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손바닥만 한 줄 알았던 홍콩에 이토록 멋진 트레킹 코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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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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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면세 와인으로 새롭게 떠나는 홍콩여행

홍콩 섬 동남쪽 클리어워터 반도 산악의 등줄기(능선)를 따라 걷는 드래건스 백 트레일에서 한 외국인 부부가 백팩형 요람에 어린아이를 태우고 트레킹하고 있다. 아래 보이는 두 섬 앞이 클리어워터 반도의 끝이고 비치 옆에 형성된 마을이 셱오다.
홍콩 섬 동남쪽 클리어워터 반도 산악의 등줄기(능선)를 따라 걷는 드래건스 백 트레일에서 한 외국인 부부가 백팩형 요람에 어린아이를 태우고 트레킹하고 있다. 아래 보이는 두 섬 앞이 클리어워터 반도의 끝이고 비치 옆에 형성된 마을이 셱오다.
한동안 홍콩 관광의 슬로건은 ‘1000가지 얼굴의 홍콩’이었다. 딱 들어맞는 표현이었다. 홍콩은 그야말로 가야 할 이유가 1000가지쯤 있는 곳이다. 사업차, 아니면 쇼핑, 혹은 야경 감상…. 홍콩은 찾는 이 누구에게도 적당한 핑계거리를 제공하는 관대한 여행지다.

그 홍콩이 지금 내게는 어떤 얼굴로 다가올까. 6년 만에 찾는 이곳. 그 주제는 ‘음식과 와인, 그리고 트레킹’이었다. 음식은 홍콩의 진면목이다. 홍콩식당조합회장조차 정확히 말하기 어려운 식당 수가 그걸 말해준다. 허가된 것만 1만5000개, 허가가 필요 없는 소규모까지 치면 2만5000개는 될 것 같단다.

식당은 그렇다 치고, 와인 마시러 홍콩에 온다니…. 포도라고는 나지도 않는 홍콩인 만큼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부분이다. 그러나 실상을 알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홍콩은 국제무역항이다. 그리고 식민지에서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상술과 영국의 글로벌 전략에서 잉태된 세련된 마케팅감각 덕분이다. 2년 전 수입와인에 ‘노 택스(무관세)’를 선언한 홍콩의 전략도 거기서 왔다. 기막힌 승부수다.

“와인 없는 식사는 해가 없는 한낮이다(A meal without wine is a day without sunshine).”

1881 헤리티지 빌딩에 있는 광둥식 중식당 룽토위안에서 내는 딤섬 가운데 하나. 새로운 색감과 디자인이 결합된 독특한 딤섬을 내고 있다.
1881 헤리티지 빌딩에 있는 광둥식 중식당 룽토위안에서 내는 딤섬 가운데 하나. 새로운 색감과 디자인이 결합된 독특한 딤섬을 내고 있다.
이것은 로버트 몬다비(미국 캘리포니아 주 내파밸리의 전설적인 와인메이커)의 말로 와인과 음식을 따로 뗄 수가 없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음식 천국 홍콩의 관광입지를 강화할 수단으로 ‘저렴한 와인’만 한 훌륭한 무기가 있을까. 관세를 없앤 것은 그 때문이다. 덕분에 홍콩의 식사비는 ‘착하기만’ 하다.

‘홍콩에서 트레킹’도 괴이하기는 마찬가지다. 1000가지 얼굴의 홍콩을 절반밖에 모른다면 이 역시 뜬금없는 소리다. 만원의 MTR(홍콩지하철), 복닥거리는 골목, 죽어서도 선 채 묻히는 ‘좁은 홍콩’의 각인된 이미지 때문이다. 그러나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섬이 260개나 되고 그 섬이 대부분 숲이란 사실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홍콩의 숨겨진 얼굴이다. 홍콩 섬만 해도 주룽 반도와 마주한 북쪽 절반은 도시화됐어도 남중국해를 향한 남쪽 절반은 숲천지다.

○ 홍콩 섬 드래건스 백(Dragon’s back) 트레일 트레킹

트레킹을 위해 찾은 곳은 홍콩 섬 동남쪽 다귈라 반도의 셱오 교외공원(Shek O Country park). 서편의 타이탐 만을 사이에 두고 스탠리 반도와 마주하는데 반도 전체가 온통 푸른 숲 산악이다.

홍콩은 트레커에게도 훌륭한 여행지다. 주룽 반도는 물론 홍콩 섬과 란타우 섬에 기막힌 트레킹 트레일이 잘 개발되어서다. 주룽 반도를 보자. 남북으로 78km를 뻗은 윌슨 트레일과 동서로 100km에 이르는 매클로즈 트레일이 교차한다. 란타우 섬에도 누운 8자 모양의 동서 간 78km 란타우 트레일이 있다.

