형 누드 작품의 시초가 되는 작업. 베드 카우치는 침대 발치에 놓는 보조의자로 겉으론 화려해 보이나 안락한 의자는 아니다. 화가는 그 위에 불편하게 앉거나 누운 남녀를 흑백 모노톤으로 그리고 맨몸에 달라붙은 파리를 통해 시간의 유한성을 표현했다.

껍질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향기와 내면을 화폭에 담고자 했다는 화가. 누드 연작을 통해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생면부지의 남녀가 낯선 사람 앞에서 옷을 벗는 것이 쉽지는 않다. 오랜 설득과 소통의 시간을 거친 끝에 옷을 벗은 사람들은 모델로 섰다는 자부심과 더불어 자신의 존재감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화가에겐 모델과의 소통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그림이 완성되기까지 모든 과정이 작품이다. 인물의 삶이 오롯이 각인된 불편하지만 진실된 누드. 그 안에서 포장되지 않은 몸의 정직성과 존재감에 대한 경의, 가공되지 않은 몸이 가진 아름다움의 본질과 존재의 꿋꿋함을 만날 수 있다. 02-720-102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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