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 지하 미로를 걷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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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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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과 작업했던 소니에 씨, 서울서 ‘형광룸 프로젝트’전

비영리 아트센터 ‘아트클럽 1563’의 개관 전시로 선보인 키스 소니에 씨의 ‘형광룸’. 녹색과 주홍색 형광파우더로 덮여 있는 공간을 돌아다니면 미로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진 제공 아트클럽1563
비영리 아트센터 ‘아트클럽 1563’의 개관 전시로 선보인 키스 소니에 씨의 ‘형광룸’. 녹색과 주홍색 형광파우더로 덮여 있는 공간을 돌아다니면 미로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진 제공 아트클럽1563
독일 뮌헨의 국제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흔히 보는 밋밋한 통로가 아니라 네온으로 장식한 ‘빛의 통로’를 체험하게 된다. 현대의 공공미술을 얘기할 때 미술과 건축의 의미 있는 만남으로 손꼽히는 미국 작가 키스 소니에 씨(69)의 ‘뮌헨 공항 프로젝트’란 작업 덕분이다.

소니에 씨는 1970년대 미술계에서는 처음으로 네온이란 산업소재를 예술작품으로 차용한 작가다. 백남준과 함께 플럭서스 멤버로도 활동했고 작품이 진행되는 과정 자체를 중요시하는 ‘프로세스 아트(Process art)’에서도 비중 있는 인물이다. 그가 1970년 네덜란드의 반 아베 미술관에서 형광파우더를 이용해 선보였던 ‘형광룸’ 프로젝트가 한국에서 재현됐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새로 개관한 비영리 아트센터 ‘아트클럽 1563’에서 12월 16일까지 열리는 ‘형광룸 프로젝트’전(02-585-5022).

전시공간에 맞춰 작가가 재구성한 ‘형광룸 프로젝트’는 바닥에 놓인 크고 작은 블록 형태의 스펀지 위에 녹색과 주황색 형광파우더를 뿌려놓은 작품. 예전에 교회로 썼던 지하공간에 설치된 작품은 조명을 받아 어둠 속에서 신비하게 빛나며 관객들에게 달빛 아래 미로를 걷는 듯한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작업과 더불어 벽면에는 그가 1968년부터 1977년까지 제작한 10년간의 영상작품도 소개된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아트클럽 1563’은 10년간 런던에 기반을 두고 활동해온 독립큐레이터 이지윤 씨가 만든 ‘숨 아카데미&프로젝트’가 운영을 맡았으며 한국하몬이 공간을 지원했다. 이 씨는 “소니에는 산업재료를 새롭게 시각미술언어로 소개했을 뿐 아니라 공간을 다루는 건축적 접근법의 특징을 보여준 작가”라며 “앞으로도 순수미술과 다른 장르를 통섭적으로 연결한 국내외 작가의 작품을 조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시도 전시지만 건물 외관과 옥상정원도 볼거리다. 1950년대 영국에서 유행하던 장식 패턴으로 꾸민 외벽은 영국 작가 리처드 우즈 씨의 작품. 옥상 정원은 베르사유 궁전의 마리 앙투아네트 정원을 디자인한 프랑스 조경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뒤뵈누아 씨의 솜씨로 완성됐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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