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史·哲의 향기]파리대왕… 레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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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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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속에 숨은 도덕 이야기

◇문학 속의 도덕철학/박재주 지음/448쪽·2만 원/철학과현실사

도덕적 행동의 모델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문학은 좋은 도구다. 문학은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그런 모델을 제공한다. 청주교대 윤리교육과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문학 작품을 통해 도덕과 도덕 이론을 설명한다.

첫 번째 주제는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도덕철학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질문이다. 이에 대한 도덕철학적 대답은 ‘그것이 이익이 되기 때문’ ‘그 자체가 옳기 때문’의 두 가지다.

이 질문에 대해 유명한 도덕철학적 답으로는 토머스 홉스가 ‘공민론’에서 제시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사회적 무질서에서 오는 혼란과 국가의 통치에서 오는 안정 사이의 현저한 차이를 강조하며 도덕적이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책에는 무정부 상태를 상징하는 ‘리베르타스’와 군주 통치를 뜻하는 ‘임페리움’이라는 이름의 두 여인의 그림이 있다. 리베르타스는 초췌한 모습으로 부러진 활을 들고 있다. 반면 임페리움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손에 힘과 정의를 상징하는 칼과 저울을 들고 있다.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은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설득력 있는 대답을 제시한다. 골딩은 인간의 타고난 야만성은 완전히 제거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뒤집어 말하면 문명과 도덕이 인간의 본능적 사악함을 자제시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소설의 무대는 문명에서 떨어진 ‘무인도’다. 이곳에 표류한 소년들은 처음에는 인간적인 모습을 유지하지만 점점 문명의 껍질이 떨어져나가면서 악의 모습을 드러낸다.

‘선과 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도덕철학의 출발점이다. 선과 악에 대한 논의는 신성과의 연관 속에서 논의하는 경우와 인성과의 연관 속에서 논의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전자의 대표적 경우가 기독교적 선악관이며, 후자의 대표적 경우가 도덕철학적 선악관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와 멜빌의 ‘빌리 버드’는 선과 악의 양상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이 작품들 속에는 기독교적 관점과 도덕철학적 관점이 모두 제시된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는 기독교적 선 관념이 중심을 이루지만 인간적인 선 관념도 함께 제시한다. 여기서 제시하는 선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저자는 “인간이 소외를 극복하고 자신의 본래성을 회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양심이다”라면서 ‘양심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문학 작품 속에서 찾는다. 카프카의 ‘심판’에선 양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인공 K의 모습이 잘 표현돼 있다. 체포되고 소송에 휘말리면서도 그는 자기 자신을 진지하게 성찰하지 않고 불안을 느끼지도 않는다. 그는 그저 일상적인 삶을 기계처럼 살고 있을 뿐이다. K가 범한 죄는 양심을 갖지 못한 죄다.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사회적 양심과 인간의 자연적 양심 사이의 갈등을 다룬다. 주인공 허크는 도망 나온 노예 짐과 미시시피 강을 따라 여행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노예 짐을 고발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사회적 양심의 가책에 시달린다. 그러나 허크와 짐의 우정이 깊어지고, 결국 사회적 양심인 인종 차별 의식에 대해 자연적 양심이 승리한다.

이 밖에 저자는 입센 ‘민중의 적’,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등의 작품을 통해 도덕은 상대적인 것인가, 선의 기준은 유용성인가, 덕이란 무엇인가 등의 문제를 성찰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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