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동그라미 만족의 법칙 “둘이 넷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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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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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와 함께하는 자전거야 놀자

경기 양평 양수리 한강변을 달리는 인터넷 동호회 아마추어 자전거 여행자 모임 회원들. 강물은 초록 잔주름으로 일렁이고, 강 너머 두물머리 서북쪽 운길산 능선들이 아슴아슴하다. 길가엔 노란 애기똥풀꽃과 진홍 철쭉꽃이 지천이다. 자전거는 길을 둥글게 말면서 나아간다. “차르르 또도로르르.” 자전거는 바람에 날리는, 향기로운 아까시꽃이다. 양평=서영수전문 기자
경기 양평 양수리 한강변을 달리는 인터넷 동호회 아마추어 자전거 여행자 모임 회원들. 강물은 초록 잔주름으로 일렁이고, 강 너머 두물머리 서북쪽 운길산 능선들이 아슴아슴하다. 길가엔 노란 애기똥풀꽃과 진홍 철쭉꽃이 지천이다. 자전거는 길을 둥글게 말면서 나아간다. “차르르 또도로르르.” 자전거는 바람에 날리는, 향기로운 아까시꽃이다. 양평=서영수전문 기자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나 자전거가 되리

한평생 왼쪽과 오른쪽 어느 한쪽으로 기우뚱거리지 않고

말랑말랑한 맨발로 땅을 만져보리

구부러진 길은 반듯하게 펴고, 반듯한 길은 구부리기도 하면서

이 세상의 모든 모퉁이, 움푹 파인 구덩이, 모난 돌멩이들

내 두 바퀴에 감아 기억하리

가위가 광목천 가르듯이 바람을 가르겠지만

바람을 찢어발기진 않으리

―안도현의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에서》

자전거는 ‘쇠로 만든 말’이다. 부드럽게 둥근 ‘쇠말’이다. 울퉁불퉁 자갈길이 “차르르 차르르∼” 자전거 바퀴살에 살며시 스며들면, 말랑말랑 흙길이 된다. 딱딱한 시멘트길도 “또로록 또도로록∼” 바퀴살에 한번 감겼다 나오면, 고슬고슬 부드러운 길이 된다. 자전거 바퀴살은 바람을 감고, 햇살을 감고, 빗물을 감아 꿈을 자아낸다.

자전거 초보자는 동네 주변을 맴돈다. 공원이나 가까운 시장 그리고 뒷골목을 어슬렁댄다. 자전거도 단순하다. 보통 20만∼30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 요즘 젊은층에선 접이식 미니벨로를 즐겨 탄다. 운반이 편리하고 보통 생활자전거보다 가볍다. 미니벨로는 바퀴가 20인치 이하의 작은 자전거를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삼각형(프레임)’이라고 불리는 스트라이다가 인기다. 대부분 생활자전거는 거의 싱글 기어에 “따르릉∼” 신호용 종(벨) 하나 달린 게 전부다. 고장 날 일도 별로 없다.

생활자전거로도 얼마든지 한강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기본 장비가 필요하다. 헬멧(1만∼수십만 원)과 장갑, 고글 등이 그렇다. 몸에 짝 달라붙는 패드 쫄바지와 저지(윗옷)도 마찬가지다. 장갑이 없으면 손잡이가 미끄럽고 넘어질 때 크게 다친다. 패드 달린 쫄바지를 입지 않으면 엉덩이가 아프다. 한여름 땀이 많이 날 땐 옷과 안장의 마찰로 패드 바지를 입어도 고통스럽다. 소위 ‘똥꼬젤(바셀린 오일류)’을 발라 통증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 초보 훈련엔 한강-남산 코스가 딱

한강 자전거전용도로(광진교∼행주대교)나 남산(도서관∼순환길∼국립극장∼셔틀버스길∼남산타워∼식물원 터)은 자전거 초보자들의 훈련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속도는 신경 쓸 필요 없다. 그저 주위 풍경과 하나가 되면 된다. 살갗에 스치는 바람과 수많은 들꽃, 나무, 새들과 같이 놀면 된다. 흥얼거리며 어슬렁어슬렁 달리면 된다. 그러면서 근육을 키우면 된다.

