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서울]다문화 다룬 소설 ‘나마스테’ 작가 박범신 씨와의 만남

  • Array
  • 입력 2010년 5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단일민족은 자랑거리 아닌데 이주노동자들에 잔인한 편견”

‘책 읽는 서울’의 일환으로 열린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서 소설가 박범신 씨는 “이주노동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꿈과 눈물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강남구립즐거운도서관
‘책 읽는 서울’의 일환으로 열린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서 소설가 박범신 씨는 “이주노동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꿈과 눈물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강남구립즐거운도서관
《“서울 사람들의 절반은 잘살아보겠다며 고향을 떠나온 이주노동자입니다. 외국에서 온 노동자들도 마찬가집니다. 잘살아보겠다고, 부모님 잘 모셔보겠다고 가족, 친지들의 로망을 짊어지고 한국으로 온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들에게 잔인한 편견을 갖고 있습니다.”》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강남구립즐거운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서 소설가 박범신 씨는 이주노동자 문제를 거론하며 “단일민족은 더는 자랑거리가 아니다. 지금 세계에서 민족주의는 촌스러운 생각으로 치부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서울문화재단, 동아일보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책 읽는 서울’ 캠페인 행사의 하나로 열렸다. 박 씨는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와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미국에 갔다 실패하고 돌아온 한국 여성의 사랑을 그린 소설 ‘나마스테’를 소재로 다문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다른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이제 세계 속에서 살 수 없고, 경제만으로 선진국이 될 수 없다”면서 “지금은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다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박 씨의 강연은 물질문명과 성공지상주의에 찌든 현대인의 문제로 이어졌다.

“다른 문화 이해 못하면 이제 세계 속에 살 수 없고 경제만으론 선진국 못 돼”


“아파트 값 걱정하느라 진실로 내가 욕망하는 게 뭔지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할 여유가 없는 거죠.” “산악인들의 등산법에는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가장 높이 올라가는 데 치중하는 ‘등정주의’와, 높은 곳은 아니더라도 남이 가지 않은 곳을 개척하는 데 의미를 두는 ‘등로주의’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 등정주의 쪽입니다. 내가 정한 목표를 이룬 사람, 작은 봉우리라도 내 봉우리를 갖게 된 사람이 성공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120여 명의 청중은 고개를 끄덕이며 박 씨의 강연에 집중했다. 한 30대 여성은 세상을 살면서 겪는 절망과 공포심을 극복하는 방법을 물었다. 이에 박 씨는 “자기 자신을 용서할 줄 알아야 한다”고 답했다.

“왜 족집게 과외를 늦게 알아서 아이 인생을 망쳤나, 나 때문에 남편과 아이들이 경쟁에서 뒤처진 것은 아닌가라는 자책을 하지 마세요.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면 삶이 팍팍해져서 안 됩니다.”

박 씨는 다시 다문화 주제로 돌아와 “다문화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세대가 다른 자식들의 문화도 다문화이고, 새로운 문화다. 그 대상이 누구든 나와 ‘품종’이 다른 사람들에게 열린 마음을 가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