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93>孰能一之오 하여늘 對曰不嗜殺人者能一之라 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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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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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양양왕(위나라 양왕)을 만나보고 나와서는 다른 사람에게 왕과 담론한 내용을 밝혔다. 양양왕은 전혀 군주다운 위엄이 없었다. 맹자를 접견하고는 불쑥 “천하가 어디에 정해지겠습니까”라고 묻자 맹자는 “한 곳에 정해질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양양왕은 맹자가 말하는 그 ‘한 곳’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지 못했으므로 “누가 능히 통일하겠습니까”라고 다시 물었다.

孰能一之는 양양왕의 말, 對曰 이하는 맹자의 말이다. 孰能一之의 구는 주어(양양왕)는 물론이고 曰도 생략되어 있다. 앞뒤의 흐름을 보아 주어와 동사를 보충해서 풀이해야 한다. 一之의 一은 통일한다는 말이다. 한문은 품사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문장 속에서 전성되곤 한다. 一은 본래 수를 세는 수사이지만 앞에 보조동사 能이 오고 뒤에 목적어 之가 왔기 때문에 동사로 전성되었다. 之는 天下를 가리키는 지시사로 볼 수 있다.

不嗜殺人者는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자란 말이다. 嗜는 甘(감)과 같아, 달게 여긴다는 뜻이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군주가 백성들을 전쟁이나 부역에 동원해서 그들이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해 춥고 배고프게 되어 결국 塗炭(도탄)에 빠지도록 만드는 일을 의미한다.

맹자는 전국시대에 활동했으므로 시대의 풍토로부터 영향을 받아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변론술을 빈번하게 사용했다. 하지만 맹자는 공자의 仁 사상을 더욱 구체화하여 유학의 사상체계를 크게 발전시켰을 뿐 아니라, 살육이 자행되는 시대에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자’만이 천하를 통일할 수 있다는 王道政治의 이념을 선명하게 주장했다. 그도 역시 강인한 인격의 소유자였으니, 어찌 그를 배우지 않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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