자전거 페달은 곰발바닥이다. 그 곰발바닥으로 이 세상 모든 길바닥의 기척을 읽는다. 피아노 소리가 밟히는 주택가 골목길을 느낀다. 먼지 풀풀 나고 털털거리는 시골 신작로를 품는다. 매연 가득한 도시 아스팔트길을 가른다. 자전거 타는 사람의 발바닥은 페달과 하나다. 사람은 동그라미 두 개 위에 앉아서, 길을 돌돌 둥글게 말며 나아간다. 페달을 밟는 인간의 발바닥은 백사장을 맨발로 걷는 것과 같다. 근질근질 시원한 발마사지이다.

‘자전거 바퀴의 타이어는 질긴 생명 같은 뱃가죽이다/체인은 어떠한 고난에도 이길 쇠심줄이고/손잡이는 황소대가리이다’(최마루의 ‘노란 자전거’에서)

그렇다. 자전거는 초식동물이다. 채식주의자이다. 호랑이나 사자가 아니라 얼룩말이나 사슴이다. 자전거 안장은 아프리카 초원에서 풀을 뜯는 영양의 엉덩이다. 마름모꼴의 자전거 프레임은 암소의 갈비뼈이다. 톱니바퀴로 이뤄진 자전거 크랭크는 코끼리의 기다란 이빨이다. 사람들은 온순하고 말 잘 듣는 자전거와 잘 논다. 자전거는 불평이 없다. 짜증이나 신경질도 내지 않는다. 자전거는 그저 똑바로 앞을 바라보고 페달을 밟기만 하면 군말 없이 나아간다.

○ 카본 소재 MTB는 무게 7∼8kg ‘가뿐’


강화도 코스는 생활자전거로는 무리다. 산악자전거 즉 MTB(Mountain Bike)가 필요하다. 산악자전거는 가볍고 다단기어(25∼30단)다. 하지만 비싸다. 최소 300만 원 정도는 줘야 한다. 그뿐인가. 자전거 이력이 붙을수록 더 비싼 것에 끌리게 된다. 보통 3∼4년 정도 타게 되면 1000만 원 안팎은 돼야 만족한다. 1500만 원짜리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 주로 카본을 쓰기 때문에 자전거 무게가 7∼8kg에 불과하다. 항공기 소재인 티타늄 자전거는 3000만 원을 넘는 것도 있다. 미국산 트렉(Trek)이나 스위스산 스콧(Scott) 등 외국산이 국내 시장을 완전 장악하고 있다.

생활자전거와 산악자전거의 차이는 티코를 타다가 그랜저를 타는 것만큼 다르다. 속도감 승차감 안정감이 하늘과 땅 차이다. 짧고 좁은 동네 길을 어슬렁거리다가 수백 km의 도로나 가파른 산을 타는 것은 100m 단거리 트랙을 달리다가 42.195km 마라톤을 하는 것과 같다. 본격적인 크로스컨트리라고 보면 된다. 소설가 김훈의 자전거여행이나 가수 김세환의 산악자전거 타기가 그렇다.

산악자전거는 부속장비가 많다. 속도계, 라이트(LED와 할로겐), 테일 램프(야간 주행 시 점멸 램프) 등 주렁주렁하다. 펌프와 펑크패치세트, 스페어튜브, 툴박스 등 응급장비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디자인=김원중 기자 paranwon@donga.com

200km 횡단? 500km 종단?

자동차와 자전거는 별개가 아니다. 둘 다 도로를 달리는 기계임에는 차이가 없다. 먼거리를 이동해야 할 땐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갔다가, 그곳에서 라이딩을 하면 된다(왼쪽 사진). 우리는 한 팀. 고갯길에서 뒤처진 동료를 밀어주고 있는 김영철 대장(오른 사진). 단체라이딩은 사람 사이의 끈끈한 정을 느끼게 하는 휴먼스포츠이다. 양평=서영수 전문기자
자동차와 자전거는 별개가 아니다. 둘 다 도로를 달리는 기계임에는 차이가 없다. 먼거리를 이동해야 할 땐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갔다가, 그곳에서 라이딩을 하면 된다(왼쪽 사진). 우리는 한 팀. 고갯길에서 뒤처진 동료를 밀어주고 있는 김영철 대장(오른 사진). 단체라이딩은 사람 사이의 끈끈한 정을 느끼게 하는 휴먼스포츠이다. 양평=서영수 전문기자
자전거에 슬슬 이력이 붙기 시작하면 저마다 국토횡단(200km)이나 국토종단(450∼500km)을 꿈꾼다. 국토횡단은 경기 하남시 미사리에서부터 강원 인제군 미시령까지 달리는 것이다. 국토종단은 강원 고성군에서 부산까지 국도 7호선을 타고 가거나, 서울에서 전남 해남군까지 국도 1호선을 달리는 것이다. 280랠리도 있다. 36시간 안에 280km를 달리는 것을 말한다. 280랠리 완주자는 마라톤의 서브3 기록 보유자와 같다.

