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서 묻어나는 ‘고대인의 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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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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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랑 옻칠신부터 삼국시대 금동신발까지, 부산 복천박물관, 내달 21일까지 특별전

중국 지린 성 지안 시에 있는 퉁거우 12호에 그려진 동벽모사도(東壁模寫圖). 고구려장수의 신발에 ‘스파이크’가 박혀 있다.
중국 지린 성 지안 시에 있는 퉁거우 12호에 그려진 동벽모사도(東壁模寫圖). 고구려장수의 신발에 ‘스파이크’가 박혀 있다.
뾰족뾰족한 못이 박힌 신발, 고무신 모양으로 나무를 깎아 만든 나막신, 짚을 꼬아 삼은 짚신, 가죽과 나무를 덧대 만든 옻칠신, 화려한 문양으로 장식한 금동신발….

2000여 년 전 낙랑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 국내에서 출토된 고대 신발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11월 21일까지 부산 동래구 복천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履(리), 고대인의 신’. 전국 각 기관에 흩어져 있던 고대 신발을 모아 90여 점을 전시한다. 국내에서 출토된 다양한 고대 신발을 모은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신발은 발을 보호하고 편리하게 다닐 수 있게 하는 생활용품이지만 동시에 부와 지위를 나타내는 수단이기도 했다. 전시는 이런 신발의 특성을 반영해 ‘대지를 딛다’와 ‘내세를 꿈꾸다’ 두 주제로 나눴다. ‘대지를 딛다’에서는 가죽신 나막신 짚신 등 선조들이 일상생활에서 착용한 신발을 소개했다.

실생활에서 쓰던 신들은 묘에서 출토된 것보다는 늪지 등 습기가 많은 땅속이나 집터에서 발견된 경우가 많다. 낙랑시대(기원전 108∼서기 313년)의 왕우묘(王旴墓)에서 출토된 옻칠신은 그중 가장 오래된 것. 가죽으로 모양을 만든 다음 나무를 바닥에 덧대 아래위를 봉합한 뒤 전체를 검은색으로 옻칠해 만들었다. 진흙 속에 묻혀 썩지 않고 있던 백제 시기 짚신도 전시돼 선조들이 짚이나 왕골, 닥 껍질, 부들 등 구하기 쉬운 재료를 이용해 신을 삼았음을 알 수 있다.

목극(木극) 목혜(木鞋) 등으로 불린 나막신도 눈에 띈다. ‘게다’라고 불리는 일본의 나막신과 흡사한데 판자형과 고무신 형태 두 가지의 나막신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나막신 중 오래된 것은 4세기경 충남 아산 갈매리와 경북 경산 임당고분군에서 출토된 판자형 나막신이다. 굽을 따로 만들어 바닥판에 붙인 게 아니라 하나의 나무를 파내 만들었다.

‘내세를 꿈꾸다’에서는 주로 화려한 금동신발을 선보였다. 경북 경주의 무덤에서 발견된 5세기 금동신발은 무덤 이름이 ‘신발무덤’이라는 뜻의 식리총(飾履塚)이 될 정도로 화려하다. 바닥에는 육각형의 거북등무늬가 그려져 있고 안팎에 도깨비, 연꽃, 새, 가릉빈가(迦陵頻伽·얼굴은 사람이고 몸은 새의 모습을 한 상상의 동물), 기린 등이 새겨져 있다. 죽은 이가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부귀와 수복강녕(壽福康寧)을 뜻하는 무늬를 새긴 것. 충남 공주 무령왕릉에서 나온 왕비의 금동신발은 겉면을 인동덩굴무늬와 봉황문으로 장식했다.

삼국시대 금동신발은 바닥에 뾰족뾰족한 못 모양의 ‘스파이크’ 장식이 특징이다. 출토된 신은 무덤에 넣는 의례용이어서 일상적으로 이런 신을 신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함께 전시된 중국 지린(吉林) 성 지안(集安) 시의 퉁거우 12호 무덤벽화 사진 속의 고구려 장수도 바닥에 못이 박힌 신발을 신고 있어 실제로도 이런 신발을 신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부산 복천고분에서 나온 신발 모양의 가야 토기도 전시에 소개됐다.

하인수 관장은 “신발을 통해 당시 기후와 일상생활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선조들의 정신세계까지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와 함께 ‘고대 신발과 발굴 이야기’를 주제로 한 강연도 19∼21일 진행한다.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이한상 교수, 국립광주박물관 신상효 학예연구관 등 5명이 삼국시대의 금동신 문화, 유적지 발굴 성과 등에 대해 강연한다. 매주 월요일 휴관. 051-550-0311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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