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더… 거창한 연극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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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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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하며 즐기고 왁자지껄해도 OK

22회 거창국제연극제 15일까지

제22회 거창국제연극제의 개막식이 열린 지난달 30일 러시아 무용극 ‘치카치코스’가 강변무대인 ‘무지개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관객들은 물놀이를 하며 이 공연을 즐겼다. 거창=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제22회 거창국제연극제의 개막식이 열린 지난달 30일 러시아 무용극 ‘치카치코스’가 강변무대인 ‘무지개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관객들은 물놀이를 하며 이 공연을 즐겼다. 거창=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찌는 듯한 더위도 해가 지자 한풀 꺾였다. 계곡(경남 거창군 수승대)을 따라 양옆에 들어선 야외극장의 불이 하나둘 켜지자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의 관객들이 극장에 몰려들었다. 숲 속에 있는 야외극장 곳곳에선 경쾌한 음악과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졌다. 연극과 함께하는 여름밤이 깊어갈수록 피서객들의 소중한 추억은 쌓이는 듯했다.

제22회 거창국제연극제가 지난달 30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8월 15일까지 17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올해는 10개국 45개 단체가 참가해 모두 205회의 야외 공연을 선보인다. 행사장은 낙동강의 지류인 위천천이 기괴한 암반 위로 흐르는 계곡으로 연극과 함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 야외 연극으로 달아오른 여름밤

지난달 30일 축제극장에서는 서울예술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개막작으로 올랐다. 아이를 업고 온 어머니부터 손을 꼭 잡고 온 연인, 그리고 노부부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았다. 800석이 가득 차 계단에 앉거나 객석 맨 뒤에 서서 공연을 보는 관객들도 있을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연극은 익숙한 스토리였지만 극장 분위기 덕분에 색다른 매력이 풍겼다. 막은 오후 8시가 넘은 시간에 올랐지만 아직 공기는 후덥지근했다. 관객들은 연방 부채질을 했고 무대 위 조명 주위에는 풀벌레가 날아다녔다. 극장 밖 소음은 그대로 전해졌고, 극 중간에 한 할머니가 “미란아, 미란아”라고 부르거나 한 아이가 “까르르” 크게 웃는 바람에 객석에서는 덩달아 웃음이 터졌다. 다소 산만했지만 오히려 정겨웠다. 마치 옛날 집 앞마당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 흑백 TV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후 10시에 시작한 극단 호모루덴스의 ‘오늘 같은 날’은 야외 천막극장인 ‘태양극장’에서 공연됐다. 노인 문제를 다룬 가면극으로 대사는 거의 없었지만 섬세하게 표현된 노인들의 가면과 적절한 상황 묘사로 의미를 전달했다. 객석은 정원의 절반가량인 200여 석이 찼다. 천장이 없는 이 극장은 고개를 들면 밤하늘의 별이 보였고, 숲이 무대 배경이 돼 낭만적인 분위기를 선사했다. 이종일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장은 “거창국제연극제는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는 연극제”라며 “평소 보기 힘들었던 야외 연극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100억 원 넘는 경제효과 창출

거창군은 인구 6만4000명의 작은 군이다. 하지만 매년 여름 이곳에서 열리는 거창국제연극제는 전국 최대 규모의 연극 축제다. 1989년 시월연극제로 시작한 거창연극제는 1993년 해외단체가 참가하고 1998년 시즌을 여름으로 바꾸고 수승대로 무대를 옮기며 본격적인 야외 연극제 시대를 열었다.

수승대 계곡 인근 야외무대 헝가리 등 10개국 45개 팀 참여

수승대를 찾은 피서객(관객)들을 찾아가 공연한다는 전략은 적중했다. 2003년 6만3711명이었던 관람객은 2004년 11만3024명, 2005년 15만4823명, 2006년 17만423명, 2007년 15만941명, 2008년 15만6374명을 기록했다. 신종 인플루엔자 때문에 취소됐던 지난해를 빼면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15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것이다. 경남발전연구원과 국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거창국제연극제의 지역경제 파급 효과는 2006년 133억5000만 원, 2007년 119억9000만 원, 2008년 166억8000만 원 등 100억 원을 꾸준히 넘고 있다.

○ 기대작은 예매 필수

거창국제연극제에서는 유료와 무료 공연이 함께 열린다. 보통 낮에 열리는 거리 공연은 무료이고, 저녁에 오르는 극장 공연은 유료다. 지난달 31일 유료 공연인 ‘로미오와 줄리엣’, 국악뮤지컬집단 타루의 ‘애플그린을 먹다’는 매진이 됐다. 관심 있는 공연은 예약하고 가는 게 좋다. 구약성서 ‘욥기’ 등의 이야기를 다룬 일본 극단 고로루의 ‘이대로, 그대로, 저대로의 신’, 어린이와 청소년 공연 전문 극단인 세르비아 극단 두스코라도비치의 ‘폭신폭신 베개 속 이야기’, 이솝 우화를 그린 슬로바키아 슬로바크 체임버극단의 ‘이상한 이야기’ 등이 기대작으로 꼽힌다.

객석 소음 그대로 전달 장터 공연 같은 정겨움도

야외극장은 관객이 밀집된 까닭에 무덥고, 플라스틱으로 만든 좌석은 딱딱하다. 부채나 휴대용 방석을 챙겨 가면 좋다. 작품에 상관없이 입장료는 성인 1만5000원, 학생은 1만 원. 055-943-4152, 3

거창=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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