홍콩 섬도 비슷하다. 섬 전체를 아우르는 산악의 마루 금을 따라 동서 50km의 ‘홍콩 트레일’이 있다. 내가 찾은 곳은 그중 다귈라 반도 산악능선을 남북으로 잇는 ‘드래건스 백(龍背·용의 등)’ 트레일. 8.7km의 중급(난이도) 트레일로 기막힌 바다 풍광을 내내 감상하며 걷는 세계적인 풍광 트레일이다.

출발지 ‘셱오(石澳)’는 반도 중간쯤의 타이랑 만에 자리 잡은 소박한 해변마을. 그런데 홍콩 섬 중심(센트럴)에서 셱오까지 오는 길은 그 자체가 관광거리였다. 도중에 지나는 셱오 교외공원의 산중턱으로 난 경관도로의 바다 풍치가 워낙 좋아서다. 달리는 내내 반도 서편의 타이탐 만과 주변의 남중국해, 스탠리 반도와 주변 산악이 한데 어울려 빚어내는 아름다운 경치가 차창을 떠나지 않는다.

셱오는 한자어 그대로 바위해안. 고운 모래해변 좌우로 바위지형이 펼쳐진다. 철 지나 가을로 접어든 홍콩. 그런데도 비치에는 여전히 비키니 차림의 선탠 여인(주로 서양인)이 있었다. 주말이라 가족도 많았는데 대부분 홍콩에 사는 서양인이었다. 앞바다는 큰 파도가 일어난다는 타이랑(大浪) 만. 파도타기 하러 나온 서퍼도 여럿 보였다. 셱오에서 트레일 입구인 토테이 만 마을입구 버스정류장까지는 빨간 미니버스로 10분 거리다.

드래건스 백 트레킹 트레일의 이정표.
드래건스 백 트레킹 트레일의 이정표.
드래건스 백 트레일은 산중턱 경관도로의 버스정류장에서 시작해 능선을 올라탄 뒤 내내 걷다가 타이랑 만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산등성엔 나무가 없어 사방의 주변이 잘 조망됐다. 트레일은 잘 정비돼 있었고 이정표도 완벽했다. 대부분이 오르막이지만 경사가 완만해 아이들도 함께 갈 수 있을 정도다. 중간에 쉼터와 휴게 공간도 곳곳에 두어 편안히 걸을 수 있다. 외국인이 문제될 건 영어 표기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능선에 올라서기까지 걸린 시간은 20분. 능선에 서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동쪽 서쪽 양편으로 바다가 펼쳐진 풍광 때문이다. 반도의 동편으로는 타이랑 만의 셱오 마을과 비치, 셱오 컨트리클럽(골프장)의 페어웨이와 그린이 펼쳐졌다. 반대로 서편으로는 타이탐 만 바다와 스탠리 반도, 그리고 홍콩 섬의 산악과 남중국해 바다가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드래건스 백 트레일은 내내 이런 풍경을 즐기며 수 km 이어졌다.

주룽(九龍) 반도의 이름은 풍수지리적으로 여러 마리의 용이 용틀임을 하는 지형에서 왔다. 그런데 풍수가들이 아무리 헤아려도 용은 여덟 마리뿐이었다. 그래서 그곳을 찾았던 송나라의 어느 황제는 자신이 나머지 하나라고 견강부회하기도 했다. 트레킹을 마친 후 나는 내가 그 찾지 못한 나머지 한 마리의 등을 걷지 않았나 생각했다. 대륙의 여덟 용과 어울리기 위해 바다를 헤엄쳐 북진하는 용의 등(드래건스 백)을….

○ 해적 소굴에서 바다 휴양지로 변모한 스탠리

현대적으로 리노베이션을 마친 주룽 반도 중심가의 빌딩 디원 19층에 들어선 바&레스토랑 할란스의 야외테라스. 바다 건너 홍콩 섬까지 훤히 내다뵌다.
현대적으로 리노베이션을 마친 주룽 반도 중심가의 빌딩 디원 19층에 들어선 바&레스토랑 할란스의 야외테라스. 바다 건너 홍콩 섬까지 훤히 내다뵌다.
트레킹을 마치고 다시 내려온 버스정류장. 거기서 스탠리로 가는 이층버스에 올랐다. 홍콩 이층버스의 2층 맨 앞자리는 관광객에게는 꿈의 좌석이다. 좋은 전망 때문인데 특히 이 산악의 경관도로를 달려 스탠리로 가는 길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칸과 니스가 들어선 프랑스 지중해안 경관 못잖게 아름답다. 이런 곳이 옛날에는 해적 소굴이었다고 하니 과거와 현재의 대비가 재밌기만 하다.