서울의 국토횡단 마니아들은 보통 오전 5시에 미사리를 출발해 오후 5시(12시간) 이전에 미시령에 도착한다. 마지막 인제민예단지 삼거리에서부터 미시령 정상까지의 오르막이 죽음의 ‘깔딱 고개’이다.

자동차는 육식동물이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도로는 육식동물의 땅이다. 덤프트럭은 눈을 부릅뜨고 으르렁대며 달려간다. 버스는 번쩍번쩍 눈을 부라리며 지나친다. 승용차는 “빠앙∼빠앙∼” 신경질을 내며 스쳐간다. 자전거는 주눅이 든다. 잔뜩 움츠린 채 엉금엉금 갓길을 간다.

유아용 세발자전거는 정직하다. 페달을 앞으로 밟으면 바퀴도 앞으로 가고, 뒤로 돌리면 바퀴도 뒤로 간다. 페달을 멈추면 바퀴도 멈춘다. 트랙바이크, 경륜자전거, 묘기용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모두 고정기어(픽스드 바이크)이기 때문이다. 고정기어는 사람 다리와 자전거 바퀴가 하나로 움직인다. 요즘도 픽스드 바이크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메신저들이 탄다. 자전거 메신저란 한국의 오토바이 퀵서비스처럼 자전거로 물건을 빨리 전달해주는 사람들을 말한다.

생활자전거는 페달을 멈춰도 앞으로 간다. 어린이용 두발 자전거나 여성용자전거 등도 그렇다. 프리 휠 자전거이기 때문이다. 일단 페달을 힘껏 지칠 때까지 밟다가 쉬어도, 바퀴는 페달과 관계없이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다단기어 자전거는 1980년대 미국에서 개발된 것이다. 산악자전거(MTB), 로드바이크 ,하이브리드, 사이클로크로스, 트라이얼바이크, 어반어설트, 리컴번트 등이 모두 그렇다. 한국엔 1988서울올림픽 때부터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자전거는 모두 다 똑같다. 세발자전거든 생활자전거든 아니면 산악자전거든 두 동그라미가 굴러간다. 오르막은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간다. 숨이 가쁘다. 하지만 금세 싱그러운 내리막이 있다. 직선으로 똑바로 뻗은 길은 지루하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이 재밌다. 자전거는 아무리 빨라봐야 시속 30km 정도다. 평소엔 보통 시속 15∼20km로 달린다. 숲 속의 새소리와 무논의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린다. 들꽃과 나무가 하나하나 보인다. 자동차는 오직 길 앞쪽만 본다. 풀과 나무와 새는 그저 스쳐가는 것일 뿐이다.

‘어느 해부터/주인을 잃고 우는/아버지의 낡은 자전거//“어디로 가야 하니?”/내게 물어 와도/대답 할 수 없네//겨울이 오기 전/아버지의 사랑/너에게 넘겨주리라’ <박운초의 ‘아버지의 자전거’에서>

