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의 나라’서 사대부로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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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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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박물관 14일부터 특별전
31개 가문 기증 유물 200여점 모아

조선시대 정1품이면서 나이 70세가 넘도록 관직에 있는 원로에게 임금이 특별히 하사했던 궤장. 의자와 지팡이로 이뤄진 이 궤장을 받는 건 신하로서 최고 영예였다. 사진 제공 경기도박물관
조선시대 정1품이면서 나이 70세가 넘도록 관직에 있는 원로에게 임금이 특별히 하사했던 궤장. 의자와 지팡이로 이뤄진 이 궤장을 받는 건 신하로서 최고 영예였다. 사진 제공 경기도박물관
조선시대 유교적 가치관을 토대로 한 사대부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경기 용인시 경기도박물관은 14일∼9월 26일 ‘경기 명가 기증유물 특별전: 조선시대 사대부’전을 연다. 용인 이씨, 청송 심씨 등 31개 가문에서 기증받은 200여 점의 유물을 한데 모았다. 심영신 학예사는 “여러 집안에 모셔져 있던 보물을 한 군데 모아 당시 사대부가 어떤 걸 중시했고 어떻게 살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는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코너는 ‘고희를 넘긴 노신하를 위하여’. 조선시대 사대부의 꿈은 높은 벼슬을 거쳐 영예로운 노년을 맞는 것이었다. 이 코너에서는 현종에게서 나라의 원로로 인정받은 이경석의 유물을 선보인다. 영의정을 지낸 이경석은 1668년 74세의 나이에 의자와 지팡이로 이뤄진 궤장(보물 930호)을 하사받았다. 궤장을 하사받는 절차와 왕이 베풀어준 잔치(궤장연)의 풍경, 당대 석학의 축문 등을 묶은 ‘사궤장연회도첩’도 함께 전시한다.

두 번째 코너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사대부는 학문에 정진하며 자기수양과 과거 준비, 합격과 이후의 벼슬살이를 준비했다. 과거는 좁게는 가문의 영광을 위해, 넓게는 세상을 올바르게 경영하기 위해 넘어야 하는 산이었다.

이 코너의 대표작은 과거 문제 등을 모은 ‘과려(科儷)’. 오늘날 수험생처럼 기출문제를 공부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과거합격증, 월급명세서, 관직일기도 함께 선보인다. 정조 때의 문신인 이재학의 부인 서 씨를 정부인에서 정경부인으로 추증하는 추증교지, 산호 백옥 진주로 장식한 삼작노리개 등 부인들의 유물도 함께 나왔다.

‘사대부의 일생’을 보여주는 세 번째 코너는 관혼상제와 교유 관계를 살폈다. 조선 사대부의 역할 중 하나는 유교 가치의 보급이었다. 일상에서 효 사상을 담은 관혼상제의 실천은 비중 있는 행사였고 집안에서는 예법서와 초상화 등을 보존했다. 1768년 9월 형조 소속 관리들의 모임인 금오계를 기록한 ‘금오계첩(金吾契帖)’은 사대부의 교유 형태를 보여준다. 형조판서와 영의정을 지낸 심환지 등 9명이 남산 천우각(泉雨閣)에 모여 서로 시를 지으며 교분을 나눴다. 031-288-5300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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