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민담속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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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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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 호랑이 탄 한국인과 놀다/이나미 지음/328쪽·1만3000원/민음인

나무꾼이 남들이 모습을 볼 수 없게 해주는 도깨비감투를 쓰고 마음껏 도둑질을 한다는 도깨비감투 이야기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이 이야기에서 현대인의 자아 상실을 읽어낸다. 도깨비감투는 단순히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황뿐만 아니라 감투, 즉 지위나 신분 등 잘못된 가면 뒤에 숨어 서서히 망가져 가는 자아에 대한 은유로 읽을 수 있다.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큰 부자가 되면 진짜 자기는 사라지고 그 어떤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쉽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에서 카를 구스타프 융의 분석심리학을 통해 우리나라 민담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을 분석하고 한국인의 정서에 담긴 집단 무의식이 우리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 표출되는지 살핀다. 저자가 민담을 분석 재료로 삼은 이유는 사람을 돌고 돌아 완성된 민담은 개인사를 걸러내고 민족 고유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형태로 남아 집단 무의식에 대해 가장 잘 알려주는 매개이기 때문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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