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옹기운반선 복원 ‘봉황호’ 해상로드 탐사 참가해보니…

동아일보 입력 2010-09-09 03:00수정 2010-09-0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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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해 용왕님, 옹기 지켜주소서”… 老뱃사공 기원에 옛 뱃길 ‘순풍’
《“용왕님 용왕님 서해용왕님 동해용왕님 남해용왕님 북해용왕님! 봉황호가 이제 여수로 갑니다. 가서 옹기 다 푸게(팔게) 해 주시고 선원들 모두 무사하고 부자 되게 해주십시오.” 8일 오전 11시 전남 강진군 칠량면 봉황리 부두. 옹기뱃사공 신연호 씨(79)가 뱃머리에서 세 번, 뒤편에서 세 번 빙글빙글 돌았다. 곧이어 용왕을 상징하는 짚인형에 불을 붙여 바다에 던지며 항해의 시작을 알렸다. 옹기 500여 점을 실은 전통목선 봉황호가 물살을 가르며 남해로 향했다. 배에는 사공과 항해전문가, 선박연구자와 영상기록자 등 13명이 함께 올랐다. 부둣가와 배에 단 오색 만장이 쉴 새 없이 나부꼈다.》
강진군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소가 마련한 ‘강진옹기배 해상로드탐사’의 나흘간의 장정이 이날 시작됐다. 이번 항해는 20세기 초부터 1960년대까지 강진군 칠량면에서 만든 옹기를 싣고 마산 여수 부산 제주까지 운항했던 배를 복원해 당시 뱃길을 옛 방법 그대로 항해하는 프로젝트다. 6월 해양문화재연구소는 1970년대 이후 동력선의 등장, 육상교통의 발달 등으로 사라졌던 옹기선을 강진 옹기배 도목수와 사공의 조언을 거쳐 원형으로 복원했다. 강진은 남해안의 대표적 옹기 생산지. 근대기까지 옹기를 배에 실어 나르면서 남해안 지역민에게 옹기를 공급했다. 곽유석 해양문화재연구소 해양유물연구과장은 “옛 항해를 재현하는 동시에 강진 옹기의 우수성을 알리고 2012년 열리는 여수세계박람회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항해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한 배 가득 실은 옹기 다 풀면(팔면) 쌀 300섬이 생겼어. 긍께 배 주인이 사공에게 전 재산을 맡기는 거지.”

1960년대까지 옹기선을 운항했던 신 씨는 배 뒤편에서 방향을 조정하는 키(타·舵)를 잡은 채 뱃머리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바람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허리(허리돛대·3개 돛대 중 맨 뒤의 것) 한 줌 더 감아!”라고 외쳤고 그때마다 허리돛이 시계추처럼 움직였다. 선원과 연구진은 활대에 머리를 맞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여야 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복원한 강진 옹기선이 옹기 500여 점을 싣고 8일 오전 전남 강진군 칠량항을 떠나 남해안으로 출항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출발에 앞서 옹기를 싣고 있는 주민들. 강진=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연합뉴스
봉황호는 길이 20m, 너비 5.9m, 깊이 1.9m. 옹기는 대부분 배 가운데 바닥에 실었다. 배 위에 세 개의 돛을 단 봉황호는 4∼5노트(1노트는 시속 1852m)의 속도를 내며 순항했다. 칠량항을 떠난 지 30분 정도 지나자 펄럭이는 소리와 함께 황톳물 들인 광목천 돛이 바람을 받아 울룩불룩해졌다. 돛을 고정한 활죽들이 활처럼 휘고 배에 탄 사람들의 바짓자락이 펄럭였다. 봉황호는 속도를 더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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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거세지자 돛잡이 역할을 하던 항해전문가 김현곤 씨(49)가 순간 돛줄을 놓쳤다. 가운데 돛이 홱 돌아가며 배가 약간 기우뚱했다. 곧바로 사람들이 달려가 돛줄을 잡았고 배는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바닷바람은 변덕스러웠다. 강진만을 나올 때 바람이 강했지만 완도군 고금도 앞을 지날 때는 산에 막혀 잠잠해졌다. 그럴 땐 선원들이 돌아가며 노를 저었다. 남해안 곳곳의 김양식장과 가두리양식장도 항로를 방해했다.

“저 김발 피해야 항께 조심해.”

대나무 막대기로 가두리양식장의 그물을 밀어내며 충돌을 피했다.

낮 12시경,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왔다. 사람들은 출항 전 용왕신에게 제사 올린 돼지머리 고기와 전, 떡, 과일로 점심을 때웠다. 저녁은 뱃머리 아랫부분에 따로 마련한 화덕에서 밥을 지어 먹기로 했다.

“사공 어르신, 저 섬은 이름이 뭐죠? 여긴 조류가 약하네요.”

항해일지 작성을 맡은 변남주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소 연구원(49)은 강진만을 떠날 때부터 시간과 바람 세기, 주변 지형을 일일이 물어봤다. 해양문화재연구소 측은 이번 항해를 통해 바람을 이용하거나 속도를 측정하는 전통 항해기술을 기록해 학술보고서와 영상다큐멘터리로 남길 계획이다.

사위가 어둑어둑해지는 오후 7시, 봉황호는 첫날 항해를 무사히 마치고 완도군 평일도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1박한 뒤 9일 오전 7시 다시 출항해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전남 여수시 백야도를 거쳐 11일 여수항에 도착한다. 약 120km 이르는 항해다.

강진·완도=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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