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소통]가구는…자연입니다…예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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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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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갤러리 ‘선비문화와 목가구’전, 국제갤러리 신관 ‘아르 데코 매스터피스’전

18세기에 제작된 2층장(위사진). 사랑방에서 사용하던 목가구는 한옥 구조에 맞춰 낮게 제작되고 방의 좁은 폭을 고려해 벽면에 붙여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아래 사진은 화가 서세옥 씨가 소장한 19세기 필통. 사진 제공 신세계갤러리
18세기에 제작된 2층장(위사진). 사랑방에서 사용하던 목가구는 한옥 구조에 맞춰 낮게 제작되고 방의 좁은 폭을 고려해 벽면에 붙여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아래 사진은 화가 서세옥 씨가 소장한 19세기 필통. 사진 제공 신세계갤러리
“필통의 나무가 1mm만 더 두꺼워도 둔하게 보일 뿐 저런 맛이 안 나오지.”

전시장에 나온 조선시대 선비의 필통 앞에서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혼잣말처럼 되뇌더니 말을 이어갔다.

“중국, 일본과 달리 우리 목가구는 칠을 안 하고 나뭇결을 살리면서 자연 그대로를 방 안에 끌어들이고자 했다. 우리가 사랑방 가구를 마음에 두는 것은 그 안에 자연이 숨쉬고 간결하면서도 면 분할과 비례의 적절함에서 선인들이 추구하던 한국미의 본질을 볼 수 있어서다.”

25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로 신세계갤러리(신세계백화점 본점 12층)에서 열리는 ‘선비문화와 목가구’전은 18, 19세기 사용했던 조선 목가구의 단순하면서도 격조 높은 조형미를 잘 보여준다. 재질은 그대로 살리면서 자연스럽고 절제된 생김새로 조형미의 진수를 보여주는 목가구와 장식품 80여 점을 선보인 자리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사랑방 가구는 쓰는 이의 안목과 취향이 장인의 손길로 표현된 빼어난 문화유산으로 조선시대 지식인의 정신과 미적 수준을 반영한다.

에밀자크 륄만이 디자인한 가구. 그는 럭셔리와 기능을 극대화해 표현하는 아르 데코 스타일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다. 위 사진은 륄만의 또 다른 작품 콘솔(95×140×52cm). 사진 제공 국제갤러리
에밀자크 륄만이 디자인한 가구. 그는 럭셔리와 기능을 극대화해 표현하는 아르 데코 스타일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다. 위 사진은 륄만의 또 다른 작품 콘솔(95×140×52cm). 사진 제공 국제갤러리
때마침 서울옥션은 ‘조선 고가구-무심한 듯 세련된’이란 제목의 테마 경매(20일)와 연관해 프리뷰를 마련했다. 7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점, 9∼20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옥션 스페이스에서 사랑방 가구와 함께 안방, 부엌 가구를 볼 수 있다.

○ 자연의 결 살린 격조 높은 조형미

문화재위원인 박영규 용인대 교수가 총기획을 맡은 ‘선비문화와 목가구’전에선 선비가 지향했던 청렴한 정신과 청빈한 삶이 가구와 소품을 통해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엿볼 수 있다. 붓걸이, 서탁, 책궤 등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위한 일상용품은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최대한 간결한 형태로 제작됐다. 잘 정리된 선과 면의 디자인이 오동나무와 먹감나무 등 제각각 다른 나뭇결과 조화를 이룬 목가구. 겉치레를 지양하고 소박하지만 치밀한 정신을 추구했던 선비의 마음가짐을 읽게 한다.

정 전 박물관장은 “사랑방 가구는 한옥에 맞게 제작됐음에도 천장이 높은 현대적 공간에 잘 어울리는 것은 비례가 적절하고 쓸데없는 장식이 없기 때문”이라며 “선비와 장인이 서로 상의하면서 안목과 기술의 흔연한 조화를 이룸으로써 걸작이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비의 정신과 안목이 응집된 목가구와 소품. 참으로 가치 있는 것은 세월의 흐름을 거슬러 늘 새롭게 빛나는 것임을 알려준다.

○ 20세기 초 서구 상류층의 생활 문화

우리 고가구와 대조적으로 20세기 초반 서구 특권층의 취향과 미감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있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 신관(02-733-8449)에서 8월 15일까지 열리는 ‘아르 데코 매스터피스’전. 1920, 30년대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했던 ‘아르 데코’ 디자인의 특징은 기능과 고전적 우아함을 연결했다는 것. 솜씨 좋은 장인들이 단 한 사람을 위해 만든, 단 하나의 맞춤형 가구들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 극소수 사람이 소유했던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은 희소성이 높아 한데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화랑 측의 설명. 2년여 준비 끝에 마련된 전시에선 가구가 예술이 될 수 있는 이유를 눈으로 경험하게 한다. 구조적 기능을 강조한 디자인, 상어가죽 야자나무 등 이국적이고 값비싼 재료로 만든 가구들. 조명, 생활소품과 어우러진 인테리어도 볼거리다.

아르 데코의 거장 에밀자크 륄만이 디자인한 의자와 탁자 등 기능과 미를 결합한 가구들,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디자인한 청동 커피 테이블, 유진 프린츠가 직접 제작한 원목 장. 다채로운 가구와 소품을 보면서 디자인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어떻게 이렇게 보존관리가 잘돼 있는지 서구인의 철저함에도 감탄이 나온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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