K2 바이크 아웃도어 출시 등산 아웃도어업체 K2가 최근 바이크전용 아웃도어 제품 ‘액트 바이크 라인’을 내놓았다. 자전거 안장 위치에 따라 압박을 받는 정도가 다른 점을 감안해, 부위별로 두께를 다르게 제작한 ‘엉덩이 패드’가 특징. 저지(윗옷)는 몸을 앞으로 숙였을 때 허리가 나오지 않도록 앞쪽보다 뒤쪽을 길게 했다. 지프카디건(15만9000원), 반팔 지프티(12만9000원), 9분팬츠(17만9000원), 팬츠(12만9000원), 배낭(8만 원), 반장갑(4만5000원), 헬멧(13만5000원), 벙거지(2만2000원), 등산화 겸용 사이클 신발(18만9000원). 02-3408-9794
K2 바이크 아웃도어 출시 등산 아웃도어업체 K2가 최근 바이크전용 아웃도어 제품 ‘액트 바이크 라인’을 내놓았다. 자전거 안장 위치에 따라 압박을 받는 정도가 다른 점을 감안해, 부위별로 두께를 다르게 제작한 ‘엉덩이 패드’가 특징. 저지(윗옷)는 몸을 앞으로 숙였을 때 허리가 나오지 않도록 앞쪽보다 뒤쪽을 길게 했다. 지프카디건(15만9000원), 반팔 지프티(12만9000원), 9분팬츠(17만9000원), 팬츠(12만9000원), 배낭(8만 원), 반장갑(4만5000원), 헬멧(13만5000원), 벙거지(2만2000원), 등산화 겸용 사이클 신발(18만9000원). 02-3408-9794
옛날 아버지들은 쌀집자전거를 탔다. 바퀴가 자그마치 26인치를 넘는 우람한 자전거. 짐받이에 형과 동생 2명, 앞쪽 프레임에 막내 1명 태우고도 잘만 달리던 자전거. 쌀 한가마(80kg)쯤은 가뿐히 싣고 휘파람 불며 달리던 이 땅의 아버지들. 그분들도 하나둘 이 세상을 뜨고 자전거도 주인을 잃었다.

그 많던 쌀집자전거는 다 어디로 갔을까. 남대문시장에 가도 그런 쌀집자전거 보기란 쉽지 않다. 쌀집자전거는 주인을 잃고 헛간에 먼지를 수북이 뒤집어쓰고 처박혀 있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자전거 타기, 내 평생 최고의 선택”

자전거를 타면 뭐가 그리 재밌을까. 뭐가 좋을까. 김영철 씨(52)는 회원이 5만3000명이나 되는 인터넷동호회 아마추어자전거여행자모임(아자여, http://cafe.daum.net/dongali)의 카페지기이다. 그는 공수부대 출신의 예비역 소령. 군 복무 시절 다친 무릎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2001년부터 사이클을 타기 시작했다. “내 평생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무릎이 씻은 듯이 나았다. 사이클로 맺은 인연 덕분에 주례를 2번이나 서기도 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2년 경력의 김용범 씨(35·학원장)는 “매주 2, 3일 정도 도로나 산을 타는데, 여럿이 함께 달리면서도 경쟁이 없어서 참 좋다”고 말했다. 역시 2년 경력의 강태용 씨(46·개인사업)는 “사업상 술자리가 많고 담배도 하루 2갑씩 피워대다 보니 당뇨가 심했다. 하지만 사이클 탄 지 3개월 만에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뿌듯해했다. 손수진 씨(46·회사원)는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할 수 있고, 몸의 밸런스가 좋아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한복희 씨(44·개인사업)는 매일 안양에서 군포(14km)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자출족’. 그는 “계절의 변화를 날마다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안양천을 달리다 보면 자연과 내가 하나 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윤지영 씨(29·주부)는 “헬스 수영도 해봤지만 사이클만큼 매력적인 운동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 두 다리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환상적인가”라고 했다.
■ 자전거 입문 하나 둘 셋

―헬멧은 처음부터 튼튼하고 비싼 것을 사는 게 낫다.

―장갑은 여름용 반장갑과 겨울용 긴장갑이 필요하다.

―자전거 의류는 쫄바지(여름용, 겨울용 패드 부착)와 상의(반팔, 긴팔 저지) 필수.

―방풍 재킷은 라이딩할 때 바람막이로 꼭 필요하다.

―고글은 눈에 먼지나 벌레가 들어가는 것을 막아준다. 먼지가 눈에 들어가면 눈동자가 말라 눈이 아프다.

―자전거 공구는 펌프, 펑크패치, 육각렌치가 기본이다.

―속도계, 자물쇠, 클릿 페달이 있으면 빠르고 편하게 달릴 수 있다.

■ 단체 라이딩 시 주의사항

―보호장구는 필히 착용(헬멧, 장갑, 야간에 전장라이트, 후방 깜박이)

―교통 신호는 반드시 준수 ―안전요원 외 한 줄로 라이딩

―라이딩 시 이어폰 및 음악(스피커) 금지 ―수신호 숙지 및 준수

―앞사람과의 거리는 자전거 한 대(2m) 정도로 유지

―지친 사람이 있을 경우 안전요원의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추월하지 않는다.

―차선 변경할 땐 후미의 안전요원이 먼저 진행하려는 방향의 차로를 확보한 후에 대열의 후미부터 역순으로 차선을 변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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