스탠리는 오래전에 갔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역시 로맨틱하고 사랑스럽다. 유럽풍의 낡은 건물에 지중해풍 밝은 색조의 전망 좋은 레스토랑과 통상의 홍콩과는 전혀 다른 이국적 모습의 산책로 등등…. 식당도 다양하다. 베트남, 중국, 이탈리아, 그리스, 프랑스 요리로. 그렇지만 이곳에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피시 앤드 칩스’(튀긴 생선과 감자)를 맛봐야 한다. 신선한 해물이 풍부한 바닷가여서다. 여기서는 시간의 흐름도 잊을 만하다. 바닷바람 맞고 따뜻한 햇볕 쬐며 발길 닿는 대로 산책하다 보면 그렇게 된다. 그러다 아무 곳에나 들어가 와인이나 커피를 홀짝이며 오후의 망중한을 즐기기에도 딱이다.
▼“모든 와인에 세금 없어”… 홍콩의 또다른 매력▼

연중축제 11월 주제는 ‘와인과 식도락’


홍콩 와인 앤드 다인 페스티벌에 부스를 차린 이탈리아인 와인 수집상이 피에몬트 산 바르바레스코 와인을 따르고 있다.
홍콩 와인 앤드 다인 페스티벌에 부스를 차린 이탈리아인 와인 수집상이 피에몬트 산 바르바레스코 와인을 따르고 있다.
올 한 해 홍콩은 연중 축제다. 매달 주제가 바뀌는데 11월은 ‘와인과 식도락(Wine & Dine)’이다. 그 서곡이 지난달 28일 웨스트 콜룬 워터프런트의 프롬나드에서 울렸다. ‘홍콩 와인 앤드 다인 페스티벌’인데 매일 밤 인산인해를 이뤘다. 글라스를 들고 200여 개 야외부스의 와인과 음식매장을 돌며 다양한 와인과 음식을 쿠폰으로 사서 맛보는 이벤트인데 홍콩 야경과 함께 가을밤을 즐기기에 그만이었다.

다양한 와인을 마음껏 접하는 즐거움도 컸지만 ‘와인면세’ 조치의 파워를 실감케 한 놀라움도 컸다. 매장의 외국인 판매상 말은 이구동성이다. 관세가 철폐됐으니 당연히 홍콩시장으로 달려올 수밖에 없었다고. 그러다 보니 레스토랑 비즈니스로 활발해졌다고 했다.

이번 홍콩 취재 중 그 현장을 확인했다. 주룽 반도 중심 침사추이의 ‘1881 헤리티지’(www.1881Heritage.com/en)였다. 120년 전 영국이 지은 식민시대풍 건물로 홍콩해양경찰대 본부였다. 그게 지금은 호텔(휼렛하우스·www.hulletthousehotels.com)과 다섯 개 식당(www.hulletthouse.com) 복합건물로 개보수됐다. 객실 10개가 각기 다른 이 명품호텔은 올해 4월 오픈했다. 지난해 개장한 부속 레스토랑도 모두 독특한 디자인과 음식으로 홍콩 식도락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입점한 상점도 모두 명품 숍. 루이뷔통은 매장 규모가 세계 두 번째다.

어떤 치즈가 어떤 와인과 잘 어울리는지를 체험하고 다양한 치즈에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와인&치즈 바 ‘클래시파이드’. 홍콩의 주룽 반도에 있다.
어떤 치즈가 어떤 와인과 잘 어울리는지를 체험하고 다양한 치즈에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와인&치즈 바 ‘클래시파이드’. 홍콩의 주룽 반도에 있다.
홍콩의 관광정책은 이처럼 파격적, 공격적이다. 문화유적(건축물)도 훼손 없이 개보수해 활용한다. 침사추이의 옛 병원 빌딩도 같다. 최근 ‘디 원(The One)’이란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 19층에는 전망테라스를 갖춘 바&레스토랑 할란스(200석)와 일식당 카이카가 있다. 모두 식당업체 JC그룹(www.jcgroup.hk) 것이다. 135년 역사의 유럽 최초 그랜드호텔이며 현재 홍콩 유일의 ‘더 리딩 호텔 오브 더 월드(최고급 호텔 공동마케팅 브랜드·www.ihw.com)’인 ‘더 랭엄 홍콩’(hongkong.langhamhotels.com)도 2년 전 495실 전 객실의 개보수를 마치고 성업 중이다. 와인 비즈니스도 활발하다. ‘바커스&센추리’(www.bacchuscentury.hk)에서는 출생연도 빈티지 등 희귀 와인과 한정 생산 특제 위스키만 취급한다. ‘머스트 커스텀 와이너리’(www.mustwine.com.hk)는 수입한 포도주스를 이용한 ‘나만의 와인’ 양조공방이다. 치즈와 와인(www.classifiedfood.com), 중국차와 초콜릿(www.mingcha.com.hk) 등 맛의 새로운 조화에도 홍콩은 열심이다. 그런 홍콩의 목표는 오직 하나. ‘온 세상의 주방(Kitchen of the world)’으로의 등극이다.

홍콩=글·사진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 여행정보

◇드래건스 백 트레킹 ▽셱오 찾아가기=MTR Shau Kei Wan역 A3 출구, 9번 버스로 20분. 셱오에서는 미니버스(빨간색)로 트레일 입구(To Tei Wan Village 정류장)까지 이동. ▽가이드 트레킹=오전 8시 반 중앙우체국 앞에서 출발. www.walkhongkong.com

◇홍콩관광청홈페이지=www.discoverhongkong.com/k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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