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우사진상 심사위원-응모작가 1대 1 면접 ‘색다른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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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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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실험 정신까지 뜯어본다”

일우사진상은 독특한 심사 방식으로 한국 사진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고 있다. 18일부터 서울 중구 서소문동 일우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여는 지난해 수상 작가 김인숙 씨의 작품 ‘Saturday Night’. 사적 공간에 숨겨진 다양한 본능과 감정을 참신한 시선으로 포착한 작품이다. 사진 제공 일우재단
일우사진상은 독특한 심사 방식으로 한국 사진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고 있다. 18일부터 서울 중구 서소문동 일우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여는 지난해 수상 작가 김인숙 씨의 작품 ‘Saturday Night’. 사적 공간에 숨겨진 다양한 본능과 감정을 참신한 시선으로 포착한 작품이다. 사진 제공 일우재단

150여 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1차 심사를 통과한 사진작가는 26명. 심사위원은 5명이다. 작가들은 심사위원 5명과 일대일 면접을 한다. 심사위원 한 명에 20분씩. 작가들은 100분 동안 면접을 보는 셈이다.

심사위원들에겐 이틀 걸리는 강행군이다. 작가, 심사위원 모두 피곤하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표정은 밝다. 새로운 심사 형식에 대한 기대와 만족감 때문이다.

일우재단이 마련한 일우사진상이 올해 2회째를 맞았다. 26명에 대한 심사가 12, 13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대한항공빌딩 12층에서 열렸다. 이 상은 단순히 출품사진 포트폴리오만 놓고 심사하지 않는다. 심사위원과 응모작가의 일대일 면담 형식으로 진행한다.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것은 물론이고 사진관, 작품세계, 창작과정의 고민, 미래의 꿈 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일종의 멘터 역할을 하는 심사다. 이 같은 형식의 미술공모전은 국내에서 유일하다.

전시부문 심사는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디디에 오탱제 부관장, 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판의 빌 다우딧 편집장, 사진심리학자 신수진 씨, 국립현대미술관의 강승완 학예연구관, 사진평론가 김승곤 씨가 맡았다. 올해 신설된 출판부문 심사를 위해선 미술책 전문인 독일 하체칸츠 출판사의 마르쿠스 하르만 편집장도 참여했다.

13일 오전 일우사진상 응모 작가와 면담하면서 심사를 진행하는 사진심리학자 신수진씨(오른쪽). 사진 제공 일우재단
13일 오전 일우사진상 응모 작가와 면담하면서 심사를 진행하는 사진심리학자 신수진씨(오른쪽). 사진 제공 일우재단
일우사진상 디렉터를 맡고 있는 신수진 씨는 색다른 심사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작가들은 대부분 외롭게 작업을 한다. 젊은 작가들은 불투명한 미래, 현실에 대한 고민 등으로 더 외로워한다. 그런데도 작품에 대해 누군가와 고민을 나누기가 쉽지 않다. 이 같은 심사는 젊은 작가들의 창작활동에 많은 도움이 된다.”

응모 작가들은 이런 과정을 거친다는 것만으로도 유익하다고 입을 모았다, 역사적 장소를 배경으로 과거와 현재의 의미를 동시에 구현하는 작업을 해온 안성석 씨.

“흥미로운 심사였다. 넓은 세계, 더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선 좀 더 보편적인 감수성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내 작업에 몰두하는 것도 좋지만 한발 떨어져서 바라보라는 말이었다. 입상을 하느냐 마느냐를 떠나서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현실과 가상(편집) 사이에서 사진의 의미를 탐색하고 있는 난다 씨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외국의 저명한 사진 관계자에게 내 작품을 보여준다는 것이 우선 기분 좋은 일이었다. 현실이면 현실, 가상(편집)이면 가상 어느 한쪽에 더 집중하는 것은 어떤지 고민해 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내게 와닿는 말이었다.”

심사위원도 만족스러워한다. 작품 심사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작가의 열정이나 실험정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승완 학예연구관은 “분쟁지역 여성들의 지난한 삶을 찍는 작가, 제주도에서 해녀만을 찍는 작가, 탄광지역 노동자들의 삶을 찍는 작가 등 특히 다큐멘터리 작가의 열정이 감동적이었다”고 전했다.

국내 사진작가의 역량을 해외에 알리는 계기도 됐다. 오탱제 부관장은 “독특한 소재들을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는 한국 작가를 많이 만나게 되어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심사 과정. 그것은 한국 사진의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진다. 심사위원단은 수상자(올해의 주목할 만한 작가) 3명(전시부문 2명, 출판부문 1명)을 선정해 23일경 발표한다. 지난해엔 김인숙 백승우 씨가 상을 받았고 18일부터 대한항공빌딩 1층 일우스페이스에서 김인숙 씨의 개인전이 열린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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