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꾸미고 살고 먹는것… 삶이 곧 예술이다

  • Array
  • 입력 2011년 1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예술과 생활
쉬레이 엮음·정주은 등 옮김 전 3권·각 권 224∼264쪽·각 권 1만3000원·시그마북스

행위예술가 바네사 비크로프트의 2003년 퍼포먼스. 예술작품에서 음식은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이미지 제공 시그마북스
행위예술가 바네사 비크로프트의 2003년 퍼포먼스. 예술작품에서 음식은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이미지 제공 시그마북스
‘사람은 예술 속에서 살아간다’는 얘기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알려진 얘기를 낯선 접근방식을 통해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는 흥미롭다. 첫 세 권으로 나온 ‘몸, 예술로 말하다’ ‘집, 예술이 머물다’ ‘맛, 예술로 버무리다’는 의식주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형식을 예술작품과 연결하면서 인문학적 고찰을 시도한다. 첫 권인 ‘몸…’에서는 인간의 몸에 대해 예술이 탐색해온 역사를 펼쳐 보인다.

두 번째 권인 ‘집…’이 주목할 만하다. 1900년대 초반, 오늘날의 패리스 힐턴에 비길 만한 부호 호사가 도리스 듀크는 이슬람의 전통문화에 매료돼 하와이에 이슬람풍의 저택을 지었다. ‘도리스의 샹그릴라’로 불린 이 호화 주택은 자연환경과 주객이 전도되지 않게끔 단층으로 지었다. 외관이 소박하고 건축물이 정원을 둘러싸고 있으며 화원을 많이 갖추는 등 이슬람 건축문화의 규칙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집은 안과 밖이 분리된다는, 주거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에서 벗어난 변화로 여겨진다. 집 바깥, 그것도 멀리 놓여 있던 이슬람 문화를 집 안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집은 단순한 공간적 의미만을 갖지 않고 필연적으로 그 안에 사는 ‘가족’과 관계를 맺는다. 로메어 비어든의 콜라주 작품 ‘가정’은 새로 태어난 아이와 마주한 긴장감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프레데릭 브레네르의 사진 ‘유대인 가정’은 낡은 건물의 가구와 책과 애완동물 사이의 가족 구성원을 통해 따뜻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 화가 장샤오강(張曉剛)의 작품은 전형적인 가족사진의 구도를 살짝 비틀어놓음으로써 가정에 대한 의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세 번째 권 ‘맛…’에서는 먹는다는 인간의 보편적인 행위로부터 가치관과 생각의 차이를 걸러낸다. 르네 마그리트의 ‘청음실’은 방을 차지한 거대한 청색의 사과를 그린 작품이다. “사과는 사람들의 환심을 사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는 듯 묵묵히 원래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눈 코 입이 없는 얼굴 같은 이 사과 그림은 ‘범인’임을 알리는 전단 같다. ‘인류의 원죄가 바로 이것 때문에 생겼습니다’라고. 이런 상징 외에도 먹는다는 행위는 인간에게 삶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한편 죽음에 대한 슬픔에 직면하게 한다는 점을 책은 짚어낸다. “매끼 식사를 하려면 반드시 폭력과 살육이 뒤따라야 하며, 결국 음식을 먹는 모든 사람은 공범이 된다.” 장샤오타오의 유화 작품 ‘116동 301호’는 썩은 수박 같은 음식물을 그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음식이 변질되고 썩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은 무엇이든 영원할 수 없음을, 처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책에 참여한 저자들이 중국인인 만큼 중국 작가들의 작품이 많이 소개된 게 특징이다. 작품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설명하진 않지만, 예술을 통해 인간을 통찰하는 사유의 깊이가 만만치 않다. ‘비행’과 ‘마법’, ‘책’을 줄기로 삼은 시리즈물이 계속 나올 예정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