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샤머니즘’과의 기이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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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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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표트르대제 박물관 유물 서울 나들이

시베리아 지역의 샤먼들은 영적인 세계와 교감하기 위해 독특한 복장을 착용해 왔다. 왼쪽 위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시베리아 신화에 등장하는 사슴뿔과 새 이미지의 샤먼 관(19세기 말), 조상 영혼의 힘을 가져다 준다는 샤먼 가면(18세기 말), 사슴털과 독수리털 등으로 장식한 샤먼복식(19세기 말). 사진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시베리아 지역의 샤먼들은 영적인 세계와 교감하기 위해 독특한 복장을 착용해 왔다. 왼쪽 위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시베리아 신화에 등장하는 사슴뿔과 새 이미지의 샤먼 관(19세기 말), 조상 영혼의 힘을 가져다 준다는 샤먼 가면(18세기 말), 사슴털과 독수리털 등으로 장식한 샤먼복식(19세기 말). 사진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영적인 세계로 여행하면서 아픈 자를 치료해주는 주술사, 샤먼. 종교적 심성의 원형인 시베리아 샤머니즘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된다. 국립민속박물관이 한-러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유라시아 문화, 만남으로의 여행’. 내년 3월 14일까지 서울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러시아 표트르대제 인류학·민족지학 박물관 소장 유물 650여 점을 전시한다.

○ 국립민속박물관 내년 3월 14일까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표트르대제 인류학·민족지학 박물관은 1714년 문을 연 러시아 최초의 박물관. 대중에 공개한 것으로는 세계 최초의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박물관 전용 건물을 짓고 개관한 첫 박물관이기도 하다. 소장 유물은 약 180만 점. 기이한 유물을 많이 소장하고 있어 ‘쿤스카메라(기이한 방)’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전시는 ‘낯선 문화에 대한 관심’, ‘유라시아 민족문화’, ‘한국 문화와의 만남’으로 구성된다. ‘낯선 문화에 대한 관심’은 박물관 개관 초기인 18세기 컬렉션들을 소개한다. 시베리아샤먼의 가면, 티베트 불상과 중국 향로 등이다.

‘유라시아 민족문화’ 코너는 위구르계 민족, 카잔 타타르 민족, 중앙아시아 민족, 시베리아 민족 등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국까지 여행하면서 만날 수 있는 민족들의 다양한 문화재를 선보인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역시 시베리아 샤머니즘 관련 유물들. 시베리아 토팔라르족의 샤먼 복장, 케트족의 샤먼 관(冠), 부랴트인의 샤먼 정령 신체, 쇼르족의 샤먼 북과 북채, 예벤키족의 샤먼 가면, 오로치족의 샤먼 방울, 부랴트인의 샤먼 지팡이 등을 통해 지금도 이어져오는 시베리아 샤머니즘을 만나게 된다.

화려한 샤먼 복장엔 시베리아 사람들의 세계관 종교관이 함축되어 있다. 샤먼의 복장은 시베리아의 신화에 등장하는 사슴과 새의 모습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샤먼 외투는 사슴털로 장식하고 모자는 독수리털로 만든다. 샤먼은 가면을 씀으로써 조상의 영혼으로 변하고 동시에 그로부터 모든 힘을 받는다고 믿었다. 가면은 병든 사람을 치료하는 의식에 주로 사용된다.

이 밖에 아무르 강 연어 가죽으로 만든 의복, 각종 생활용품, 활과 화살, 수호정령 조각, 병치료용 목각 표범, 중앙아시아 유목민 가옥인 유르타 등도 선보인다.

‘한국 문화와의 만남’ 코너에선 포트르대제 인류학·민족지학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 후기 유물이 소개된다. 이 박물관은 한국 문화재 2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엔 러시아 초대 공사 카를 베베르에게 고종이 하사한 종이 상자와 청자, 상궁이 러시아 귀부인에게 쓴 한글 편지, 궁중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은입사 촛대, 러시아 의사가 수집한 한약재 등이 출품됐다. 02-3704-3114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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