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서 활로 찾기… ‘뮤지컬 한류’ 불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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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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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美·日, 맘마미아→中 등 내년부터 해외 노크
전문가들 “질적 향상-현지화 노력 병행돼야 성공”

《대형 뮤지컬 제작사들이 앞다퉈 중국, 일본, 미국 등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축적된 노하우로 세계 관객을 겨냥한다는 자신감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침체된 국내 뮤지컬 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음에 따라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측면도 크다. 전문가들은 해외 진출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작품을 철저히 현지화하고 완성도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 세계를 겨냥하다


맘마미아. 사진 제공 신씨컴퍼니
맘마미아. 사진 제공 신씨컴퍼니
CJ엔터테인먼트는 16일 중국 문화부 산하 기업인 중국대외문화집단공사(CAEG),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그룹인 상하이동방미디어유한공사(SMG)와 합자법인 ‘아주연창(상하이)문화발전유한공사’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이 합자법인은 2011년 6월 뮤지컬 ‘맘마미아’의 중국어 버전 공연을 시작으로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 흥행작들을 연달아 선보일 계획이다. 첫 주자인 ‘맘마미아’는 상하이 상하이대극원(1800석), 베이징 21세기극원(1500석)에서 10주씩, 광저우 광저우대극원(1500석)에서 4∼6주 순회 공연한다.

급성장하는 중국 공연 시장은 ‘기회의 땅’이다.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베이징 공연 시장 규모는 2007년 4억1600만 위안(약 716억 원)에서 2008년 6억2700만 위안(약 1079억 원)으로 51% 성장했다. 같은 기간 해외 공연 단체의 공연 횟수도 394회에서 537회로 36% 증가했다. 중국 본토에 안착하면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등 중화권 전체로 시장을 확대하는 데도 유리하다.

CJ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본부 김병석 상무는 “중국에서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서울만 한 대형 시장이 3곳이나 된다. 공산당이 공연문화를 산업화한다는 의지도 강하고, 소비 주체가 1980, 90년대생으로 옮겨가고 있어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해외 라이선스 공연뿐만 아니라 ‘김종욱 찾기’ 같은 국내 히트작 진출, 중국 서커스를 기반으로 한 창작물 제작도 검토하고 있다고 김 상무는 말했다.

영웅. 사진 제공 에이콤
영웅. 사진 제공 에이콤
창작 뮤지컬 ‘영웅’ ‘명성황후’ 등 자체 콘텐츠를 보유한 에이콤은 미국과 일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영웅’은 내년 5월 말 미국 로스앤젤레스 팬티지시어터(2700석)에서, 8월 중순 뉴욕 링컨센터(2500석)에서 3주씩 무대에 오른다. 2013년에는 일본 진출을 노린다. 내년에는 영국 런던의 제작진과 함께 독일 극작가인 게오르크 뷔히너의 희곡 ‘보이체크’를 영어 뮤지컬로 바꿔 런던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윤호진 에이콤 대표는 “올해 국내에서 선보인 대작 뮤지컬들이 결국 다 재미를 보지 못했고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영웅’은 이토 히로부미를 인간적으로 그려 일본 아사히신문이 칼럼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일본 정서에도 부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해 ‘오페라의 유령’으로 33만 관객을 모은 설앤컴퍼니는 미국 브로드웨이 제작진과 손잡고 창작뮤지컬 ‘천국의 눈물’을 내년 2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베트남전쟁을 배경으로 한 ‘한국판 미스 사이공’으로 일본, 유럽,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다.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등 브로드웨이 제작진 5, 6명이 직접 참여한다.

○ 현지화가 성공의 관건

뮤지컬 전문가들은 해외 진출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작품의 질적 향상, 현지화 노력이 부족할 경우 기대할 만한 성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국내 창작 뮤지컬은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보다 완성도나 연륜이 떨어지지만 친밀성 덕분에 성공한 면이 있다. (해외로 나가려면) 먼저 작품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며 “타깃으로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정서가 비슷한 아시아 시장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 제작진과 공동 제작을 하면 국내 정서와 간극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접점을 찾아내는 게 흥행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단지 한 번 나가는 게 아니라 이제는 ‘현지에서 무엇을 남기고 산업화에 성공할 수 있나’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한국적인 감성, 언어를 그대로 갖고 선진 뮤지컬 시장에 가면 성공 가능성이 낮다. 배우를 비롯한 작품 성격 자체를 현지 관객의 입맛에 맞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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